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반도체란 무엇인가?
주변에 아는 지인들은 저의 첫 직장이 삼성전자라고 하면 잘 믿지 못하는 눈치입니다.
더구나 반도체 부문에 공채로 입사했다고 하면 더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어쨌든 저는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인 삼성전자에 당당히 합격하여 1994년 초 졸업과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가 있는 부천 사업장으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반도체 하면 기흥이나 화성을 떠 올리는데 왜 저는 부천 사업장에서 근무했을까요?
왜냐면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처음 시작 한 장소가 부천 사업장이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사업을 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반도체 기업인 '한국 반도체'라는 회사를 인수하여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반도체'는 모토롤라 연구원 출신인 강기동 박사가 1973년에 부천에 FAB을 짓고 전자시계용 반도체 칩을 만든 우리나라 최초 반도체 회사입니다. 참고로 삼성전자 부천 사업장은 IMF 때 미국의 Fairchild사에 인수되었다가 몇 년 후 온세미컨덕터가 이 회사를 인수하여 온세미컨덕터 코리아가 되었습니다.
반도체가 우리나라 산업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1950년 이후부터 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 처음으로 반도체 소자가 생산되었습니다.
미국의 고미 그룹이 국내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하여 트랜지스터를 조립, 생산한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그 후, 정부가 '외자도입법'을 제정하면서 미국의 페어 차일드사, 시그넥틱스사, 모토롤라(Motorola) 등 여러 외국 업체가 국내의 저렴한 인건비와 유능한 기능 인력을 이용해 반도체를 단순 조립하기 위해 계속 들어왔는데, 이것이 우리의 반도체 산업을 신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한국 자본이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시작한 건 1968년입니다.
그해 3월 아남산업이 국내 최초로 반도체 조립 산업을 시작했고, 1970년에 금성사가 미국 내셔널 세미컨덕터와 기술 공급 계약으로 '금성전자'를 설립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반도체 산업을 이끈 선구자 두 분이 계십니다. 한분은 세계 최초로 MOSFET을 만든
'강대원' 박사와 한국 반도체의 아버지로 불리는 '강기동' 박사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두 분 모두 경기고, 서울대 전기과, 오하이오 주립대 전기과 선 후배 사이입니다.
1973년 강기동 박사는 미국 내에 ICII 사를 설립하고 동시에 경기도 부천에 한국 최초의 반도체 소자 생산 공장인 '한국 반도체 주식회사'를 세웠습니다. 이후 제4차 중동전쟁으로 인한 오일쇼크를 이겨내고 C-MOS와 전자 손목시계용 칩을 개발했습니다.
한국 최초로 FAB을 처음 만들었지만 오일쇼크로 파산 직전까지 가니까 이건희 당시 동양방송 이사가 한국 반도체 지분을 인수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현대도 1983년 초 '현대전자'를 설립하고 IC를 생산하기 시작하고 '금성반도체'도 1984년부터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시장 수요가 많은 메모리 반도체중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칩 구조가 비교적 간단한 D램을 주력으로 개발하려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1983년 12월 1일 개발에 착수한 지 6개월 만에 309개 공정을 자력으로 개발하고 웨이퍼를 생산라인에 투입하며 국내 최초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하였습니다.
1992년에는 ’ 64M D램’ 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메모리 강국인 일본을 추월했고, 1994년에는 256M D램, 1996년에는 1GB D램 등 연달아 세계 최초 모델을 내놓으며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한 번도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D램뿐 아니라 8Gb 낸드가 애플 아이팟 나노에 탑재된 후 NAND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3D 낸드플래시인 'V낸드'를 개발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현대전자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LG반도체와 합병하여 일 년 남짓 현대전자와 현대반도체라는 두 개의 법인으로 존재하다가, 2001년 3월 '하이닉스반도체' 이름으로 사업을 이어 갔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IC 사업을 분리하여 메모리 반도체는 하이닉스에서, 시스템 IC는 매그나칩으로 나누어 사업을 지속했습니다. 2011년 11월 하이닉스를 SK텔레콤이 인수하여 2012년 'SK하이닉스'로 재탄생하여 현재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로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매그나칩의 AP사업부가 분사해서 어보브반도체가 되었고 Foundry사업부는 분사해서 키파운드리가 되었습니다. 올해 3월에는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를 인수하였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무려 70%로, 사실상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독주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반도체 조립산업을 줄곧 펼쳐 왔던 아남산업은 1990년대 중반 팹 사업에 뛰어들면서 아남반도체라고 사명을 바꾸었고 2000년대 초반 동부전자와 합병하여 동부아남반도체로 바뀌었습니다.
그때 반도체 조립사업은 암코(AmKor)라는 회사에 매각하였고 동부아남반도체는 동부하이텍, 현 DB하이텍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시스템 반도체 특히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우리나라 주요 반도체 회사들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