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컨설팅이 콘텐츠 컨설팅이 될 줄이야
매주 수요일 저녁, 유일하게 챙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바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 그 골목에 있는 식당들의 개선 솔루션을 선보이는 이 프로그램은 매 방송 회차가 화제가 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처음엔 이 프로에 출연하는 식당들이 어떻게 바뀌는지 궁금해 챙겨보았는데, 어느새 백종원 대표의 솔루션이 나의 커리어에도 꽤나 영양가 있는 조언이 되어 의무적으로 챙겨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이 콘텐츠를 제작할 때 어떤 깨달음을 주었는지 오늘 이 글을 통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콘텐츠의 연관성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나오는 백종원 대표의 단골멘트가 하나 있다. 나의 입맛을 기준으로 두지 말고, 대중의 입맛을 공략하라는 거다. 위 이미지를 기준으로 나의 취향이 까만 부분, 양극에 위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내가 공략할 수 있는 부분은 오직 나의 취향이 자리한 한쪽의 까만 부분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아래 하늘색 부분의 고객들은 모두 놓치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게 곧 대중의 취향일 때가 많다.
콘텐츠도 나의 취향과 대중의 취향을 모두 고려한 콘텐츠가 먹히기 쉽다. 양극의 매니아층을 노리려면 내가 그 취향의 엄청난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식당을 운영하기 전 충분히 상권과 메뉴를 분석하라는 백종원 대표의 말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콘텐츠를 어떤 플랫폼에 태울 것인지,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비슷한 콘텐츠는 없는지, 그리고 어떤 타깃을 공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골목은 주변에 오피스가 많아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대목이고, 대학가 근처에 위치한 골목은 당연히 학생들이 주요 고객이다. 그러다 보니 직장인들이 많은 골목은 빨리 나오는 국밥류나 백반집이 흥하고, 학생들이 많이 찾는 골목은 학생들의 입맛에 맞춘 떡볶이나 파스타 같은 메뉴가 대체로 잘팔린다. 이렇게 식당을 운영할 때 상권을 분석하듯 콘텐츠도 타깃을 분석해야 한다.
콘텐츠는 나이대와 성별, 취향, 관심사 등이 타깃을 나누는 데에 큰 지표가 된다. 이 콘텐츠가 어떤 그룹에 전달되어야 하는지 파악하고 나면, 식당의 메뉴를 고르듯 콘텐츠도 전달할 플랫폼과 톤앤매너를 고민해야 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10대와 50대가 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다르기 때문에 적당한 플랫폼을 찾는 것도 콘텐츠 에디터의 숙명이다. 적합한 플랫폼을 찾았다고 해서 다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도 아니다. 메시지를 전하는 톤, 즉 화법도 고민해야 한다.
상대방의 공감을 자아내는 톤을 장착해야
비로소 상대방이 소비할 마음이 생긴다.
백종원 대표의 또 다른 단골멘트가 있다.
"잘 되는 식당 말고, 파리 날리는 식당을 가보세요. 맛도 썩 나쁘지 않은데 왜 안되는지를 보셔야 해요."
이거, 콘텐츠에도 너무 맞는 말.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빵 뜨는 콘텐츠들이 생겨난다. 콘텐츠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콘텐츠를 근시일내에 접할 것이다. '아, 이건 이래서 잘됐네, 오 이거 타이밍 잘 맞았네, 센스있네' 하고 이 콘텐츠가 잘 된 이유를 분석한다. 그리고 각자의 콘텐츠에도 적용해본다. 하지만 내가 만든 콘텐츠는 빵 터진 콘텐츠만큼이나 잘 되지 않는다. 왜일까? 빵 뜬 콘텐츠를 나만 분석하겠는가. 남들도 다 분석한다. 그리고 그 콘텐츠가 잘한 점을 너 나 할 것 없이 본인의 콘텐츠에 적용한다. 그럼 다 똑같아진다. 그렇게 아류작이 생기고, 인기 콘텐츠만 오리지널로 승승장구할 뿐이다.
종종 내용은 괜찮은데 잘 안 뜨는 콘텐츠, 실패작으로 네티즌들에게 안 좋은 리액션을 받는 콘텐츠들을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왜 잘 안되었는지, 왜 비난을 받는지, 혹시 나의 콘텐츠와 닮은 점은 없는지 뜯어보고 살펴보아야 한다. 그럴 때 나의 콘텐츠를 조금 더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고, 보완할 점을 찾기도 쉽다. '적어도 이렇게만 안 하면 되겠다.'라는 것은 보일 것이다.
또 하나 골목식당에서 얻은 꿀팁은 손님들이 음식을 남겼을 때 음식이 어땠는지 물어보라는 것이었는데, 콘텐츠도 그렇다. '나는 이게 괜찮았던 것 같은데 왜 소문이 안 날까' 싶으면 이것저것 고민해보는 거다. 내 타깃이 이 플랫폼을 주로 이용하는 시간은 몇 시인지 분석해 업로드 시간도 바꿔보고, 해시태그도 이것저것 바꿔가며 도달률이 높은 것을 찾는 거다. 이렇게 분석하고 리뷰하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노하우가 생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식당을 운영하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보이는 것보다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뚝딱 만드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자꾸 변하는 대중의 입맛을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맞춰가야 한다. 그래도 고객이 깨끗하게 비운 밥그릇 하나에 힘이 나고, 독자의 '좋아요' 하나에도 힘이 난다. 그래서 그렇게 힘들다 하면서도 꿋꿋이 장사하고, 콘텐츠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