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직업인들에게 감사합니다
독서가들의 아이돌, 민음사 마케팅팀 '조아란' 부장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 인천 누들플랫폼에서 [제물포 금요문화학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청했어요. 우연히 관련 전단지를 보게 되었는데, 조아란 부장님 이름을 보자마자 얼른 신청했습니다.
조아란 부장님은 출판사 민음사의 유튜브를 맡아 진행하고 계시는데요, 출판사 답지 않은(?) 정신없음과 대책 없음, 그리고 약간의 똘끼(?)로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십니다. 더불어 민음사 유튜브 채널은 책과 아주 약~한 연결고리가 있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어서 책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 하더라도 취향에 따라 아주 즐겁게 시청할 수 있는 영상이에요.
https://www.youtube.com/@minumsaTV
저도 이 채널을 통해서 조아란 부장님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사랑스러움에 빠져 열심히 구독하고 있습니다.
이번 [제물포 금요문화학당]에서 조아란 부장님은, 어떻게 책이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마케터'의 관점에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책이라는 물건이 만들어지는 것은 작가와 편집자, 디자이너의 역할이지만, 그 책이 우리 손에 와닿는 과정은 전부 마케터들이 하는 일이더라고요. 예전에는 서점에 가서 수금도 했다고 하는데 ㅎㅎ 지금은 책과 출판사가 잘 알려지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책, 그리고 독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싶었다.
아란 부장님은 사람들이 책을 떠올릴 때 '지루하고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기존에 책을 읽는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지 않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북클럽을 만들기도 하고, 예쁜 굿즈도 생산해 보고, 여름용 워터프루프 북도 만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유튜브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하는 것도 그런 방향의 일환이라고 하셨어요.
이런 아란 부장님 (그리고 많은 민음사 직원 여러분)의 노력 덕분에 올해 민음사 북클럽은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죠. 여기에 담긴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참 감동을 했습니다.
성실한 직업인들 덕분에
사실 아란 부장님이 엄청나게 큰 뜻을 가지고 계신 건 아닐 거예요. 그저 민음사라는 회사에서 일을 하는 한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독서가로서,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해 나가신 것이겠죠.
하지만 그 일의 결과는 참 아름답습니다. 분명 아란 부장님 덕분에 조금이나마 많은 사람들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책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들이 책을 읽음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마음이 달라지고, 세상은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요?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저는 이런 직업인들의 성실이 분명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본 영화 생각이 나네요. [스포트라이트]라는 영화인데요,
한 지역 신문사 기자들이 그 지역 가톨릭 사제들의 추한 범죄를 밝혀내는 영화입니다. 고작 다섯 명 밖에 안 되는 한 팀이 미국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가톨릭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죠. 분명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었을 텐데도, 이들은 결국 해 냅니다. 그 덕에 가톨릭의 어두운 밑바닥이 만천하게 드러날 수 있었죠.
이 역시 성실한 직업인들의 활약입니다. 누군가처럼 미친 듯이 잠을 줄여가며 세상을 놀라게 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수 천, 수만 명이 열광할 만한 노래나 공연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매일매일 출근해서 자신의 일을 해 냄으로써 이들은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덕분에 세상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죠.
저는 그래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자주 합니다. 식당에서 반찬을 놔주시는 직원분들께도, 은행에서 내 일을 봐주시는 분들께도, 마트에서 계산을 해주시는 분들께도 늘 감사해요.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당연한 거 아냐?
제 생각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 같은 돈을 받고 일을 하고 있지만, 그 보다 더 못 할 수도 있었어요. 더 안 좋은 표정으로 반찬을 툭툭 내려놓을 수도 있었고, 마음먹고 내 돈을 횡령할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오늘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내 앞에 있는 이 분들이 모두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성실함이 저에게는 편안함이 되어 주었고 편리함이 되어 준 것이죠.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아주 기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굳이 그 일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맡은 바 성실하다면, 그 역시 칭찬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을 만나면 감사하다는 인사, 조금 넉넉하게 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