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더티브 May 09. 2020

일하는 엄마에게 네트워크가 필요한 순간

창고살롱 두 번째 캔맥북토크 <누구도 멈출 수 없다>

안녕하세요. '창고살롱' 혜영입니다. 처음 인사드려요. 마더티브의 새로운 프로젝트, 일하는 엄마의 취향을 나누는 '창고살롱'에서 두 번째 캔맥북토크를 함께 하였어요.


5월 황금연휴를 앞둔 밤 10시,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책을 들고 줌(zoom)에서 모였어요. 이전 모임 내용이 궁금하다면 여기.





<누구도 멈출 수 없다, The Moment of Lift>를 읽었어요


두 번째 책으로 멜린다 게이츠가 쓴 <누구도 멈출 수 없다>를 읽었어요.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빌&멜린다 게이츠의 선한 영향력은 익히 들었지만 자산가 아내의 재단 운영에 특별한 관심이 가지는 않았어요.


막상 책을 펼치자 "여성의 권한을 높이고 끌어올리는 것이 결국 인류를 위한 가장 포괄적이고 파급력이 큰, 고효율 투자"라고 단언하는 저자에게 금방 빠져들었어요.

 

전면에 나서기를 꺼려하던 멜린다가 공개 연설을 하고, 연례 서한을 빌과 공동 작성하면서 일의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은 제게 용기를 주었어요. 완벽주의자 성향을 고백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authentic self)을 보이려는 노력에서도 인사이트를 얻었고요.


전 책의 목차 소제목에서 관심 있는 주제부터 읽었는데요. 프롤로그와 1장을 단숨에 읽고, 5장 무급노동, 8장 직장여성, 그리고 다시 돌아와 2~7장을 본 후 마지막 9장 함께하는 삶을 읽었죠. "여성들이 함께 모이고, 포용하고, 이야기를 하고, 슬픔을 나누면, 함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할 때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다"는 문장을 보며 꼭 '창고살롱' 북토크에서 이 책을 함께 읽고 싶었어요.


<누구도 멈출 수 없다> 표지 @부키


지난번 북토크 책 <출근길의 주문>보다 책도 훨씬 두껍고 주제도 넓어 쉽게 시작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읽을 수 있었다는 멤버들의 소감이 고마웠어요. 너무 유명한 사람이 크고 뻔한 일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선입견도 있었는데 솔직한 자전적 에세이로 풀어내는 스토리에 다들 감명받았다고 해요.



창고살롱 멤버들의 1pick 문장


혜미 pick


"강력한 행동주의와 고통을 전가하지 않는 능력, 이 두 가지를 결합시킬 수 있다면 그 누구라도 도덕적인 힘을 지닌 목소리를 낼 수 있다." p.372


여성들의 고통은 쉽게 대물림되는데요. 내가 고통을 인지하고 그걸 전가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시도하면 구체적인 힘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수지 pick


"'지금 당신이 이전보다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은 무엇인가?' 나는 이 질문을 정말 좋아한다. 우리가 배우고 성장하는 방법을 찬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p.49


요즘 고맙고 의지되는 사람은 본인이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고 존중하며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저자도 약자에게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윤택한 삶을 살고 있기에 이 문장이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현재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데 힘이 되려는 태도. 이 문장을 보면서 나는 과연 그렇게 살고 있는지 자문해보기도 했어요.


박작가 pick


"타인을 위해 일하면서 자신에게 공을 들이는 것은 내면적이면서 동시에 외면적인 작업이다. 결국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과 자기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나인 것이다." p.220


늘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데 이 문장을 읽으며 그런 시도와 도전조차도 타인을 위해 일하는 부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위안이 됐어요. 여성, 인권, 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만 특별히 어떤 '행동'은 하지 않는 데 부채감을 느꼈거든요.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위해 시도하고 있는 것들이 언젠가는 궁극적으로 타인을 위한 일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게 됐어요.


민지 pick


"모두가 평등해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연결되는 것, 모두가 소속되는 것, 모두가 사랑받는 것이 인류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p.382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지구 반대편까지 모두 연결된 세상임을 더 느끼잖아요. 우리 각자를 작은 점이라 생각하면 서로 크기를 맞추는 평등보다 사이즈와 중량이 다른 점들을 연결해 선으로 만드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리적 평등을 넘어 서로 소속되는 것, 어떤 사람을 배제하거나 고립시키지 않고 연결되려는 노력이 지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좋았어요.


석랑주 pick


"토론 없는 전통은 도덕적 발전을 죽인다." p.255


아무 생각 없이 '쟤네는 원래 그러니까' 생각하는 전통 때문에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이 문장을 보면서 그런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연결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래 pick


"여성들이 돈, 권력, 승진, 심지어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것을 특히 힘들게 만든다. (중략) 이제 변화해야 한다. 언젠가 우리가 자신답게 살고자 한다면, 힘을 모아 함께 나서야 한다. 우리의 필요가 충족되는 걸 허락하지 않는 문화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것이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문화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p.345


저도 옛날에 그랬어요. 일 욕심, 조직에 기여하고픈 권력욕도 많은데 감추고 살았어요. 이런 걸 드러내는 것 자체가 스스로 불편했던 것 같아요. '욕망 아줌마' 같이 부정적인 이미지의 여성으로 보일까 봐 숨기면서 살았죠. 그렇다고 내가 가정에 소홀한 것도 아닌데. 내가 나를 너무 옭아매었던 것 같아요.

 



여성 네트워크가 필요했던 순간  


- 직장에서 임산부에 대한 존중과 배려 부족으로 무척 힘들었을 때

- 사내 첫 육아휴직 신청자가 되었을 때

- 출산 후 창업 초기, 일하는 엄마와 엄마라는 자아 사이에서 조바심이 났을 때


여성 네트워크가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마티 인성, 현진님은 비슷한 시기에 임산부 동료들이 생겨 함께 이야기 나누고 지지해주며 도움받았던 경험을 공유해 주었어요.


또 다른 멤버는 임신으로 입덧이 심해 괴로웠을 때, 여성 리더의 포용과 배려로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시도해볼 수 있어 감사했다고 말했어요. 뒤에 올 후배 여성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다짐도 나누었고요.



내가 만들고 싶은 여성 커뮤니티


퇴사 후 에어비앤비와 운동센터를 운영하는 수지님은 엄마의 속도로 조금 느릴 수 있지만 퀄리티를 보장해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워킹맘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코로나 시대 집콕 재택과 육아로 동네 친구가 필요했다는 인성님 제안에 즉각 서로 사는 곳을 묻고 답하며 창고살롱 지역모임이 결성되기도 했어요(결국 인성님 동네 친구는 못 찾았…). 초등 자녀 엄마로서 대안교육에 관심 많은 박작가에게 혜미님은 첫 지역모임 때 근처 대안학교를 코스로 넣어 함께 방문해 보자고 제안했어요.


민지님은 직장인의 꿈 찾기 프로젝트 ‘Vacation for Vocation’(천직을 위한 휴가)을 예로 들며, 일하고 있지만 다른 이상을 꿈꾸며 엉덩이가 들썩이는 사람, 혹은 일을 꿈꾸지만 막연한 사람을 위한 네트워크를 이야기했어요. 일하는 엄마, 일하고 싶은 엄마를 위한 커뮤니티를 꿈꾸는 창고살롱도 꼭 추진해보고 싶은 네트워크였어요.


혜미님은 엄마들이 야망을 나누고 실천 과정을 서로 독려하는 네트워크를 제안했어요. 홍래님은 육아나 자녀교육 말고 어른들의 대화, 나의 마음과 생각이 담긴 글과 언어를 나눌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고요. 두 시간 꽉 채운 북토크를 마치고도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단톡방 대화가 끊일 줄 몰랐어요.



<누구도 멈출 수 없다>와 함께 보거나 들으면 좋을 콘텐츠 추천


-Annual Letter 2020 by Melinda Gates



-곽아람의 독서알람 팟캐스트 <누구도 멈출 수 없다>



-인사이드 빌게이츠




창고살롱 세 번째 책은 <9번의 일>


<9번의 일> 표지 @한겨레출판


세 번째 캔맥북토크이자, 창고살롱 프리시즌 마지막 책은 김혜진의 소설 <9번의 일>이에요.


우리는 왜 계속 일을 하며 살아갈까요? 일과 육아 둘 다 하며 살아가는 게 너무나 어려운 세상에서 일하는 엄마, 일하는 여성으로 살아가고 싶은 걸까요. 대체 일이 뭐길래, 이렇게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걸까요?


이번 북토크에서는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각자 짧은 글도 써보기로 했어요. 캔맥북토크 세 번째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덧. 창고살롱 이전 프로그램 참여자분들에게 우선 신청권을 드렸는데 감사하게도 모두 다시 신청해주셔서 일찍 마감됐어요. 다음엔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기회 만들어볼게요.


마더티브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othertive/



매거진의 이전글 일하는 엄마를 위한 출근길의 주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