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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Mar 21. 2020

<아무노래>, 마케팅 누가 했어요?

내가 꼽은 2020년 1분기 최고의 콘텐츠 마케팅


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
아무거나 신나는 걸로.



올해 초, 참 많이 들었던 노래가 있다면 단연 지코(ZICO)의 <아무노래>를 꼽겠다. 노래를 끝까지 들었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이 노래의 앞부분은 셀 수없이 많이 들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출처: 네이버 VIBE



<아무노래>는 전략이 참 좋았다.



지코의 2020년 신곡 <아무노래>를 홍보하기 위한 '아무노래 챌린지'는 이 곡 앞부분의 안무를 따라 추는 챌린지다. 예전부터 틱톡에 있던 노래에 맞춰 특정 안무를 추는 여러 챌린지와 비슷했는데, 이 챌린지는 유독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한마디로 제대로 터졌다. 이 챌린지로 인해 틱톡에 대한 다양한 연령대의 관심이 급증했고, 지코의 아무노래도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콘텐츠는 왜 유독 많은 인기를 끌었을까? 






FORMAT

'아무노래 챌린지'가 성공한 첫 번째 이유는 이것이 '영상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요즘 가장 각광받고 있는 콘텐츠는? 단연 영상 콘텐츠다. 보기 쉽고, 이해가 빠른 영상 콘텐츠가 대세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노래와 안무, 그리고 지코를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오디오나 텍스트, 이미지 형식이 아니라 비디오 콘텐츠여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일 터. 지코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컴백 전 티저 영상을 발표하고, 안무 연습 영상, 여러 버전의 뮤비 영상을 공개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프로세스다. 하지만 <아무노래>는 조금 다른 영상을 선택했다. 바로 '챌린지'다. 아무나, 쉽게, 어디서든, 어떻게든, 참여할 수 있는 챌린지.



뒤에 챌린지가 붙으면 사람들은 그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가만히 콘텐츠를 수용하는 '독자'나 '시청자'의 입장에서, 직접 주체가 되어 개입할 수 있는 '화자'의 시선이 된다. 그러니 지코의 첫 포스팅에 달린 #아무노래챌린지 해시태그를 보고 사람들은 '새 노래를 들어보자'라는 자세보다는 '이 챌린지는 내가 뭘 하면 되는 거지?'의 자세로 영상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돌려보고 또 돌려봤을 것이다. '챌린지'에 동참하기 위해 내가 외워야 할 안무 동작들을 다시 숙지하기 위해. 그렇게 지코와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co-creation)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PLATFORM

영상 콘텐츠라면 자연스레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많아진다. 특히 이 시대 플랫폼의 최강자,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을 모두 섭렵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아무노래 챌린지'의 두 번째 비법.




우선 틱톡부터 이야기해보겠다. 틱톡은 10대와 20대 초중반이 주로 이용하는 영상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명 '숏폼(short form)' 콘텐츠가 메인 콘텐츠인 플랫폼이다. 틱톡의 숏폼 콘텐츠, 즉 짧은 형식의 콘텐츠는 보통 15초에서 30초 정도로 정말 짧다.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나 유튜브의 스토리 기능도 숏폼 콘텐츠에 해당한다. 다만 틱톡은 타 플랫폼의 숏폼 콘텐츠와 좀 다른 성격을 띤다. 틱톡은 챌린지가 활발하게 활성화되어있는 플랫폼이다.


틱톡은 배경음악이나 스티커, 화면 효과 등 사용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편집 요소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각양각색의 편집 요소들을 모아 하나의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고 공유한다. 여기서의 공유는 '내가 이 콘텐츠를 만들었다!' 하는 일방적인 공유가 아니라, '내가 이런 거 만들었는데, 너도 해볼래?'라고 제안하는, 상대방에게 권하는 공유다. 그러다 보니 이미 챌린지에 익숙해진 틱톡 유저들은 '아무노래 챌린지'도 쉽게 받아들이고 금방 따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무노래>는 일단 10대, 20대 타깃은 확보한 것.





두 번째 관건은 유튜브였다. 지코가 여러 셀럽들과 함께 챌린지를 한 영상이 유튜브에서 연일 화제가 되었다. 나도 지코와 화사가 함께 했던 챌린지 영상은 넋 놓고 여러 번 돌려봤다. 화제가 되니 요즘 시대 최고의 인싸 그룹이라 불리는 유튜버들이 뛰어들었다. '아무노래 챌린지'는 어느새 '인싸 라면 꼭 해야 하는 챌린지'로 탈바꿈되었다. 그리고 유튜브는 풀(pool)이 넓다. 유튜브를 통해 <아무노래>는 대중성을 추가했다.




마지막은 인스타그램인데, 사실 지코가 '아무노래 챌린지'를 처음 소개한 플랫폼은 지코의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with #아무노래챌린지.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그 누구보다 해시태그에 익숙하다. 그리고 챌린지에도 꽤나 익숙한 편인데, 그전까지 인스타그램의 챌린지는 조금 정적이었다. 보통 이미지 콘텐츠를 사용한 챌린지가 많았다. 하지만 '인싸 라면 꼭 해야 하는 챌린지'라는데 인스타그래머들이 빠지면 섭하다.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인스타그램인데, 당연히 흥할 수밖에. 






INFLUENCER

'아무노래 챌린지'의 마지막 한 방, 인플루언서 마케팅. 

일단 지코가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다. 그리고 그의 네트워크 풀(pool) 역시 인플루언서다. 지코를 썩 좋아하지 않거나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본인이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인플루언서가 이 챌린지에 참여했다면 일단 한번 보게 된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래머,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많은 이들이 이 챌린지에 참여했다.


인플루언서는 말 그대로 영향을 주는 사람이다. 이들에게 영향을 받은 많은 일반인도 챌린지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틱톡을 하지 않는 사람도, 인스타그램을 활발하게 하지 않는 사람도, 본인을 '인싸'의 범주에 넣지 않는 사람도 챌린지에 함께했다. '재밌으니까. 요즘 이런 게 유행이라고 하니까. 일단 어디 나도 한 번.' 이게 바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바이럴이 더해진 결과다.




출처: 이효리 인스타그램



여기에 이효리가 뛰어든다. 평소 SNS 업데이트도 그렇게 활발하지 않고, 연예인들 다 한다는 릴레이나 챌린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영원한 셀러브리티 '이효리'가 자발적으로 이 챌린지에 동참한다. 그리고 이 사건은 유재석의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한번 더 언급이 되어 공중파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이효리도 했다고? 아무노래가 대체 뭔데? 한번 찾아보자'. 자연스레 액션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바이럴은 성공했고, 공중파까지 등장했으니 이제는 전연령이 실소비자가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이쯤 되니 이 챌린지를 기획한 사람이 누구일까 참 궁금해진다. 지코의 아이디어일 수도, 회사 마케팅팀이나 홍보팀 직원일 수도 있다. 사실 안무 영상 챌린지가 아예 없던 새로운 장르도 아니었다. 셀럽들의 SNS에 아는 지인의 앨범이 나왔으니 많이 들어달라는 멘트도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가. 


이래서 참 콘텐츠가 신기하다. 기존에 없던 것을 선보이는 것도 대박 콘텐츠가 되는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미 있던 것들 속에서 나의 콘텐츠에 가장 필요한 부분만 잘 버무려내도 획기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포인트들을 놓치지 않고 잘 찾아내는 것이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의 능력이겠지.


누구의 아이디어건 간에 참 부럽기도 하고 만나보고도 싶다. 그리고 어떻게 이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물어보고 싶다. 평소에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으시나요? 그 방법 좀 같이 씁시다.


(이랬는데 알고보니 틱톡에 유료로 광고태운건데요? 하면 나는 여즉 광고도 구별 못하는 전 PR인, 현 콘텐츠 에디터가 되겠지... 아님 이 팀이 감쪽같이 진짜 잘한거라 칭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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