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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다 Dec 22. 2023

IR이 만사다. - 언더독

Best IR, 인터뷰

IR이 만사다.  

 언더독 님은 총 3개의 기업에서 공시/IR 경력을 가진 12년 경력자였다. 공시와 IR 업무를 담당하면서 그간 느껴온 업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인터뷰였다. 언더독이라는 닉네임에 맞게, 당장에 눈에 띄지 않는 IR과 관련된 업무들을 해내는 이들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인터뷰가 되었으면 좋겠다.  


 Interview Point 


1.     사업계획에 반영 가능한 IR적 관점의 필요성

2.     공시/이사회 업무에 담긴 IR적 시선

3.     공시 업무담당자들을 위한 업무 스킬 업그레이드 방법 및 위로의 말 



Q. IR 업무의 매력이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으실까요? 

 아무래도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한다는데 가장 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IR 탐방 대응할 때에도 사람들이 저와 대화하는 시간을 즐겁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을 때, 예를 들어 미팅 한 시간 하고 돌아가신 투자자가 문자로 ‘오늘 오랜만에 질 좋은 대화 나눈 것 같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설명 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은 답장을 받을 때 참 기분이 좋죠. 그리고 투자자들을 통해서 시장 상황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다른 업무대비 굉장히 큰 매력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Q. 시장상황을 읽을 수 있다는 포인트가 굉장히 중요한 메리트인 것 같아요.

 맞아요. 지금은 주 업무가 아니지만 예전 경력 중에 예산/손익 관리를 담당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때는 엑셀에 정해진대로 판관비, 영업이익률 등을 기계적으로 분석했던 것 같아요. 전년대비 증감이 뭐가 있나, 주요 원인이 어떤 것인가 정도만 파악했었죠. 나온 결과 값 대로 ‘원가 줄이시고 운영비 쓰지 마세요.’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IR 업무를 담당하면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투자 관련 공부를 하면서 다시금 그 업무를 회상해 보니까 조금 다르게 그 일을 대할 수 있겠더라고요. 


 회사의 손익 구조에서 어느 부분이 중요하고 이걸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 받쳐줘야 하고 사업 구조와 흐름 자체를 보게 되니까 만약 다시 돌아가서 그 일을 담당하게 된다면 손익보고자료를 만들 때, 협업부서에 요청하는 자료나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내용의 질이 다를 수 있겠더라고요. 


 지금 근무 중인 부서에서는 사업계획을 짜는 부서가 따로 있어서 제가 사업계획을 짜는데 관여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종종 해당부서의 사업계획을 보면 너무 터무니없이 높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 시장에 존재하는 컨센서스라는 게 있으니, 매출은 어느 정도여야 하고, 영업이익률은 기대치가 어느 수준정도까지 되는지, 그 갭을 매우려면 뭘 더 해야 하고 목표주가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잡을 수 있는지 같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업계획이 너무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면 IR 담당자는 보수적으로 추정한 수준에서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게 돼요. 최대한 시장이 실제 회사의 실적보다 과하지도 않게 못하지도 않게 우릴 봐줬으면 좋겠거든요. 그 밴드를 잘 얘기해 줘야 쇼크가 나더라도 변동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업 계획 짜는 단계 자체에서 그게 고려되지 않으니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만약 다시 사업계획을 짤 수 있는 위치나 부서에 가게 된다면 최대한 시장을 신경 쓴 계획을 세울 것 같아요. 최대한 시장과 밀접하게 맞물려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주가 올리는 게 기업가치 제고잖아요. 그게 IR만의 역할은 아니고 경영기획도 같이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죠. 손익/예산관리 하고 사업계획 짜는 일 다시 맞게 된다면 훨씬 더 가치롭게 일의 의미를 느끼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IR이 경영활동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어떤 혜안을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공시업무도 담당하고 계신데 공시업무에 대해서도 어떤 시선을 갖고 계신지 궁금해요. 

 공시도 할 말 많죠. 공시담당자들은 이 일이 법적으로 정해진 일이기도 하고, 잘해도 그만, 못하면 욕먹는 그런 자리잖아요. IR 하면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데도 가는데 공시는 누가 불러 밥을 사주나요. 이 업무를 정해진 양식과 작성 기준이 있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하시면서 평가절하하는 작은 기업들도 있을 텐데, 제가 공시랑 IR 둘 다 비중 있게 담당해 보니까 공시가 정말 중요해요.


 공시는 IR의 시작점이에요. 모든 기업들 분석할 때 사업보고서를 보라고 하잖아요. 이건 우리 회사를 설명하는 첫 번째 자료인 거예요. 이걸 하나하나 공들여서 썼을 때 투자자들은 분명 느낀다고 생각해요. ‘외부의 투자자들을 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구나, 이 업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구나 아니구나’가 사업보고서에서 티가 나요. 그래서 저는 사업보고서 성의 없이 써낸 회사들 보면 실적과 규모, 시총에 상관없이 ‘이 회사가 그렇게 비전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돼요. 콤팩트하게 쓰더라도 잘 쓰냐 못쓰냐를 떠나 이 보고서를 대하는 어떤 결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공시 문구를 쓸 때에도 IR을 하는 마음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가장 많이 하는 타 법인주식 및 출자증권취득 공시를 할 때, 주요 사업을 [‘과자 제조 및 판매업’으로 하지 않고 ‘전통한과 제조 및 판매업’ 이런 식으로 쓰면 그 공시를 읽는 사람이 ‘요즘 시장의 레트로 열풍에 맞춰 투자하는구나’]*라고 인식하게끔 IR 관점에서 임팩트를 줄 수 있죠. 

*) 취재원 보호를 위해 각색한 문구입니다.


 



*) 타 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 공시


+) 거래소 수시공시 사항 

- 자기 자본의 100분의 10 (최근사업연도 말 자산총액 2천억 원 이상인 법인의 경우 100분의 5)

- 자산 10% 미만 

 

Cf) 주요 사항 보고서 [타 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양수 결정]

 +) 거래소, 금감원 공통 공시 사항 

   -  최근 사업연도 말 현재 자산총액의 10% 이상인 경우

   -  원시취득(신주취득)의 경우에는 제출 대상이 아님 



Q. 공시담당하는 많은 분들에게 위로이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네요. 이사회도 혹시 IR적 관점에서 해석 가능하신가요? 

 그럼요. 이사회를 그냥 정해진 절차와 구성에 맞게 진행하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이사회에 내가 중요한 사실을 전달하는 창구인 거죠. 시장의 의견이나 동향이 어떠한지 보고자료 만들 때, 내가 한 줄 정도 끼워 넣을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임원에게 스톡그랜트를 준다는 결정이 논의 중 일 때, 이 결정이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검토해 볼 수 있죠. 회사 이사회 규정, 정관, 상법의 규정 등 중 우리 회사에 미비되거나 걸리는 건 없는지도 살펴야 하고요. 인사팀에도 논의해봐야 해요. 그렇게 근거규정과 법적 리스크, 컴플라이언스, 외국인 투자 유인 방향성 등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보고하면 이사회는 물론 공시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어요.




*) 스톡그랜트  : 자기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 

  +) 자기 주식 처분에 관한 결의 상법 제342조


Cf)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 주식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 

 최근 스톡옵션 외 성과급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면서 해당 내용에 대한 금감원의 공시서식 개정 (23.12.19 일자 사업보고서에 관련 현황 기재 건 공지)

관련기사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31219_0002563355&cID=10403&pID=15000

금감원 보도자료  https://www.fss.or.kr/fss/bbs/B0000188/view.do?nttId=132389&menuNo=200218&pageIndex=1



 

Q. 공시 운영을 좀 더 잘하기 위해서 담당자들에게 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요? 

 저는 모범사례가 되고 싶어서 모범사례들을 많이 살펴보는 편이에요. 그리고 의무가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공시 영문공시, 자율공시 등도 할 수 있으면 하려는 편이고요. 


 공시 기한이 다가오기 전에 조사관의 니즈가 어느 정도 인지 파악하고 기존 정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취합해, 사업부에 요청해야 할 자료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정리되어서 와야 하는지 미리 가이드라인과 작성 예시를 만들어서 배포하기도 했어요. 


 ‘언더독 사례집’ 이런 것도 있어요. 하하. 잘 알려면 여러 번 보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거든요. 상담사례집 보고 ‘(자기 이름) 사례집’ 제목 붙여서 워드파일로 하나 정리 해둬요. 위에서 ‘나 이거 주식 취득해도 돼?’ 했을 때 ‘잠시만요’ 하고 그때마다 법규 찾고 어디 전화해서 확인하고 하지 말고 미리 정리해서 기억해 두면 바로 대답할 수 있거든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공시 담당자분들에게 애정이 있어요. 이게 얼마나 살 떨리고 힘든 일인지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은 또 공감을 못하시더라고요. 사전에 문제 감지하고 미리 보고해서 이슈 막고, 준비하고 이런 거 회사가 잘 몰라줘도 우리끼리는 이 일이 얼마나 어렵고 가치로운 일인지 서로가 알아주고 인정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종종 개인투자자 IR 대응이랑 기관투자자 IR 대응 분리해서 대응하는 회사들이 있는데 안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기관미팅을 하고 나면 시장에 대한 감이 생기잖아요. 기관 투자자 미팅 내용을 기록상으로 혹은 회의하면서 전달하는 경우도 있는데,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느끼는 비언어적인 표현, 뉘앙스에서 오는 차이가 분명 있어요. 그렇게 기관이랑 미팅하고 나면 데이터에 대한 저 나름의 확신도 생기고 주주한테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생기거든요. 시장의 뷰랑 주주님이 보는 뷰랑 어떻게 다른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의 방향은 이러하다는 식으로 이해시키고 설득시켜 줄 수 있죠. 시장과 기관의 관점을 모르면 주주도 나를 깔보고 나도 얘기해 주기 어렵고 그러니까 ‘주식하지 마세요’와 같은 말로 감정싸움만 하게 될 수 있어요. 요즘은 정말 코스닥 시장도 개인주주 수준 많이 올라왔거든요. 기관 IR이나 NDR, 해외 Corp데이같이 드러내기 좋은 것만 하려고 하고 개인주주는 대충 받으라는 식의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찮게 대하는 일은 또 왜 자기 사람 시키는지도 모르겠고요. 



 IR적인 관점의 시선을 갖는 건 직장인으로서,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경영활동에 너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외부에 드러나는 IR만 생각하지 않고 공시나 이사회처럼 눈에 띄기 어려운 분야에서도 IR적인 마인드를 갖고 함께 애쓰는 우리가 있음을 알고 서로 응원하고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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