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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프레쉬 May 03. 2020

여성이 좀 더 연결되고 단단해지기를 꿈꾸며

<The Moment of Lift, 누구도 멈출 수 없다>를 읽고

2020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많은 광고 덕분에 이 책을 알게 되었지만, 나는 멜린다 게이츠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었다. 빌게이츠의 아내로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함께 운영하며 자본을 바탕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운 좋은 여성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의 책 구매 패턴에 따라 자꾸 이 책이 추천되고, SNS 지인들의 포스팅을 통해 이 책을 자꾸 만나게 되면서 운명인 것처럼 주문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마침내 만나게 된 제법 묵직한 벽돌 책(392페이지 - 내게 벽돌 책은 350페이지가 넘는 제법 묵직한 책으로 정의된다.)에 대한 포스팅을 4개월이 지나서야 하게 된다. '여성의 삶이 달라져야 세상이 바뀐다'는 소제목부터 '우주선 발사'광경으로 시작되는 프롤로그, 그리고 예전엔 몰랐지만 지금의 나(멜린다 게이츠)는 열렬한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첫 장의 시작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육아로 5년의 경력단절을 딛고 다시 내-일을 찾아가는 과정 초반에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에게 페미니스트의 이미지는 아주 강한 행동주의자여서 기존 질서에 도전하여 목소리 내고, 쟁취하며 무언가 불편함과 혼란을 만들어 내는, 조금은 특별한 집단으로 생각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멜린다 게이츠가 자신 있게 선언한 것처럼, 나도 이제 그 개념을 알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가 없다.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모든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스스로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하며, 여성과 남성 모두가 여전히 여성을 억누르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편견을 없애기 위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는 것이다. (p.22)

다시 나의 일을 하게 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언어와 문법이 통용되는 환경에서 일을 한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의 피라미드 구조 조직에서 효율과 전문성으로 최고의 성과를 지향하는 것이 '일'이라고 생각하고 나름 인정받으며 성장한다고도 느끼며 10년의 커리어를 쌓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소셜 섹터에서 사회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보다 가슴이 따뜻하고 미션 기반인 사람들과 함께 일 하고 있다.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을 실현할 기회가 다시 내 일과 함께 왔다는 건 분명 내게 큰 행운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을 나는 같이 이 길을 걷고 있는 비슷한 고민과 삶의 여정을 가고 있는 동료 여성들에게서 얻는다. 나에게 '엄마를 위한 구글 캠퍼스'가 이런 아이디어와 관련한 첫 경험이었고, '임팩트커리어W'의 펠로우 분들이 또한 그러했다. 그리고 올 초, '작당모의'로 마더티브와 함께 시작한 '창고살롱'프로젝트 파일럿 멤버들은 어느새 매우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창고살롱 <The Moment of Lift, 누구도 멈출 수 없다> 북토크


워낙 일을 좋아하기에 일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나를 상상할 수 없지만, 나의 일을 이야기할 때 내 삶에 중요한 또 다른 부분, 나의 가정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본인의 삶에서 그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마치 아무 문제없는 척하면서 세상의 이슈들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이 가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 결점들을 숨기지 않고 알릴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자만에 빠질 수 있다.(p.219)

결국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과 자기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나인 것이다. (p.220)


여성의 연대, 특히 나의 일을 하며 엄마이기도 한 비슷한 상황의 많은 여성들과 함께 '우리의 일과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은 퍽 즐겁기도 하다. 때로 나의 내면의 문제, 내 조직과 나의 가족을 떼어놓고 개념적으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 말하자면 나의 직접적인 문제이기도 한 주제들을 함께 나누며 나는 공감받을 수 있었고 자존감과 용기를 얻었다. 나 다움을 지키고 나의 상황과 삶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으며, 내가 원하는 일도 지속 가능하게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만들어 나아가는 일이 나의 진정성 있는 미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패티 밑에서 일하는 동안 자신을 억누르고 맞추는 것을 그만두고 진정한 나만의 스타일을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그때가 바로 내가 나답게 일할 수 있으며 동시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온전히 깨달은 순간이었다. (p.312)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재능을, 가치를,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자존감을 희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힘이다.(p.314)


여성의 권한을 높이고 끌어올리는 것이 결국 인류를 위한 가장 포괄적이고 파급력이 큰, 고효율 투자라는 간단한 진리를 멜린다 게이츠는 다양한 주제에 걸친 이야기와 함께 공유해 준다.


어떻게 여성에게 기회를 확장하고, 다양성을 촉진하고, 성희롱을 용인하지 않는 직장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친구, 동료들과 모여 새로운 문화를 가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p.333)

나도 이런 공동체 - 일하는 엄마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 내 주변의 공감하는 워킹맘에서 시작된 다양한 개인 서사가 모여 빅데이터를 이루면 '모성애 장벽(Material Wall)'에서 괴로워하는 불합리함을 벗어날 수 있는 '집단지성'을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근무하고 밤새워 책임을 다하지만 늘 조직에 대한 충성도에 의심을 받고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할 때가 많으며, 가정에서도 항상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하게 되는 'motherhood myth'의 희생자가 더 이상 되지 않기를 바란다. 


가정생활의 의무들을 존중하는 일터에서는 엄청난 개인적인 혜택을 얻게 되고, 이런 개인적인 혜택은 다시 사회적, 경제적 이익으로 전환된다. 불행하게도 힘 있는 자리에 있는 여성의 숫자가 적다는 현실과 여성들만큼 가정생활의 의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남성들이 문화를 만들고 주도하도록 내버려 두는 한 이런 이익들은 계산되지 않는다.
우리가 자신답게 살고자 한다면, 힘을 모아 함께 나서야 한다. 우리의 필요가 충족되는 걸 허락하지 않는 문화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것이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문화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p.345)


원래, 오프라인 워크숍으로 기획된 '창고살롱'프로젝트가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급히 랜선 모임 줌콜(zoom call)로 변경, 시도되었다. 처음 출발은 취향 토크였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저글링 하는 일상에 오롯이 '나'에 집중할 시간과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는 엄두조차 내기 쉽지 않은 우리가 모였다. 창고살롱 줌콜을 핑계로 혼자 영화 한 편을 보고, 대사를 곱씹으며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내 생각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 책 한 권을 뚝딱 읽고 공유하며 공감, 지지받는 시간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나누었다. 


비혼 중심 여성 커뮤니티에서 진취적이고 당찬 멋진 여성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선이 느껴져 나의 다른 중요한 한 부분, 가정, 육아,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고, 물리적으로도 참여가 쉽지 않았다. 지역 맘 카페는 등업 절차도 까다롭고 육아, 살림, 사교육 이야기뿐이어서 여성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고팠다. 

여성들이 함께 모이고, 포용하고, 이야기를 하고, 슬픔을 나누면, 함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할 때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다. 누군가 우리에게 강요한 문화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와 가치로 건설한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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