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팬데믹 사태로 전 세계가 난리다. 최근엔 해외에서 확진자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도시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를 봉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봉쇄한다는 것은 외부의 접촉을 막겠다는 것. 그만큼 이 바이러스는 유난히 전염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중이다. 각국 대표와 유명인사들도 자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장려하며 외출 자제와 개인위생 관리를 당부하고 있다.
출처: 엠마 왓슨 인스타그램
나의 영원한 헤르미온느, 엠마 왓슨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달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렇게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쉴 새 없이 쏟아지던 트렌드 키워드들은 벌써 눈에 띄지 않을 정도다. 코로나를 예측했었어야 해.
저희도 거리 좀 둘 줄 아는데요
이때다 싶어 전 세계의 이름 날리는 마케터들이 짱구를 굴리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브랜딩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브랜딩뿐이랴, 마케팅, PR, 그리고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한 번에 해결했다. 우리가 얼마나 센스 있고, 소비자의 건강과 안위를 생각하며, 세계가 이 위기를 잘 극복해나가길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맥도날드였다. 맥도날드의 상징인 금색 아치형 로고가 분리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다는 메시지가 한눈에 보인다. 어떻게 브랜드의 상징인 로고를 변형시킬 수 있냐고? 맥도날드니까! 이미 맥도날드의 오리지널 로고가 익숙한 사람들은, '거리를 두는' 이 로고에서도 충분히 맥도날드를 떠올릴 수 있다. '거리를 두는' 이 로고와 함께 비대면 주문 방식인 드라이브 스루를 장려하는 메시지가 브라질 도시 곳곳의 전광판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최근 맥도날드가 끊임없이 보여주는 심플하면서도 함축된 브랜딩을 이 캠페인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한결같은 맥도날드. 전 세계의 그 많은 브랜치에서 같은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심지어 각국에서 쓰는 에이전시도 다 다를 텐데 말이다. 참고로 브라질에서의 이 캠페인은 브라질의 한 에이전시에서 제작했다고 한다.
출처: 버거킹 벨기에 페이스북 페이지
버거킹 (벨기에)
맥도날드의 영원한 라이벌, 버거킹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버거킹의 메인 슬로건인 'Home of the whopper'를 활용한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STAY HOME. 집에만 있어라. 버거킹의 상징인 와퍼까지 쿨하게 빨간 줄로 지워버렸다. 그 정도로 이 사태는 심각하다는 것도 한눈에 보여준다.
떨어져 있는 것이 가장 뭉치는 것이다
출처: AdAge (https://adage.com)
코카콜라
버거의 단짝, 코카콜라도 이 흐름에 편승했다. 평소 때라면 사람 제일 많기로 유명한 그곳,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코카콜라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등장했다. 코카콜라의 시그니처인 필기체 로고가 서로 거리를 둔 모습이다. 그리고 한 줄의 메시지가 더해졌다. 'Staying apart is the best way to stay united. 떨어져 있는 것이 가장 뭉치는 것이다.' 짧지만 묵직한 한방이다.
게다가 코카콜라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힘쓰는 분들을 위한 비영리단체에 정말 큰 액수의 기부까지 했다고 한다. 네, 코카콜라 이미지 좋아지는 소리 들리죠? (그런데 여기서 드는 개인적인 궁금증 하나, 지금은 타임스퀘어에 사람도 별로 없는데, 그럼 전광판 광고 가격이 좀 네고가 되었을까? 할인 어디까지 받았을까? 그래도 타임스퀘어니까 안 해주려나 할인?)
출처: 타임아웃런던 공식 인스타그램 (@timeoutlondon)
타임아웃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 매거진, 타임아웃도 재치 있는 거리두기에 동참했다. 'TimeOut'을 'TimeIn'으로 바꾼 '밖에 나돌아 다니지 말고 안에 있자.'라는 함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로고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왔다. 그리고 그 후 업로드되는 모든 콘텐츠에는 일시적으로 바뀐(?) 로고가 사용되었다. 물론 지금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도 바뀐 로고다.
이와 함께 타임아웃은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다. 집안에만 있는 독자들을 위해 콘텐츠를 라이브로 스트리밍 하기 시작했다. 'Lesser known streaming gold for when you’re self-isolating. (자가 격리할 때 보기 딱 좋은 졸잼 스트리밍이 있는데 다들 아려나 몰라.)'라는 메시지와 함께. 흐름을 재빠르게 잘 탄 미디어 회사의 모습이다.
출처: ADWEEK (https://www.adweek.com)
메르카도 리브레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지만 중남미 1등 전자상거래 기업인 메르카도 리브레도 영리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아르헨티나 기업인 메르카도 리브레는 중남미에서는 아마존도 앞지를 정도로 큰 이커머스 기업이라, 중남미에서는 이 악수하는 모양의 로고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헌데, '악수하기'는 코로나19의 예방수칙과 매우 어긋난다. 악수는 타인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르카도 리브레는 팔꿈치 인사를 로고에 담았다. 이 로고를 보면 '우리 악수 말고 팔꿈치 인사하자!'는 메시지를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다.
팔꿈치 인사는 실제로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인사법으로 매너를 지키는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정치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이 한다. (나도 지금 뉴스에 검색해보고 처음 알았다. 낯설다 이 광경.)
출처: 야놀자 공식 인스타그램 (@yanoljainsta)
야놀자
우리나라도 수많은 브랜딩 캠페인이 있었지만, 로고를 활용한 캠페인은 야놀자가 제일 기억에 남아 한번 소개해본다. (야놀자 네이티브 애드 아니에요ㅠㅠ)
야-다음에-놀자 라는 너무나도 귀엽고 신박한 슬로건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응원하는 이 캠페인은 기존 야놀자의 쾌활한 이미지에 딱 맞는 선택이었다. 특히 숙박사업을 하는 야놀자가 이렇게 나오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꽤나 큰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마음의 동료를 얻었다. 야놀자도 다음에 놀자는데, 나도 다음에 놀지 뭐.
출처: 나이키 공식 인스타그램 (@nike)
마지막은 좀 감동적인 아이템을 넣어봤다. 전 세계 희망의 아이콘, 나이키는 인스타그램에 위 이미지와 같은 포스터를 올렸다. 의역을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하는 플레이를 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요? 지금이 그 기회입니다. 안에서 플레이하세요, 그게 세계를 위한 플레이입니다.
올림픽마저 연기된 지금 이 상황에서 진한 울림을 주는 나이키의 한마디였다.
글로벌 기업들의 다양한 사회적 거리두기 독려 캠페인을 보며 느낀 점은 딱 하나다. 이래서 브랜딩이 중요하다.
어느 기업이 이렇게 쿨하게 로고를 막 바꿀 수 있을까? 로고를 암만 바꿔도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인지 다 아니까, 이미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니까 이런 캠페인을 할 수 있는 거다. 브랜딩, 진짜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다. 물론 그 와중에 타 지역에 여행을 가 다른 지역사회에 감염의 위험을 퍼트린 확진자도 출몰했다. 오래 기다린 봄, 심지어 미세먼지와 황사도 없는 얼마 만에 맞이하는지 모르겠는 이 아름다운 봄, 당연히 그냥 보내기 아쉬울 거다. 태생이 집돌이인 나도 못 나가게 하니 온몸이 근질근질거린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아직 여름, 가을, 겨울이 남았다. 이번 여름 수영장까지 문 닫을 수는 없지 않은가! 물놀이하며 여름휴가를 맘껏 즐기려면 코로나부터 보내야 한다. 그러니 우리, 사회적 거리를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