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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ctoria Nov 05. 2022

반 고흐의 까마귀들

Timo Mäkelä, "Korpit" (2020)

"까마귀들"은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오토, 카라바조, 고야, 고흐, 피카소, 마티스, 마그리트 등 여러 화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순간을 포착한 단편 모음집이다. 익숙한 그림들을 찾아보며 화가의 인생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 마리의 수탉

토지 측량을 하다 젊은 과부의 집에 묵은 중세 화가 지오토의 데카메론 풍의 이야기. 과부는 금욕적인 예술가에게 두 마리의 수탉과 한 마리의 암컷에 관한 농담을 들려준다.


왕자의 배우자

죽은 부인을 그리워하며 솜씨 좋은 화가에게 초상화를 주문한 왕자. 아내와 공원을 걷고 싶은 왕자의 바람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그리스도의

바로코 시대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는 부패한 교황의 사심을 채우기 위한 주문을 받는다. <홀로페르네스를 참수하는 유디트>,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등 익숙한 그림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그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괴로운 일이 가져다준 번뇌를 잊고자 한다.


괴물들

스페인의 궁정화가 고야는 청력을 잃고 만다.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스페인 시민들을 학살하고 이단 심문을 두려워하는 시대에 사람들과 고립되어 악몽을 꾸고 괴물을 보는 그는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정어리의 매장>, <1808년 5월 3일> 등을 그린다.


인상주의자들이 온다!

클로드 모네의 <해돋이>, <양귀비 밭>, 베르트 모리조의 <모레쿠르의 정원에서> 등 인상주의자들의 그림은 어떤 사람들을 열받게 만들고 만다.


까마귀들

<까마귀가 나는 밀밭>에서 시작한 이 작품에서 1890년 37세를 일기로 오베르쉬르루아즈에서 총상을 입고 숨을 거둔 빈센트 반 고흐는 침상에서 일어나 자신이 죽었다고 선언하는 유령 같은 사내들의 환상을 본다. 자화상, 의사 고셰의 초상, <별이 빛나는 밤>과 <해바라기> 등 그의 걸작을 보며 '비극적으로 자살한 화가'의 작품으로 잘 팔릴 거라고 말하는 무례한 사내들. 고흐의 사후에야 그의 작품에 주목한 수집가들과 백만장자들을 한탄하며 작가는 "예술가는 전설이 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비극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씁쓸하게 덧붙인다.


프랑소아즈 파블로와 헨리

피카소와 <꽃의 여인> 프랑수아즈 질로는 마티스를 만나러 간다. 노쇠한 마티스를 리디아 델렉토르스카야가 모델 겸 조수로 돕고 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21세에 61세의 피카소를 만나 10년 동안 두 아이를 낳고 살다 스스로 떠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한 질로는 여러 모로 흥미로운 일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겨울비>와 <데칼코마니>, <브뤼셀>, <붉은 모델 II> 등 초현실주의 그림들이 등장하는 2페이지짜리 짧은 이야기.


Timo Mäkelä

1951년 생. 음반 재킷, 풍자만화, 만화 등 다양한 일러스트 작업을 해왔으며, 삼각관계를 그린 <분홍색 구름>(Vaaleanpunainen pilvi, 2001)은 핀란드의 첫 그래픽 노블로 알려져 있다. 헬싱키의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그린 <미스 브란데>(Neiti Brander, 2018) 등을 그렸다. 올해 70세 기념 회고록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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