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 마르 Jan 12. 2024

그 사람 말고 모두 입 다물고 걷기

첫 까미노순례길에선 정말 많은 사람들을 지나쳐갔다.

가장 유명한 프랑스길이기도 했고 여름방학과도 맞물려 여름휴가와 방학을 까미노 걷기 위해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한 여름의 스페인 길은 정말 정말 덥다.

그래서 스페인에는 낮잠시간인 씨에스타 siesta 가 있지 않은가.

마을을 지나칠때 음료라도 사려고 주위를 둘러보면 전부 휴식을 취하듯 고요했다.

한번은 모자를 잃어버렸는데 걷다보니 모근이 타는 느낌의 아픔이 느껴져 결국 새 모자를 아무거나 사고 쓰고 걸을 정도였다.


메쎄타Meseta라고 까미노 길에서 힘들다는 구간이 있는데 식수대도 마을도 중간에 없어서 끝없이 걸어야 하는 곳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포기하고 그냥 버스를 타기도 했다.

햇살이 내리꽂는 스페인의 한 여름 그늘도 없는 메쎄타를 끝없이 걷는게 고비인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메쎄타보다 오르막길이 훨씬 힘들었다.

첫날 무릎과 발목에 문제가 생긴 이후로 다른 순례자에게 받은 붕대로 묶고 걸었지만, 여전히 무리였다.

중간중간 산이나 언덕의 오르막길이 나오면 힘들다고 끙끙대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그 순례자를 보았다.

보는 순간 심장이 순간적으로 잠깐 멈춘 기분이었다.

그 순례자를 본 날에  그 순례자 생각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은 채로 걸었다. 일정을 마치고 알베르게에 있는데 길 위에서 알게된 한국인 동생을 만났다.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너, 혹시 그 사람 봤어 ?'

'네, 그 사람 외엔 모두 (힘들다는 말 하지 말고) 그저 닥치고 걸어야한다고 얘기했어요.'

고개를 끄덕였다.

Animo 아니모는 스페인어로 화이팅 이란 뜻이다


그는 한발로 걷는 순례자였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모른다.

지지하는 보조기구들이 있다해도 그건 정말 쉽지 않아 보였다.

그저 대단하다는 경외심이 들면서 마음이 겸허해졌다.

힘들다고 투덜대지 말고 걷자고 생각했다 ( 물론 그 이후 투덜대고 길 위에서 힘들다고 혼자 욕도 뱉은적도 있다) 그는 결국 길을 완주했을까?  하루, 이틀 보고 못 마주쳤기 때문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떤 생각으로 길 위에 있는지 나는 모른다. 다치지 않고 무사히 산티아고에 도착했길 바란다.










이전 06화 하루에 20km 이상 걸으며 살을 찌우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