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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프레쉬 Nov 27. 2020

삶의 변곡점에서 커리어 고민하던 그녀들의 재회

테솔 동기 혜원 언니에게, '여성과 일' 주제로 5년 만에 연결

혜원 언니!
우선 너무 반갑고 또 신기해요. 언니의 브런치 편지 글 수신인이 저라고요?! ^^
https://brunch.co.kr/@hwlim95/8


SNS에 익숙하지 않던 제가 고민 끝에 용기 내어 선언하듯 포스팅 한 글이 미국에 있는 언니에게 가 닿아,

다시 우리가 연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네요!

https://www.facebook.com/hyeyoung.jeon.583/posts/3755923711104534


언니랑 저는 테솔 과정 동기로 만났죠. 테솔 과정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고 소문난 과정이었는데, 굳이 그 과정에 등록한 우리 반 동기들 모두 정말 무척 열심히 였어요. 언니나 저처럼 '엄마'인 사람 반, 20대 초/중반 ESL 선생님이 되기 위한 취업 준비생 반 정도 구성이었던 것 같아요. 대기업 브랜드 마케터 11년 경력을 마감하고 자연인이 되니, 직장, 직함 없는 no name인 내 이름과 활용 가능한 스킬이라고는 엑셀, 영어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아이들 영어교육을 위해 시작한 영어 그림책 공부를 2년 정도 한 이후 넥스트 스텝으로 테솔 과정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언니랑 저 모두 당시 유치원생,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챙기느라 테솔 과정 수업만으로도 여유가 전혀 없었죠. 아주 오랜만에 몰입해서 학업에 열중하며 과제에 열을 올리고 점수에도 무척 신경 쓰던 중, 당시 일곱 살 딸아이가 폐렴에 걸렸어요. 우등생은커녕, 무사히 수료하는 것으로 바로 목표 설정을 현실화하면서 무척 속상해했던 기억이 나요. 내가 내 책임을 다하지 못하거나 노력이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닌, 내 아이의 보호자로서 엄마 노릇을 하기 위해 수업을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어떤 배려나 이해를 교수님들로부터 얻을 수 없었어요. 주말 신랑에게 돌봄 의무를 위탁하고 보강 수업을 참석할 수 있다는 허락을 겨우 얻어 힘들게 다른 반 수업에 참여했지만, 그건 제 스스로에 대한 열심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뿐, 평가나 결과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어요. 육아로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하고 사표를 제출하던 그때의 심정과 비슷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좌절감. 자포자기 같은. 회사 일도 아닌데, 내 공부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은 게 엄마가 된다는 거구나... 싶어 한바탕 절망했던 기억이 또 떠오르네요.


과정 끝날 때 즈음, 마음이 맞는 동기 몇몇이 계속 연락하고 지냈는데, 알고 보니 언니는 LG전자 퇴사자, 저는 삼성전자 퇴사자였죠. 너무 반갑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 씁쓸하기도 했어요. 이번 편지를 읽으며 알게 됐는데, 어쩜 우리는 했던 일도 똑같았네요! 글로벌 마케팅 브랜드 전략/기획!!! 야근과 해외 출장이 일상이었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부, 지/법인,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에이전시와의 끊이지 않는 의사소통이 삶이었죠. 여유라고는 조금도 없는! 그땐 일이 제 삶의 전부였지만 회사에서 유능한 직원으로 주요 프로젝트를 맡고, 정말 즐겁게 일한 것 같아요.(Work=Life)



언니 글을 처음 읽으며, '잔잔바리'의 뜻을 찾아봤어요. 느낌적 감각으로 대충 이해는 하겠는데, 정확한 뜻이 궁금하더라고요.  

'잔잔하다' + 나와바리(縄 張 り, 줄을 던져 닿을 수 있는 거리 즉, 자기 영역이라는 뜻)

=> '잔잔하고 눈에 잘 띄지 않게 조금씩 일을 진행한다'


어감이 좀 다르긴 하지만,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지속 가능하게 일 하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창고살롱의 지향점이랑 비슷한 결임을 단번에 알았죠. 어찌 보면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직선, 사다리 모양 지름길로만 알았던 '커리어'라는 그림을 여성, 아내, 엄마, 딸 혹은 며느리라는 복잡다단하게 주어진 역할을 부여받으면서 좀 더 창의적이고 과감하게 그려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 요즘이에요.


여전히 세상은 아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나의 오늘 하루를 돌아보더라도 공동창업자와 첫 뉴스레터를 위한 중요한 콘텐츠를 공들여 만드는 첫 단계, 상호 인터뷰를 줌 콜로 진행하면서 코로나 확산으로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 있는 아이들 점심을 챙겨주는 완벽한(?) 워라인(오늘은 Work-Life Enhancement라기보다는, 그냥 Work-Life Integration)을 실천한 하루였어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15시간 시차가 있는 다른 시간,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이지만, '여성과 일'이라는 주제로 이렇게 다시 연결되어 무어라도 함께 해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해준 언니 덕분에 저도 W 플랜트를 창업하고 '창고 살롱'을 론칭한 이 방향에 좀 더 확신을 갖게 되네요.


우리의 스토리만큼이나 다양한 레퍼런서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혜원 언니의 이야기도 이미 그 누군가에게 레퍼런스로 가 닿으리라 믿어요. 나 혼자만의 독보적인 전문성보다 다양한 개인 각자의 고유성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파워를 실감하는 요즘, 다시 한번 편지 고마워요 언니!
가끔 소식 전하기로 해요~! (살롱IN살롱 글쓰기 세션에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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