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2018년 핀란드 최고(最古) 문화전문잡지 Young Power상을 수상하고 2018년 핀란디아 만화상 후보작에 올랐던 작품이다. 2021 핀란드 문학교류협회 만화 번역 워크숍에서 다룬 두 개의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책은 온라인 모욕의 가해자와 피해자들을 고양이와 토끼 등의 귀여운 동물로 표현한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엠마 니에미넨의 섬세한 필체와 파란 색감이 맞물려 끓어오르는 메시지에도 차분한 느낌을 준다.
1부 ‘증오의 대상’은 먼저 온라인 모욕의 7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그들은 기자, 정치인, 연구자, 블로거, 예술가 등으로, 불특정 다수의 모욕 대상이 된 이유는 침묵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말했기 때문이다.
“저는 인종차별 매체에 광고를 의뢰하는 기업들을 지지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 대답으로 끔찍한 메시지들을 받았어요. 제가 과체중이고, 뚱뚱한 암소라더군요.”
한나는 난민과 외국인에 대한 가짜 기사로 클릭 수를 늘리던 황색 언론에 대한 보이콧 운동을 벌이다 사진과 전화번호가 해당 언론에 공개되어 불특정 다수로부터 욕설이 섞인 메시지를 받게 된다. 직업과 인간관계의 단절을 경험하던 그녀의 고통은 혐오 사이트 운영자가 인터폴에 검거되면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당 사이트는 운영자만 바뀌었고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그건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대접을 당할 만하다고 말이죠. 이젠 그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걸 압니다. 저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요. 다만 제 생각을 말했을 뿐입니다.”
평범한 아이들의 엄마인 엠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대형유통사의 장난감 광고에 담긴 남녀차별에 대해 언급했다가 각종 포럼과 게시판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문자와 블로그 댓글 등으로 살해와 강간의 협박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이후 조사에서 해당 메시지를 보낸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엠미가 화제에 올랐는지 기억하지도 못했다.
“저는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입니다. 일곱 명의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자 유색 인종이고, 이민자이고 이슬람교도입니다. 게다가 이런 일을 하고 정치인이 되었지요.”
이주여성 하비바는 수도권에 있는 에스포 시의원으로 선출된 이후 무수한 혐오 메시지를 받는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증오에서 에너지와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녀의 일이 의미 있다는 것, 사람들에게 그녀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왜 핀란드 사자를 욕보이는 거야? 진심으로 네가 **당하길 바라.
화가인 엠미는 핀란드의 상징인 사자를 검은색으로 칠하거나, 무지개무늬를 넣거나 니캅(무슬림 여성의 베일)을 씌운 ‘모두의 사자’ 티셔츠를 만들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그녀의 티셔츠를 입은 사람을 보고 안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사람들을 침묵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핀란드의 가치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누가 핀란드인인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누구에 해당하는지 말입니다. 제 아이들이 더는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되기를 바랍니다.” - 핀란드 공영방송 Yle에서 자신들의 성을 딴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수사니와 야그무르
“제게는 연구자로서 사회와 소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저명한 미국 저널에 논문이 실리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 헬싱키 대학에서 이민과 인종차별, 테러를 연구하는 카린
“자동차 도난 신고를 하면 그날 바로 경찰한테서 연락이 옵니다. 하지만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신고하면 몇 달간 연락이 없어요. 이건 뭔가 잘못되었습니다.” - 페미니스트이자 유럽의회에서 일하는 마리아
다음으로 책은 15명의 ‘우리들’의 사례를 짧게 소개한다. 그 마지막 자리는 ‘당신’이다. 누구나 온라인 모욕이나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Q :“온라인 모욕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입니까?”
A: “피해자들은 낮은 자존감과 행복감,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 저하 등을 보고했습니다.”
2부 ‘연구자들’은 두 저자가 탐페레 대학교의 사회심리학 교수 아테 옥사넨과 함께 온라인 모욕의 유형과 관련 통계 및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3부 ‘성난 사람들’에서는 군사학 박사이자 국방연구소의 허위조작정보 연구원인 사라 얀투넨이 온라인 모욕의 유형을 소개한다. 흑색선전, 신상 털기(doxing), 협박과 압력, 구조화된 방해, 협력기관을 향한 방해와 압력 등이 그것이다. 그녀는 이메일과 전화로 트롤링과 온라인 모욕을 한 가해자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4부 ‘도와주는 사람들’은 온라인 모욕의 대상이 되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지 오하이오 대학교의 저널리즘 교수 미셀 페리에 등의 견해를 통해 알려주고 상황에 따른 직간접적인 행동지침도 준다.
에필로그는 우리가 온라인 모욕을 포함한 부당한 일을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나타날 결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의 결론은 “(누구도, 그리고 무엇도) 우리를 침묵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지정보
원제 : Vihan ja inhon internet
저자 : 그림 Emmi Nieminen, 글 Johanna Vehkoo
출판사 : Kosmos
발행 연도 : 2017년
분량 : 147페이지 (컬러)
해외 출간 : 프랑스 (L′Internet de la haine, Cambourakis 출판사, 2019년)
저자 소개
요한나 베흐코 Johanna Vehkoo
탐페레 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페미니스트 인큐베이터 Hattu의 대표, 온라인 탐사보도 월간지 Long Play의 공동 설립인. 옥스퍼드 대학교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펠로우, 워싱턴 D.C. 윌슨 센터 방문연구원 등으로 사실 확인 및 온라인 콘텐츠 디지털 검증방법 등을 연구했다.
엠미 니에미넨 Emmi Nieminen
탐페레 응용과학대 미술학과 졸업.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동 작품으로 2018년 Young Power 상을, 2019년 다른 작품 『Sisters of 1918』로 핀란디아 만화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