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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Mar 25. 2020

저, 머리에 렉 걸린 것 같은데요.

똥멍청이가 된 기분입니다.



아 큰일이다, 아주 똥멍청이가 된 기분이야.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다. 지난주는 몸이 말썽이더니, 이번 주는 머리가 말썽이다. 그나마 마음은 멀쩡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이 또한 몸과 마음에서 발생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머리가 렉 걸린 것처럼 멈춰서 돌아갈 생각을 안 한다. 이것 참 큰일이다.


집중력이 유지되는 시간도 확 짧아졌다. 금세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미리 세웠던 오늘의 스케줄표는 쓸모가 없어졌다. 괜히 또 뭉그적 뭉그적 댄다. 


글도 잘 안 써진다. 타이핑을 하는 동안 이다음에 쓰려던 말도 까먹는다. 어휘들도 갑자기 확 줄어들어 썼던 단어들만 반복 또 반복이다. 상대방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었는데, 찰떡같이 말해줘도 개떡같이 알아듣는다. 이거 좀 큰일이다. 갑자기 속이 탄다. 사람이 이렇게 한 순간에 멍청해질 수 있는 건가?





꼭 렉 걸린 컴퓨터마냥 버벅댄다. 컴퓨터는 이럴 때 '다시 시작'이라도 누를 수 있지.

나는 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우선 머리가 방전이 되는 데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은 것들을 하나씩 적어봤다.


1. 좋은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회사일을 위한)

2. 좋은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나의 글을 위한)

3. 매일 글을 써야 한다. (최소 세 단락 이상의, 너무 짧지 않은 글을)

4. 영감이 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영감을 기록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적어보니 알겠다. 자꾸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몰려드니 과부하가 생길 수밖에. 계속 무거운 크리에이티브 프로그램만 돌려대니 버벅거리다 결국엔 '응답 없음'이다. 모든 프로그램을 한 번에 돌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고사양의 CPU가 필요하다. 아니면 한 번에 하나씩만 돌리던가. 





내 CPU는 진정 펜티엄이었던 것인가



성격이 급하다 보니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하려다 탈이 났다. 내 CPU는 멀티에 최적화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과대평가했다. 한 번에 여러 개를 마구 펼쳐놓으니 뭐 하나도 그럴듯한 진전이 없다. 한번 전체 시스템을 껐다 켜면 좀 덜 버벅거릴 것 같긴 한데, 그러기엔 오늘은 수요일이다. 아직 주말이 되려면 이틀이 더 남았다. 


뭐라도 해볼 수 있는 건 해봐야 한다. 우선 그동안 방치했던 향초에 오랜만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로 샀던 BOSS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었다. 방의 조도도 책을 읽기에 안성맞춤인 아늑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그동안 모아 온 나의 취향들을 한데 불러 나를 달래는 시간을 만들었다. 


우선 침대의 온수매트를 켜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워 아무 글이나 읽을 거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읽을 거다. 아, 휴대폰도 무음으로 돌려놔야지. 일단 이렇게 하면 내가 멍청하다는 기분은 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니 CPU도 버벅대진 않을 것 같다. 


렉 걸린 머릿속에서 용량이 무거운 생각들을 강제 종료했다.

어제, 오늘과 달리 내일은 부디 빠릿빠릿한 CPU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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