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조용히 응원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인 줄만 알던 그림책으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건
2010년 대학원에서 문학치료를 전공하면서이다.
당시 다양한 문학치료 이론을 공부하고 실습할 기회가 있었는데.. 모든 그림책이 내 이야기 같았고, 동료실습을 할 때마다 눈물을 한 바가지씩 쏟아내곤 했다.
그림책이 내면의 거울임을 알게 된 게 바로 그때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심리 상담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했을 때 그림책을 읽어주고 내면 글쓰기를 하는 작업을 내담자와 많이 했다.
상담의 내공이 많지 않은 초심자였던 나에게 그림책은 내담자와의 대화에 물꼬를 트고 방어를 낮춰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은 아이와 나를 연결시켜 주었다.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림책으로 말을 걸었고 시도 때도 없이 그림책을 읽어줬다. 내가 그림책을 읽어줄 때 그림 사이를 바쁘게 움직이는 아이의 눈을 보는 게 행복했고, 그림책을 함께 보며 수많은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그림책 덕분에 직업도 얻게 되었다. 그림책을 출판하고 판매하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그림책으로 엄마들을 만났고 그림책으로 아이와 소통하는 경험을 공유했다. 내가 좋아하는걸 원 없이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고 일하면서 다양한 성취를 경험해서 자신감을 채울 수 있었다.
애정을 가지고 열정을 쏟았던 회사를 퇴사하면서 처음 한 것이 그림책테라피스트 자격과정을 이수한 일이다. 자격도 자격이지만 그 당시 그림책으로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었고 그 과정을 통해 치유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지난 십 년간 그림책은 내 삶과 항상 함께하는 존재였다. 회사생활에 지치고 관계에 찌들고 고민이 수없이 생겨나지만 그림책으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때면 무한한 에너지를 얻는다.
<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그림책과 함께하는 나의 삶 일부분을 떠올릴 때 항상 생각나는 그림책이다. ‘난 지금 그림책으로 무얼 하고 있고 앞으로 무얼 하고 싶은 건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은 그림책이기도 하다.
나는 그림책과 마음을 함께 나눌 넓은 식탁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것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카페든 집이든 상관없이 내 그림책 식탁에 가능하면 많은 사람을 초대하고 싶다.
그림책으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때마다 느끼는 건 이 시간을 통해 내가 무언가를 나누려 할수록 더 많이 얻는다는 것.
이사를 하고 넓은 식탁이 생기면서 (원래도 있었지만 항상 어지러웠다) 작은 소망이 하나 생겼는데, 우리 집 식탁에서 그림책테라피 진행하는 장면이다.
제가 초대하면 오실 분 있으시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