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호경 May 04. 2021

엄마라는 새로운 기준선

공부하는 엄마의 임신 기록_7

한국의 여자들은 생애 여러 번 다른 기준선에 선다. 열심히 해온 일들, 공부들, 나름대로 내 인생에 자신 있던 여러 조건들이 한번에 무너진다. 일 잘하는 여자 어른으로 다시 세팅, 좋은 아내로 다시 세팅, 그리고 좋은 엄마로 다시 세팅. 손에 아무것도 쥐지 못한 채 발가벗겨진 채로 다시 출발선에 선다. 임산부가 막 된 나는 좋은 엄마들의 세계에서 최하위다. 꼴찌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살 눈치를 살피며 열심히 적응력을 키운다. 


임신한 채로 좋은 글도 많이 읽고 책을 쓰면 자연스레 태교도 되고 좋겠다, 막연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이렇게 몸이 바뀌고 마음이 바뀔지는 상상조차 못 했다. 할 일이 너무 많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기준선에 선다. 몸의 변화를 잘 이겨내고, 마음의 변화를 잘 겪어내고, 자연스럽게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 엄마들 세계의 질서를 잘 배우면서 적응해내야 한다. 왜냐면, 다들 그렇게 하니까. 사실 좀 서글픈 마음이다. 


7주 2021년 3월 19일의 기록

작가의 이전글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날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