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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있는그대로 Jul 31. 2023

칼로 물 베기

부부싸움


     

이 나이에도 시시한 일로 부부싸움을 합니다.

아이들과 같이 살 때는 아이들로 인해 자연스레 풀어지기도 하고

아이들이 화해시키기도 하고 했는데 둘이 사니 싸우고 나면 화해가 쉽지 않습니다.

시발점은 작은 것이지만 순식간에 지난 과거까지 들러붙어 커다란 눈덩이가 되더니

남극만큼이나 단단해집니다. 그리곤 커다란 얼음 속에 갇혀 왜 싸웠는지 기억도 가물가물 해집니다.


한때는 이혼을 고려할 만큼 죽기 살기로 단단하고 높은 담을 쌓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도 아이들 생각하며 한 발 물러서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은 부담스럽고 힘들 때도 있지만 지나고 나니 그래도 같이 있길 잘했다. 생각됩니다.

아이들 결혼하고 명절에 다 같이 모여 즐거운 시간 보낼 때 특히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서운하다 해도 나 무거운 짐 들어주는 사람도 남편이고 먹고 싶은 거 사 주는 사람도 남편이고

운전해서 여행 데리고 가는 사람도 남편이고요. 밤길 무서워하는 나를 데리러 오는 사람도 남편이고요. 

남들은 내게 서운하게  하지도 않지만 남편만큼 내게 관심과 사랑 주지는 않지요.


퇴직하고 관계가 좁아지고 삼식이하며 어깨가 처지고 말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골수까지 가부장적 사상에 젖어 고치기 힘든 말투 행동이 있어 서로 힘듭니다.

얘기해 줘도 이해를 못 하고요. 뭔가 잘못되었다 느끼면서도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하며 바꾸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기도 합니다.     


평생 홀어머니 장남이라는 의무와 책임감으로 살아온 사람이라 더 단단하기에 깨기가 힘듭니다.

가족들을 원하는 대로 두는 대신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 의무와 책임감으로 무겁게 이끌고 다녔지요.

물론 사랑으로 좋은 뜻이지요. 이제 더 이상 의무와 책임감으로 살지 말고 다 놓아 주어도 될터인데 

아직도 누군가 만족하지 못하면 자기 탓 인양 더 해 줘야 할 것 같으니 힘이 듭니다.

가족의 불만족 불행이 자신 탓이 아님을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더 해 줄 것이 없음을 인정하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도 지나치게 너무 많이 해서 배려가 상대에게 권리가 되고

도리어 빚으로 돌아옴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충분히 했습니다.

이제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면 좋겠습니다.


웅크리고 자고 있는 작아진 등을 보니

안쓰럽다는 생각에

보듬어줍니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고

그때는 그때의 상황에 맞게

당신도 최선을 다했고

나도 최선을 다했다.


더 이상 지난 일로 당신 탓하지 않는다.

올바르다고 생각한 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을 뿐이다.


이제는

너무 힘들게 살지 말자.

그냥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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