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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sum Mar 25. 2024

만년설에 둘러싸여 골프 라운딩

카자흐스탄 여행 part.1



관리 잘 된 잔디와 그림 같은 풍경을 좇는 골퍼에게 중앙아시아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특히 톈산 산맥 북쪽에 자리잡은 카자흐스탄 알마티는 만년설을 바라보며 라운드할 수 있는 곳으로, 중앙아시아의 장엄한 자연과 카자흐족의 전통까지 두루 경험할 수 있다.



여름 초입부터 주야장천 비가 내리더니 장마가 끝나자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다. 기상청은 야외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했고, 골퍼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사정도 한국과 비슷했다. 무더운 날씨와 감당할 수 없는 습기를 피해 중앙아시아까지 시야를 넓히니 훨씬 많은 선택지가 주어졌다. 6~10월 사이 많은 비가 내리는 동남아시아와 달리 중앙아시아는 이 기간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상반된 매력을 지닌 18홀 골프장이 두 곳 있다는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주목했다. 만년설을 바라보며 라운드할 수 있고, 뚜렷한 대륙성 기후의 영향으로 일교차가 크고 건조해 한여름에도 나무 그늘 아래 들어가면 시원하다고 했다. 잔디 위에 눈이 녹은 4월부터 눈이 내리기 직전인 11월까지를 골프 시즌으로 친다고 하니 망설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으로 골프 여행을 간다고 하자 지인들은 그곳에 골프장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보통 ‘카자흐스탄’이라고 하면 사막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세계에서 9번째로 넓은 국토를 가졌다. 동쪽으로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과 면하고 서쪽 끝은 카스피해까지 뻗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숲과 강이 있는 10%가량의 땅에 모여 사는데, 알마티는 실크로드의 거점 도시로 1997년 아스타나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카자흐스탄의 수도였다. 톈산 산맥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크고 작은 호수를 이루고 물길을 따라 도시가 형성됐기 때문인지 푸르른 녹음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모든 홀에서 만년설이 보이는 자일라우 골프클럽

자일라우 골프클럽은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명문 골프장으로 2006년 개장했다. ‘자일라우’란 카자흐어로 ‘초원’이라는 뜻으로 모든 홀에서 설산을 보며 플레이할 수 있다. 5개의 인공 호수와 1만5천 그루 이상의 나무를 조경해 코스 난도를 조절했다. 볼이 홀을 넘어가도 플레이가 가능해 오비가 없는 것이 장점, 볼만 잘 찾는다면 옆 홀에서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다. 해저드가 많지 않아 플레이가 수월해 보이지만, 페어웨이가 좁고 넓은 언듈레이션이 있어 초심자는 물론 중급자도 재미있게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전장이 길지 않지만 페널티 구역과 벙커가 코스 곳곳에 위치하며,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이 안 보이는 홀이 있어 전략적 플레이를 해야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는 아놀드 파머의 디자인 회사에서 코스를 설계했다.

유라시아 100대 골프 코스로 뽑힌 곳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는 아놀드 파머의 디자인 회사에서 코스를 설계했다. 카트가 페어웨이에 진입할 수 있으며, 1~2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캐디는 1인 1캐디, 2인 1캐디, 4인 1캐디 중 선택할 수 있다.  티잉 에어리어 건너 편에 파노라마로 설산이 펼쳐지는 7번홀이 시그니처 홀, 티샷을 하고 세컨드 샷 지점으로 걸어갈수록 설산이 더욱 웅장하게 보인다. 자일라우 골프클럽의 비공식 포토 스폿이기도 하다.

골프장 내에는 400가지가 넘는 전 세계와인을 즐길 수 있는 와인 바와 프라이빗하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VIP 라운지가 있으며, 라운지바와 스포츠바, 스파, 골프 아카데미 등의 편의 시설이 있다. 또한 리조트와 럭셔리 아파트먼트 자일라우 호텔이 있어 럭셔리 힐링 골프 여행을 즐기기 좋다. 알마티 시내에서는 자동차로 15~20분 거리에 있다.





모든 클럽을 사용해야 하는 누르타우 골프클럽

카자흐스탄 최초의 18홀 골프장인 누르타우 골프클럽은 1995년 개장했다. 아웃 코스는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의 추천으로 일본 디자이너 사이토가 설계했고, 인 코스는 카자흐스탄 순수 기술로 만들었다. 전반은 아기자기한 반면 후반은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아무렇게나 쳐도 공을 페어웨이 위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페어웨이가 넓고 평탄해 산책하듯 라운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유러피언 챌린지 투어 정기 행사인 카자흐스탄 오픈이 열렸던 곳인 만큼 난도가 있다. 코스 내에 나무가 특히 많은데, 경기에 들어가면 나무가 방해된다. 그린 주변까지 공을 보냈더라도 길고 질긴 러프가 기다리고 있으니 유의할 것. 14개의 클럽을 모두 사용해야 할 정도로 난도가 만만찮다. 실제로 나무로 코스 난도를 조절했다고 한다. 

알마티의 겨울은 상상을 초월하게 많은 눈이 내리고 겨우내 쌓여 있는데, 이곳 골프장은 그린 에어레이션하듯 구멍을 뚫어 잔디가 숨을 쉬게 하고 구멍에 씨를 뿌려 잔디가 자라게 하는데, 이렇게 하면 겨우내 눈에 덮여 있어도 봄이 되면 잔디가 살아난다고 한다. 초원을 지키던 유목미의 지혜에서 얻은 관리 노하우라고. 한국인 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 한국어가 가능한 캐디가 있고, 한국식 교육을 받아 익숙한 시스템 안에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페어웨이에 카트 진입이 가능하고, 레스토랑에서는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평일에는 1인 플레이도 가능하며, 주말에는 티타임제로 운영한다. 카자흐어로 ‘누르’는 태양을, ‘타우’는 산을 의미한다.



Almaty, Kazakhstan, 20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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