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톡, 가벼운 잡담. 보통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점심을 먹거나, 티타임을 가질 때, 일이 아닌 일상생활 속 주제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 보통은 날씨 얘기를 하기도 하고, 최근 이슈가 되는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각자 어쩜 그리 정보들이 바삭한 지, 각지의 카더라 통신도 엿들을 수 있다.
나는 스몰 톡을 잘 못하는 편이다. 특히 술이 안 들어간 자리에선 더욱. 낯도 좀 가리는 편이고, 원체 다른 사람에게 크게 관심이 없어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이 질문이 상대방에게 실례는 아닐지, 이 질문이 상대방에게는 스몰 톡이 아니라 빅톡이 될까 봐 질문도 쉽사리 못하겠다. 듣는 건 잘하겠는데, 질문을 먼저 하거나, 질문에 대답을 하거나, 되묻는 건 조금 어렵다.
생각이 많아 질문에 대한 답변을 쉽게 하지 못한다. 생각 못한 질문이 들어오거나, 좀 긴 이야기나 설명이 필요한 질문을 받으면 내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스몰 톡이 빅톡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순간의 단어 선택이나,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곧 나를 정의하는 수식어가 될 것을 알기에 조금 더 신중하게 답변을 하려고 한다. 나를 모르면 몰랐지, 나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것은 싫다.
굳이 대답해야 하나요?
스몰 톡의 경계가 허물어질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스몰 톡의 범주는 날씨, 음식, 최근 시사 이슈 등 공공연한 사실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다. 알게 된지 얼마 안 됐는데, 나의 연애 상태에 대해 묻는다거나, 굳이 말을 하고 싶지 않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 기준 스몰 톡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는 그런 게 스몰 톡이라고 느껴지나 보다. 이럴 때는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하나 굉장히 곤란스럽다. '말하기 싫은데요.'하고 딱 잘라서 말을 하면 분위기가 싸해질게 뻔하고, 우물쭈물하다간 후속 질문이 쏟아지거나, 듣고 싶은 사람 마음대로 해석할게 눈에 보인다.
내 얘기를 아끼는 편이다. 상대방과 천천히 알아가는 것이 좋다. 상대방과 조금 더 알아간 후에 하나씩 하나씩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상대방이 나의 사생활이나 나의 (일과 관련 없는) 히스토리를 알게 된다고 갑자기 프로젝트가 착착 진행된다거나,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온다거나 하지 않는다. 반면에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연히 좋다. 이 일에 대한 나의 철학이나 이력, 경험 등을 공유하며 얻는 정보는 일에 분명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회사에 일을 하러 왔지, 친목하러 온 게 아니니까.
오히려 사사로운 대화를 많이 하다 보면, 일할 때 사적인 감정이 섞이기 마련이다. 피드백에도 사적인 감정이 들어간다.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를 아주 명확하게 구분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그러하지 못하다. 그래서 문제다. 일을 할 때는 딱 일만 하면 좋겠다. 모든 감정과 그 사람의 개인적인 스토리도 배제하고.
물론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는 스몰 톡, 선을 넘지 않는 스몰 톡을 주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가끔 부럽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엔 나도 나름 노력 중이다. 내가 생각하는 스몰 톡의 범주 내에서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고, and you? 까지 자연스럽게 되물을 수 있도록 의식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