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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Mar 06. 2024

남들은 다 돈을 버는데, 나만 바보일까?


남들은 다 돈을 버는데, 나만 바보일까? 

어느 날 갑자기 암호화폐 시장이 북적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근 2년 넘어 개점휴업 상태에 있던 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연일 언론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시세가 가파르게 오른다는 소식을 보도한다. 덩달아 이름도 생소한 코인들이 들썩이고 하룻밤 사이에 몇십 퍼센트나 가격이 폭등한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몇 배나 가격이 오른 코인 이름도 심심찮게 들린다.      


사람들은 재빨리 계산기를 두드린다. 몇 달 전에만 비트코인을 샀더라면 얼마나 벌었을까 따져본다. 심지어 몇 배나 가격이 폭등한 암호화폐를 진즉에 샀더라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혼미해진다. 암호화폐의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다는 말들이 들려온다. 2022년의 대폭락의 악몽을 잊고 다시 폭등의 기대가 넘친다.      


사람들은 노트북을 새로 장만할 때 사양을 이리저리 살피고, 온라인 쇼핑몰을 다 뒤져 가격을 비교한다.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요모조모 꼼꼼히 따져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철두철미한 사람조차 주식이나 암호화폐만 생각하면 갑자기 정신이 아득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그 결과, 남이 돈 벌었다는 생각에만 꽂혀 듣도 보도 못한 종목에 용감하게 투자한다.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상투에 가까운 주식에 용감하게 투자하는 것도 바로 이들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소심하다 할 정도로 따지던 사람이 갑자기 레이스를 걸고 힘차게 배팅할까? 위험을 싫어하고 모험을 멀리하는 사람조차 주식 투자의 광풍에 휩쓸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먼저 감정적인 이유를 들 수 있다. 주식 시장이나 암호화폐 시장은 감정적인 영향을 받기 쉬운 환경이다. 다른 상품을 살 때와는 달리 주식이나 암호화폐 투자는 금전적인 위험이 따른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더 빈번하게 감정적 요인에 휘둘린다. 다른 사람이 큰돈을 버는 것을 보고 자기만 기회를 놓치는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쉽다. 바로 그 두려움과 조급함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망쳐놓는다.      


“거름 지고 남들 따라 장에 간다”는 속담이 있다. 옛날 농촌에서 논과 밭에 거름 주는 일이 일 년 농사를 좌우했다. 농부의 본업은 논에 거름을 주는 일이다. 그런 그가 본업을 팽개치고, 시장에 좋은 구경거리가 있다는 말에 홀라당 빠져 남을 따라 장에 간다. 주식 시장이나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하거나 또 제대로 분석하기 힘든 사람은 투자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의견에 크게 의존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따라간다. 

 

주식이나 암호화폐 투자는 비교적 빠르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사업을 하거나 월급을 받아 부를 축적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에 비하면, 금융 시장에서 잘만 투자하면 빠른 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실패해도 나는 잘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은 투자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경마나 도박의 일확천금과 주식이나 암호화폐 시장의 대박이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제도적으로 인정이 되는가 아니면 불법이냐의 차이점이 존재할 뿐이다.      


남들은 다 돈을 버는 것을 보니 마음이 조급하다. 거기서 나만 소외된다는 두려움, 즉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일어난다. 주식이나 암호화폐에 투자해 돈을 벌 기회를 나만 놓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심리적 두려움이 발동한다. SNS의 발달은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해 준다. 평범했지만 투자를 잘해 큰돈을 번 그들의 화려한 일상을 보면 사람들은 심란함을 감추지 못하다. 그런 상황에서 주식이나 암호화폐 가격이 연일 폭등하는 소식을 들으면, 돈 벌 기회를 놓치고 바보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백 번, 아니 천 번 양보해서 생각해 보자. 그들이 갑자기 떼돈을 벌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운 좋게 한두 번이야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다. 그렇게 번 돈은 쉽게 잃을 확률이 높다. 운은 삼세번을 넘기기 힘들다. 진짜 떼돈을 번 사람은 논리적 근거와 세밀한 조사를 통해 확신을 갖고 기다렸다. 제대로 공부하고 알아보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래야 투자의 판단도 확실하고, 일시적인 가격조정과 가격변동에도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코인을 집어 달라고요?

암호화폐 살인 사건을 출간한 후 심심찮게 듣는 질문이 있다.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을 살까요?” “이더리움은 어떤가요?” “대박 터뜨릴 코인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 "비트코인, 아무 실체도 없잖아요?" "나는 암호화폐를 쳐다보지도 않아요"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답은 없다. 답이 왜 없겠냐만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 사람한테 들려줄 말이 없다는 뜻이다. 암호화폐가 과연 뭘까? 비트코인의 철학과 혁명성을 모르는 사람에게 그것은 여전히 거품이고 실제가 없는 허황한 알고리즘의 숫자에 불과하다. 그들은 비트코인이 제도 금융에서 소외된 저개발국가나 혹은 가난한 사람에게 어떤 순기능을 제공하는지 모른다. 그것은 비트코인을 신뢰하고 믿는 팬이 많다는 사실을 뜻한다. 비트코인이 무언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은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얼토당토않은 암호화폐가 많은지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배추 한 포기와 무 한 개를 살 때 요모조모 따져보고 산다. 그건 자신의 지식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자기 재산의 일부인 거금을 주고 사려는 주식이나 암호화폐를 따져보기를 싫어할까.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그것을 이해하려면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이래저래 공부는 하기 싫고, 쉽게 돈 벌 생각에 빠진 사람들은 누가 돈 될 종목을 꼭 집어 주길 원한다.      


남한테 돈 되는 이야기를 쉽게 해 줄까? 그걸 알면 내가 먼저 돈 벌자는 것이 사람 심리다. 아니면, 무조건 돈 된다고 분위를 만들어 정작 자기 종목을 팔 타이밍을 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한테 주식이나 암호화폐 종목을 추천하거나 시세를 말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다. 심지어 가족한테조차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이 투자다. 종목을 물어볼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혹은 그 산업이 유망한 지를 알아보는 것이 낫다. 제대로 공부하면 눈에 보이고 투자의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나 될까? 이더리움 ETF가 승인될까? 숨겨진 대박 암호화폐가 없을까? 답은 공부에 있다. 책을 읽든지 아니면 제대로 된 전문가한테 배워야 한다. 족집게 과외 선생보다 근본 원리를 말하는 스승을 만나면 좋다. 그래야 응용문제도 잘 풀 수 있고, 틀리게 만든 함정에도 빠지지 않고 대처할 수 있다.  

    

남의 돈을 먹는 일? 그거 만만치 않다. 나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이 차고 넘치는 것이 세상이다. 그런 살벌한 욕망의 세상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자신이 있는가? 그러면 성공한다. 그건 자기 실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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