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여행 part.2
카자흐스탄은 하루에 사막과 설산, 초원과 도시를 오갈 수 있는 독특한 여행지다. 카자흐스탄의 장엄한 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추천 스폿은 차른 캐년과 콜사이호수 국립공원 내의 호수들. 알마티의 여행사를 이용하면 당일 치기나 1박2일 코스로 다녀올 수 있고, 일정을 늘려서 콜사이 호수에서 캠핑하며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다.
수만 년 동안 매일 변해온 지형, 차른 캐년
알마티에서 220km, 자동차로 3시간쯤 달렸을 때 차른 캐년이 나타났다. 미국 그랜드 캐년의 축소판이라 불히는 차른 캐년은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협곡이다. 너른 대지 위를 노닐던 흙먼지가 건조한 공기를 타고 바람이 고이는 곳에 모여 오랜 시간에 걸쳐 켜켜이 쌓였고, 계절이 지날 때마다 눈비가 내려 지층을 단단하게 다졌다. 비가 내리거나 눈이 녹으면 물은 지층 사이의 작은 틈을 타고 내려갔고, 3만 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천천히 지반이 침하되면서 협곡을 만들어냈다. 지금도 비와 바람은 캐년의 형태를 매일 조금씩 바꾸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차른 캐년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차른 캐년의 길이는 154km에 달하는데, 일부 구간인 2.5km만 일반에게 개방한다. 캐년을 돌아보는 방법은 두 가지. 붉은 사암 퇴적층이 만든 기묘한 풍경을 감상하며 협곡을 따라 트레킹하는 것. 길의 끝에서는 만년설이 녹아 내를 이룬 차른 강이 있다. 캐년 윗길에서는 지구의 혈관 같은 캐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길의 끝에 있는 전망대까지의 거리는 1.5km, 걷다 보면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이 빚은 거대한 작품에 압도된다.
렌트카를 이용한다면 차른캐년의 다른 부분인 블랙캐년이나 문캐년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사라지는 풍경, 콜사이호수 국립공원
만년설이 녹아 청아한 푸른 빛을 띄는 호수를 찾아 콜사이호수 국립공원으로 가다 보면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뭇잎 끝이 뾰족하고 바람 끝도 날카롭게 변한다. 톈산 산맥 북동쪽에 위치한 콜사이호수 국립공원에는 4개의 호수가 있다. 콜사이호수는 해발고도 1800~2700m 사이에 위치한 3개의 호수군이다. 낮은 곳에 있는 호수부터 1~3번 호수로 불리는데, 1번 호수가 가장 크고 경치가 좋아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다. 이곳에서는 배를 타고 호수 깊숙이 들어가거나 말을 타고 주변을 돌아보기 좋다. 호수와 호수는 길이 13km의 강으로 연결되고, 트레킹을 하거나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중급 이상의 승마실력을 지녔다면 1박 2일 승마여행을 즐기기에도 좋다. 콜사이호수는 만년설이 천천히 녹아 강을 이루고 다시 겨울이 돼 눈이 쌓이길 반복해야 호수의 형태가 유지된다. 이대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머지않아 사라질 지도 모를 풍경인 셈이다.
콜사이호수 국립공원 내에는 카인디호수도 있다. 1911년 대지진 때 계곡이 매몰돼 자연 댐이 만들어지면서 만들어진 호수다. 호수가 만들어지면서 원래 계곡에 있던 자작나무 숲이 수몰됐는데, 코발트색 물빛과 생선 비늘처럼 반짝이는 자작나무가 만들어낸 풍경을 보기 위해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물에 잠긴 지 100년이 넘었지만, 물의 석회 성분과 광물질의 영향으로 자작나무가 썩지 않았다고 한다. 카인디호수는 매일 조금씩 수심이 낮아지는 곳으로 10~20년이 지나면 사라질 풍경이라고 한다.
Tip. 렌터카 여행법
몽골과 달리 카자흐스탄은 국제면허증이 있으면 외국인도 차량을 렌트할 수 있다. 그러나 워낙 광활한 대륙이라 여행하다 보면 통신이 끊기는 지역이 많다. 렌터카를 이용하려면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지도앱 2gis를 다운로드하고, 주유소와 식당의 위치를 미리 체크하는 것이 좋다. 렌트카를 이용해 차른 캐년을 방문한다면, 블랙 캐년과 문 캐년까지 둘러보자.
미국 정부 지정 레벨1의 안정적인 치안
‘-스탄’ 국가를 여행한다면 대다수가 치안 상태를 묻는다. 카자흐스탄은 미국 정부가 레벨1로 지정할 만큼 치안이 안정적이다. 알마티에는 구 소련시절의 관습이 남아 밤마다 경찰들이 2인 1조로 순찰을 하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야외 음주가 금지된다.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슬람교를 믿는데, 거리에는 히잡을 두른 여성이 드물다. 종교적 관습보다 민족의 전통이 우선되는 분위기, 거리에는 손을 잡고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도 많다.
Almaty, Kazakhstan, 202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