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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타임스 2022

우리는 어디까지 효율성을 추구하게 될까

‘요즘 개발이 재미가 없다고 느껴요’


8년 정도 개발을 한, 전 회사에서 만난 지인이 한 말이었다. 나는 비록 개발자는 아니지만, 관심 분야가 비슷해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분이었는데, 스타트업 경험도 하고, 개발 쪽으로 대학원 강의도 나가시던 분이었다.


‘제가 개발 배울 때는, 하나씩 일일이 찾아보고, 맨땅에 헤딩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는 게 재미있었고, 그러면서 많이 늘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부트캠프 형식의 개발 강좌가 참 많아요. 문제는, 그런 과정들이 정말 효율적이라는 거예요. 심지어는 어느 회사에서, 어떤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만 쏙쏙 뽑아서 단기간에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다 보니 허탈할 때도 있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창업을 통해 스타트업 CTO로 일하고 있는 친구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디까지 효율성을 추구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최근에 많이 하던 고민들이 다시 떠올랐다. 물론 개발과 같은 특정 분야의 커리어를 쌓는 데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효율성을 추구하고, 더 나은 방식을 찾아가는 것들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비효율과 불편함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등장하고 산업이 성장한다. 그런데 최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서비스들과 플랫폼들의 접근 방식을 보며 ‘효율성’이 예전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인류는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대한 효율성을 추구했다. 비용을 줄이고  나은 방식을 추구할  있는데,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통해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그런데 이제 IT기술이 발전하면서 ‘놓을  있는 것들 대한 고민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서비스 또는 플랫폼들이, 우리의 생활 속에서 ‘생략할  있는과정들을 찾아 줄여줌으로써 삶을 효율화하고 있다. 우리는  이상 직접 찾아가 줄을 서고 예약하지 않아도 침대에 누워서 식당 예약을   있다. 블록체인은 ‘과연 우리가 화폐 거래에 중개기관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통해 수수료와, 복잡한 중간과정들을 줄여나가려 하고 있다.



Current Times (2022)


그런데 요즘에는 ‘어디까지가 불필요한 과정이고, 어디까지가 필요한 과정인가?’라는 고민이 든다. 나는 개인적으로 상황에 따라서 결과만큼 과정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떨 때는 과정이 결과보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할 때도 있다. 교육, 학습이나 예술과 같은 분야가 그렇다. 그런데 최근, 기술을 통해 이러한 분야에서도 과정을 생략하고, 최고의 효율성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고민하고, 감정을 느낀다. 배우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별개로 경험이 쌓이고 생각이 자란다. 감정과 고민은 음악, 미술, 글과 같은 형태로 표현된다. 머리를 싸매고 바둑을 두며 어떤 이는 생각을 기르고, 전략을 짜거나, 혹은 단순히 그 상황 속에서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더 효율적으로 바둑 경기에서 승리하고, 빠르게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AI를 통해 원하는 스타일의 음악, 그림, 글을 완성할 때 생략한 과정들은 과연 ‘불필요한’ 과정들일까?


산업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그럴 수 있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낸 예술품이 많이 팔리고, 단기간에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이들을 통해 구직에 소요되는 기간이 줄어들고, 빠른 시간에 많은 인력이 양성되니까.


우리는 이미 비슷한 고민을 한 차례 한 적이 있다. 모던타임스 (1936)에서 찰리 채플린이 비판한 것처럼, 산업혁명 시기에 효율성이 인간성을 밀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고민한 적이 있다. 다행히 우려가 현실이 되지는 않은 듯하다. 우리는 여전히 일을 하고, 여전히 고민하며, 기계와 기술은 그런 인류의 최고의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은 이유는 우려하고, 비판하고, 경고해왔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산업혁명 앞에서 이제는 기술이 단순히 생산을 넘어, 우리의 ‘고민’까지도 효율화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어디까지가 ‘불필요한 비효율’이고, 어디까지가 대체 불가능한 가치 일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효율성은 정말 어떤 모습일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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