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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아노미

신기술의 아노미 - IP와 Privacy, 데이터의 독과점에 대해

Amonie: A condition of instability resulting from a breakdown of standards and values or from a lack of purpose or ideals. (사회적 가치와 규범의 부재 혹은 붕괴로 인한 불안정한 무규범상태)


구글의 CEO Sundar Pichai가 미 의회에서 증언하는 모습 - 이미지 출처: Variety.com


새로운 것, 가능성, 그리고 혼란


몇몇 이들에게는 제목이 조금 자극적으로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번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현상이 데이터시대의 일종의 ‘아노미’라고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올 한해동안 Facebook 의 Cambridge Analytica 개인정보 이슈 게이트나, 불과 얼마 전 있었던 구글 CEO Sundar Pichai 의 미 의회 출석, 그리고 데이터시대의 미래에 대한 수많은 우려와 예상을 접하면서 느낀점이 있다면 그것은 데이터를 사용하고, 수집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는 데이터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규범과 인식을 정립하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화폐, 블록체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우리는 매일같이 새로운 것들에 직면한다. 새로운 기술은 그 어느때보다도 빠르게 변화하며 그동안은 불가능의 영역이었던 것들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러나 우리가 ‘가능성’에 집중할 동안, ‘새로운 것’들은 - 특히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것일 수록에 -  조금씩 기존 우리가 지니고 있던 지식과 가치관 사이에 괴리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능성이 놀랍고, 거대할 수록 문제점은 그 뒤에 가려지기 쉽다. 데이터 시대의 기술은 전혀 새로운 것이기에, 기존의 가치관과 규범 아래에 당장 완벽히 통제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단순히 통제를 위한 제도가 구축되이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합의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가까운 미래엔 인류의 수명이 연장되어 70대가 마치 지금의 50대와 같이 여겨질 것이라고 말한다. 인류의 유전자 단백질의 구조에 대한 비밀을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미래의 질병을 예측할 수 있고, 심지어는 유전자를 조작하여 초인류(Superhuman)에 도달할 수도 있다. (불과 얼마 전 실제로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18/dec/02/google-deepminds-ai-program-alphafold-predicts-3d-shapes-of-proteins] 머신러닝을 통해 생명체의 유전자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링크를 참고하자.) 누군가 이에 마냥 감탄할 동안 누군가는 이는 과연 옳은 일인가? 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것은 과연 옳은가?


21세기에도 인류는 아직 인간의 수명과 유전자를 조절하는 행위가 신의 권능에 도전하는 것인지, 문명의 발전을 통해 성취한 인류의 당위적인 권리인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만일 이 부분이 단지 종교적 관점 차이의 영역이라고 느껴진다면 전 세계의 가장 많은 국가가 동의하고 있는 Liberal-Democratic-Capitalism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지금의 법과 제도 하에서 기술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고, 유전자를 조작하며 질병을 해결하는 기술은 현대의 체제 안에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심지어 극단적인 경우, 위와 같은 생명공학 기술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책정되어 빈부에 따라 수명과 심지어는 유전자의 격차가 심화되는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 - 적어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기 전의, 지금까지의 제도와 사회규범 하에서는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와 같은 미래가 실제로 펼쳐진다면, 많은 이들이 기술로 인한 사회 격차를 규탄하며 제도와 인식의 개편을 촉구할 것이라 믿는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은 이렇듯 사회에 ‘틈’을 만들어낸다. 그 새로운 것이 꼭 ‘기술’ 일 필요는 없다. 과거 금융공학이 충분히 연구되고, 투자의 패러다임이 지금과는 달랐을 때에는 가격이 다르게 형성되는 여러 시장에서의 다중 거래를 통해 그 어떤 리스크도 지지 않고 이득을 취하는 ‘무위험 차익거래 (arbitrage)’ 가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에 비해 많은 이들이 무위험 차익거래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리스크 없이는 이익이 없다’는 새로운 금융공학 원칙이 자리잡았으며,  찰나의 순간에도 이 arbitrage의 ‘틈’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이 움직인다. (모 교수님의 경험담에 의하면 실시간으로 차트를 지켜본 결과 정말 찰나의 순간에 arbitrage의 기회가 등장하더라도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수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투기 이익보다는 안정적으로 +-=0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리스크 헤징 (Risk Hedging)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을 다져나가고 있다. (Arbitrage에 대해선 다음 기사를 참고하자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9&no=311904). 새로운 패러다임은 적절한 예시인지는 모르겠으나 사회현상에 발생하는 틈을 발견하고 매워나가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라는 이야기를 하고싶었다.

서론이 길었다. 위에서 말했듯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최근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전통적인 규범/가치관과 새로운 데이터시대의 기술사이에 발생하는 괴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수집하는것 이상으로 중요한 IP 와 개인정보 이슈에 대한 것이며, 두 번째는 자원으로써 데이터의 독/과점에대한 우려이다.


IP (Intellectual property) 와 Privacy 이슈


#석유, 무기, 그리고 데이터


많은 이들이 데이터는 곧 원유이며 무기라고 표현한다. 나는 이것이 단순히 데이터가 중요한 자원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상당한 책임감을 가지고 조심히 다뤄야 할 자원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소, 전기에너지가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원유는 국제사회에 큰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확인하는 환율, 증시 등과 함께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유가나 원유의 공급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큰 파장이 일어난다. 심지어는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경쟁을 ‘석유 전쟁’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실제로 이 석유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나라의 경기를 흔들어놓기도 했다.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566]).

데이터도 마찬가지이다. 근래에는 많은 이들이 데이터를 통해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며,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일을 목격한다. 실제로 교육, 의료, 제조업, 도/소매업까지 데이터가 각광받지 않는 분야를 찾기 힘들 정도다. 우리가 생활속에서 쉽게 접하던 서비스들도 너도나도 ‘AI’ 나 ‘빅 데이터’란 수식어를 달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앞으로 데이터가 우리 사회에 가지게될 파급력은 어쩌면 원유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며, 정말 누군가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 중에도 나는 개인정보와 IP (Intellectual property - 지적재산권)이슈가 현재 가장 눈에띄게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느낀다. 우리의 제도와 규범은 데이터시대의 새로운 현상 앞에서 작은 아노미를 겪고 있다. 데이터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규범과 인식이 자리잡지 않으면 정말로 데이터는 특정한 이들만을 위한 무기가 될지도 모른다.



#IT 와 함께 떠오르다 - IP 와 개인정보 이슈의 대두


생각해보면 개인정보나  지적재산권은 개념은 다분히 추상적인 개념으로, 순전히 현대사회의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이는 각종 종교, 이념, 경제체제나 민주주의 등과 마찬가지로 사회 구성원들의 공통된 믿음이 있어야만 의미가 있으며, 절대적으로 고정되지 않고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변화하기도 한다. 고대사회 부족들은 민간신앙을 믿었지만 저작권은 믿지 않았다. 그들의 사회에서는 저작물이나, 개인정보와 같은 개념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세기 말부터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터넷 혁명으로 인해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경제적인 피해를 입히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또, 농업도 제조업도 아닌 창작 활동을 통한 경제활동이 새로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타인의 지적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누군가의 생계를 어렵게 만들기 시작했다. 20세기 초에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을 배껴 자신의 그림이라고 속여 파는것에 비해 2000년대에 영화나 음악 파일을 다운받아 인터넷으로 불법 공유하는것은 너무나도 쉬워졌다.  

기억하기로 당시에는 ‘돈이 아닌 무형의 자산을 구매한다’ (주식이 있기는 했지만)는 개념은 소비자 입장에서 생소했다. 따라서 불법 다운로드, 불법 복제 CD 등이 기승을 부렸고, ‘이제 기술 좋아져서 영화, 음악 등등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볼 수 있다며? 왜 안된다는건데?’ 와 같은 반응도 종종 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불법 복제, 저작권에 관한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한 운동이 많이 전개되었으며, 뿐만 아니라 실제로 법과 제도 안에서 합법적으로 기술을 향유할 수 있는 시스템과 서비스도 잘 구비되었다. 개인정보에 대한 개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이제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것에 대해, 단순히 이름과 전화번도 정도라 해도 큰 경각심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지적재산권과 개인정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아노미를 극복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데이터 시대에 들어서면서, 우리가 규범과 제도를 통해 어느정도 질서를 잡아가고 있다 믿었던 개념들 사이 틈이 생기기 시작했음이 느껴진다.



#그러나 다시... - Cambridge Analytica 게이트


이미지 출처: news.com.au


그러나 IT 기술이 한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면서, 우리는 다시한번 혼란에 빠진다. 먼저 개인정보의 문제부터 살펴보자.

과거에는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개인정보는 새나가지 않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발달된 서비스들이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다닌다. 더 많은 유저데이터를 제공할 수록 더 나은,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More you give, more you get from service.) 특히 SNS 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구글 계성을 통한 개인화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의 생활반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사용자에 대한 개인정보 다량 포함하게 된다. Facebook 프로필, 구글 계정을 통해 사용한 연락처와 일정 등. 우리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알게모르게 점점 더 많은 우리의 정보를 허용하고 있으며 플랫폼 서비스들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 사용자가 더 원할만한 광고를 보여주며, 일정을 관리하고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플랫폼 서비스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IT기업의 특성상 이러한 데이터의 수집이나 활용 자체를 비난하긴 어렵다. 미 의회 청문회에서 구글 CEO Sundar Pichai에게 ‘구글이 우리가 휴대폰으로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냐’ 는 질문이 던져졌으며 이것의 기저에는 구글의 사용자 개인정보/행동 수집을 비판하려 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중요한것은 ‘수집했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어떻게 수집하고 어떻게 관리를 하는가이다. 

나는 불과 작년까지는 Facebook API를 활용해, 대중에 공개된 페이스북 페이지를 Scraping해 연구 목적으로 분석을 해보곤 했었다. 그런데 올해 초 갑자기 Facebook의 API 규정이 변경되어, 더이상은 내가 소유하지 않은 페이지의 정보를 긁어오는 기능이 막혀버렸다. 클릭 몇번으로 얻을 수 있는, ‘공개된’페이지의 정보를 긁어오는 것인데도 말이다. Facebook 은 왜 개인정보에 관한 규정을 이렇게 깐깐하게 바꾸었을까? 아마도 올해 초의 Cambridge Analytica 개인정보 게이트 때문일 것이다.

Cambridge Analytica 의 개인정보 게이트는 Facebook 상의 유저 개인정보 데이터를 무단으로 스크레이핑해 정치적인 의도로 사용한 사례이다. Cambridge Analytica 는 그만큼 데이터의 수집이 현대 정치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이고, 단순히 데이터 수집에만 집중한 나머지 유저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긁어오는 것이 개인정보의 심각한 침해행위라는 점을 간과했다. 원유는 에너지로써 고갈과, 남용으로 인한 환경 파괴라는 치명적인 맹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원유를 수집하는 행위 자체에는 자연물을 채취하는 행위이기때문에 문제소지가 없다. 반면, 오늘날의 데이터 기반 서비스는‘유저 정보’를 포함해야 하는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집 자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잊지 말하야한다. 나는 이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느꼈던 그동안의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개인 데이터 수집을 원천차단 할 수는 없다고 본다. AI비서, 개인 맞춤화 서비스 등, 현재의 기술이 나아가는 방향은 필히 개인정보를 포함하게 되어있다. 또한, 우리가 데이터 기반 서비스와 기술 앞에서 혼란을 겪는 또 한가지 이유는 대신, 기술이 데이터를 활용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 고도로 다양화되면서 기존의 가치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개인정보의 사용을 위탁받은 서비스 제공자들과 기술집약적 기업들은 그만큼 더 수집과 사용, 관리에 있어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실제로  현재 개인정보 이슈를 ‘동의제에서 책임제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단순히 개인정보 수집 동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의 활용과 수집 주체자가 개인정보 데이터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IP의 미래


당장 ‘빅데이터에 저작권을 적용해야 하는가?’ 같은 문제를 생각해보자. 나는 지금의 데이터 사이언스, 컴퓨터 공학, 빅데이터는 집단지성을 통해 발전한 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각종 커뮤니티, 인터넷 공간을 통해 서로의 작업물을 공개적으로 공유하고 프로그램을 ‘오픈 소스’로 만드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나의 예로 빅데이터와 데이터 분석을 위한 커뮤니티 플랫폼인 ‘캐글 (Kaggle)’ 에서는 수시로 상금을 걸고 대회를 진행하지만,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함께 연구하며, 자신의 작업물을 공유하는 문화가 깊게 자리잡아 있다. 많은 캐글러 (Kaggler)들은 단순히 높은 점수, 좋은 결과물을 차지하는 것보다도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공유하며 함께 연구하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초, 약 400만개의 광고 데이터를 동해 광고의 구매 전환율을 예측하는 컴퍼티션이 열렸었고, 편법을 통해 단순히 점수를 올리는 방법을 업로드한 유저는 ‘이것은 생산적인 연구와 학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본질을 해친다’는 이유로 상당한 질타를 받았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역시 오픈 소스를 채택함으로써 발전해왔다.

물론 다른 발명품이나 제품에 비해 이러한 공유의 문화를 통해 알고리즘과 서비스가 발전하는 경향이 크지만, 우리는 단순히 이 ‘공공의 발전을 위한 공유 문화’라는 밝은 측면만을 바라보며 IP의 문제를 마냥 미뤄둘 수는 없다.오라클이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해서 자바 API의 IP 소송을 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자바 플랫폼을 활용하여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것이 지적 재산권의 침해에 해당하느냐, 아니면 ‘공정 이용’에 해당하느냐에 대한 법적 공방은 결국 ‘자바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앱/웹 서비스는 저작권법의 영향을 받는다’ 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끝났다.


알고리즘이나 데이터도 머지않아 이러한 지적 재산권 문제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Kaggle 사이트에 가면 모든 가입자가 자유롭게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데이터셋을 공개하는 이들이 많다. 또 구글도 베타 서비스로 ‘구글 데이터셋 서치’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https://toolbox.google.com/datasetsearch]). Stack Overflow와 같은 플랫폼이나 Github를 통해 많은 이들이 알고리즘과 코드를 공유하고, 많은 이들이 연구, 마케팅 등 다양한 목적으로 공유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언젠가 이러한 데이터셋, 알고리즘 하나하나에 저작권료를 부여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개발자들과 과학자들의 집단지성과 관대함, 발전을 위하는 마음만에 미래를 기대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실제로 가트너에 의하면, 2019년이면 ‘알고리즘’에 관한 특허 청원이 25만건에 달할 것이라고 하며, 2020년 까지는 약 50만 건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불과 5년 전에 비해 10배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이미 빅 데이터시대의 새로운 핵심 기술에 있어 독점권과 지적 재산권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의 지적 재산권 개념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그것과 완벽하게 들어맞지는 않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장 우려되는 두 가지 문제점을 나열하자면 첫 번째는 활용에 있어서의 현실성문제이다. 빅 데이터시대에 도래하며 우리는 웹 상에 떠다니는 정보들을 대량으로 ‘크롤링’하여 활용하게 되었지만, 사전 동의 없이 이렇게 수집된 비정형 데이터에는 지적 재산권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다르게 100만, 1000만, 심지어는 그 이상의 규모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빅데이터 시대에, 하나하나 사용 동의를 구해가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공개와 공유를 기반으로 한 정보사회의 가치와 충돌하는 부분이 생긴다. 두 번째는 좀더 자세히 다뤄볼 문제로, 바로  독점과 불균형의 문제이다.


다윗과 골리앗


#독점의 문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할 수 있는 능력에는 확연한 격차가 존재한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이 수많은 유저 데이터를 얻은 기업들,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이미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은 당연히 상대적인 진입장벽을 만들어낼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쟁자들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경쟁력있는 ‘원유’를 획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다행히 이러한 능력의 격차와 진입장벽을 앞서 이야기한 공유의 문화가 어느정도 완화해주고 있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실제로 벌써 개인정보와 IP의 영향으로 데이터에 대한 규제와 사회적 인식이 엄격해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페이스북의 API  개인정보 규정이 엄격해진 점이나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매기는 세금이나 저작권 개념 등을 넌지시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은 어느새 우리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대함을 넘어 규제와 책임, 그리고 통제를 위한 어느정도의 엄격함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것이다.

데이터에 대한 규제와 책임이 강화되는것은 물론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만큼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규제가 엄격해졌을 때, 더 살아남기 쉬워지는 이들은 누구인가? 라는 점이다. 새로운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역시 경쟁시장 원리를 기본으로 하되 규제와 책임의 강화로 인해, 이미 큰 독점력을 쥐고있는 골리앗들 (Dominant behemothe) 들에게 더 큰 독점 권력이 주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쉽게말해서, 만약 어느 날 어떤 정부가 빅 데이터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데이터를 자산으로 인정하고,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세금을 매긴다고 가정하자.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유발 하라리는 실제로 이런 미래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으며, 현재의 과학기술과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갈 많은 것들을 대다수의 ‘대중’을 동떨어지게 (irrelevant 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세금이나, 저작권료를 감당할 수 있는건 스타트업이나 개인일까,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거대기업들일까? 세금이나 저작권료가 아니더라도 데이터 활용을 위한 까다로운 규제를 제정했을때 이 조건들을 충족하기 쉬운것들 역시 거대기업 - 이미 많은 데이터와 기술, 그리고 자본을 지닌 이들일 가능성이 높다. 석유라는 자원은 자원의 독점과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지리적, 국가적인 격차를 만들어냈다. 미래의 데이터는 석유와 같은 자원이 될 것인가, 아니면 모두를 위한 자원이 될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기술의 발전에 굉장히 관대할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의 이민자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을거라고 하면서 대선 당시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이 일자리를 빼앗을거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지나친 관대함이 불러올 문제들은 일자리의 문제일수도, 개인정보의 문제일수도, 지적 재산권의 혼란일수도 있기에 우린 적당히 엄격한 규제와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규제로 인해 새로운 시대의 핵심자원을 수집하고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독점적으로 제한되어서는 안된다.




#마무리


나는 유발 하라리가 21세기 현대의 기술 - 4차산업혁명,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 이 대중들을 무의미하게 (irrelevant)) 만든다 이야기한 부분을 굉장히 인상깊에 읽었다. 그리고 정말 귀신같이 바로 그날 저녁, 구글의 현 CEO Sundar Pichai 가 의회에서 증언한 것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내가 의회 증언 기사를 통해 느낀 것은 (수많은 기사들이 이야기했던) 기술에 대한 정치인들의 무지보다는 최신기술과 대중 사이의 인식에 존재하는 괴리였다. 혁신적인 기술은 때론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부수기 때문에 대중에게 크게 와닿지 않을수도 있으며, 논쟁을 일으키고, 피상적인 이해를 통한 우려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오늘날 우리는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기업들 - 골리앗에 해당하는 Data Behemoth 들 - 의 개인정보 이슈나 사회적인 책임 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과 현상에 대한 동일한 이해와 합의에 이르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구글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 한가지에도 수많은 복잡한 측면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구글이 일체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원치 않을것이므로 모든 개인정보 수집 거부를 통해 정보수집을 막았을 것이다. 반면 어떤 이들은 구글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 구글이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해준다는 믿음아래에 - 기꺼히 정보수집을 허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구글의 서비스가 전세계 사람들의 수많은 부분까지 침투하고 있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우리의 개인정보가 ‘어떤 부분에서, 어떤 방법/목적으로, 얼마나’활용되는지 충분히 인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구글과 같은 IT 서비스들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적절히 사용하고 있는가? 라고 묻자면 '서비스를 위해 얼만큼, 어느 범위까지 활용해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지?’ 라는 물음부터, 독자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이 녹아들어간 - 쉽게말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 서비스에 개인정보가 활용되는 방식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가 에 대한 논쟁을 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개인정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만일 ‘마이너리티 리포트’ 처럼 미래의 범죄활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 체포해 처벌해도 될까? 내가 소유한 AI가 사고를 일으키면 사고의 책임은 소유주가 지게 될까, 아니면 제조사가 지게 될까? 정말 미래에 AI가 점원으로 일을 하게되면 우린 로봇에게 소득세와 노동법을 적용받게 될까?


새로운 것으로 인한 가능성에만 집중해서도, 기존 가치관과의 괴리로 인한 거부반응으로 일관할 것도 아니다. 원유를 사용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는 것 이상으로 올바른 미래를 개척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참고자료:


- ADP 빅데이터 전문가 자격시험 수험서

- 유발 하라리 -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https://www.lawtimes.co.kr/Legal-Opinion/Legal-Opinion-View?serial=108977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9&no=311904
- http://ipnomics.co.kr/2017/04/12/%EC%98%A4%EB%9D%BC%ED%81%B4-%EA%B5%AC%EA%B8%80%EC%97%90-%EC%A7%88-%EC%88%98-%EC%97%86%EB%8B%A4-%EC%9E%90%EB%B0%94-%EC%A0%80%EC%9E%91%EA%B6%8C-%ED%95%AD%EC%86%8C/
- http://www.itworld.co.kr/news/103360
- Arbitrage - Historical Perspectives, Geoffrey Poitras, Faculty of Business Administration, Simon Fraser University, 2009
- http://www.zdnet.co.kr/view/?no=201803281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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