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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프레쉬 Mar 13. 2020

Work IN Life
내 삶의 중요한 부분, 일

나의 일과 삶을 나눌 수 있는 여성들의 느슨한 연결을 꿈꾸며

나를 포함, 내 주위의 가족, 친구, 동료 등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급작스러운 퇴사 결정. 내 직장경력 11년 차 되던 봄, 그렇게 나는 '엄마가 필요한 아이'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온몸으로 실감하며 결혼 후 7년간의 저글링, 워킹맘 생활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엄마가 되기 전, 일은 내 삶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항상 더 잘 해내고 싶었고, 욕심을 내게 되는 대상이었다. 내 삶에서 일을 분리해 내고, 일이 아닌 오롯이 나, 개인의 영역에 대해 지각하는 감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일'은 나의 정체성 그 자체였다.(Work = Life)


그런데 엄마가 된 이후, 그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했다. 친정부모님과 도우미 아주머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워킹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매우 감사한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유치원에 행사가 있거나 중요한 학부모 모임이 있는 날은 '엄마'인 나 이외에 그 어떤 존재로도 NEVER, EVER 대리 참석의 옵션은 애당초 내겐 없었다. 자율 출퇴근제를 최대한 활용하며 새벽 6시에 출근, 3시에 칼퇴근을 하고 오후 엄마 역할로 참석하기 위한 노력을 참 열심히도 했다. 그렇게 나는 완벽하게 dual role을 해내고 싶었나 보다. (Work vs. Life)


그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경력단절, 전업주부로서의 시간. 내게는 만감이 교차하는 긴 시간이었다. 그런데, 드물게 걸려오던 헤드헌터의 전화도 거의 끊겨가던 경력단절 5년 차 어느 봄날, 예전 동료를 통해 '엄마를 위한 창업가 과정' 구글 캠퍼스 프로그램을 추천받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 '일'을 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서서히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 마음 한 구석 예비창업가 마인드를 품고, 소셜벤처에서 일을 하고 있다. 엄마인 나의 상황과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서로 지지해주는 따뜻한 환경에서 비슷한 동료들과 일을 한다. 아이들이 방학이라 집에 있는 날이면 재택근무가 디폴트 값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당연시하고, 배려한다. 재택근무라는 옵션을 조직의 인정과 지지로 마음의 큰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재택근무 3주 차를 맞이하는 요즘, '재택근무'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할 말은 무지 많다.) 


무엇보다 내 삶에 일을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다. 예전처럼, 명함을 건네었을 때 누구나 다 아는 설명이 필요 없는 회사, 한 단어로 명쾌하게 말하면 감탄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직장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집중하여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성장'의 경험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는 곳. 그리고 그 일을 매개로 다양한 분야와 백그라운드의 사람들과 관계를 확장해 나아갈 수 있는 지금의 나의 일이 나는 참 좋다. 무엇보다 보안이 too much 철저하여 나 이외엔 사업장 출입 자체가 허용되지 않던 이전 직장과 달리, 방학 때 엄마 사무실에 출근해 하루 종일 도서관처럼 책도 보고, 보드게임도 하다 함께 퇴근할 수 있는 지금의 나의 일터. 그리고 내가 만들어 가는 다양한 프로젝트(일)에 아이의 인사이트를 구하고, 그 결과물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금의 나의 일이 나는 참 좋다. (Work IN Life = WIL)


그런 감각들을 체득해 가면서, 나와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가진 수많은 보석 같은 워킹맘, 경력 보유 여성분들을 알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각자의 상황과 위치에서 자신만의 방법대로 '나만의 커리어 서사를 만들어 가는 여성들'. 정답은 없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지지, 응원해줄 수 있는 그 커뮤니티의 파워풀함을 나는 종종 경험한다.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레퍼런스로 다가갈 수 있는 동시대 여성들의 느슨한 연결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창업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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