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엄마의 임신 기록_10
빈집에서 홀로 쓸쓸히 죽은 구미 여아의 친모가 임신거부증을 앓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그러면서 임신거부증에 대해 설명하는데, 특정 이유로 여성이 임신 사실 자체를 부정하면 임신으로 인한 신체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태아가 숨어서 자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태아가 숨어서 자라기 때문이다… 태아가 숨어서 자란다… 숨어서 자란다… 이 구절을 몇 번이나 읽으며 몸을 떨었는지 모른다. 사실 자체도 믿기 어렵지만 언어적으로도 너무 끔찍한 표현이다.
인간은 정신만으로 신체를 부정하거나 바꿀 수 있다. 동시에 인간의 생명력은 이렇게나 강하다. 산모와 태아는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독립된 존재다. 인간은 이 독립된 존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독립된 존재는 스스로 살아날 방법을 궁리한다. 인간의 위대함, 인간의 참혹함.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서도 이런 역설적 특징을 읽는다.
10주 2021년 4월 8일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