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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Mar 20. 2020

스물아홉,
꼰대가 되는 것이 두렵다.

나는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


내년이면 서른이다.
멋지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나이지.



나는 지금 괜히 싱숭생숭한 스물아홉의 봄을 보내고 있다. 서른이 되기 전 멋지게 나이 드는 나만의 노하우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서른이 넘어서는 게으름쟁이에서 탈피하고 싶어 하나 둘 생산적인 습관을 만들기 위한 약간의 노력도 하고 있다. 서른이 참 별거 아닌데, 또 괜히 서른이라고 하면 되게 있어 보인다. 스무 살 때 스물둘, 셋의 선배들을 볼 때의 느낌이랄까. 요즘 그렇게 서른셋, 넷의 인생 선배들을 보면 괜히 참 멋있다.


아,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다. '아니, 저 나이에 벌써 저런 꼰대 같은 마인드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그게 무슨 자랑이라고 본인의 SNS에 꼰대력을 엄청나게 표출한다. 여기서 키포인트, 꼰대는 자기가 꼰대인지 절대 모른다. 그러니 보다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원래 안 저랬는데 지금은 왜 저럴까' 싶기도 하고, '저 사람은 나랑 진짜 다른 생각을 가졌네. 멀리해야겠다.' 싶은 사람도 있다.


아씨,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나는 서른이 되기 전, 멋지게 나이 드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야, 너두 꼰대 될 수 있어.



스물아홉, 어느 정도 사회생활도 해본 나이다. 직장을 다니며 독립을 한 사람들도 있을 테고, 빠르면 가정을 이미 이룬 사람도 있는 나이. 나 역시 자취를 하며 독립 세대를 이루고 있는 세대주다. 이렇게 사회에서도 본인의 입김이 꽤 세진 나이, 이제는 '어른'이라 불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나이, 그게 지금 우리 나이다. 


사회생활해본 짬바도 있고, 회사에선 신입 딱지를 뗀 지 얼마나 됐다고 실무 결정은 내가 직접 진행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내 고집이 점점 세진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다 옳은 것 같다. 주변 사람들도 매번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다 보니 하는 얘기가 다 거기서 거기다. 아, 내 세계가 좁아짐을 느낀다. 


그래서 더 시대의 흐름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이 시대의 감수성에 공감하려고 한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리고 퇴근해 집에 오면 참 피곤하다. 재미있는 글만 읽고 싶고, 골치 아픈 글 앞에선 자동으로 흐린 눈이 된다. 하지만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다. 오늘은 맞았던 사실이 내일은 틀린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니 계속해서 알아야 한다. 


AI, 빅데이터가 하도 좋아진 세상이라 내 취향에 딱 맞는 노래를 추천해주고, 내가 관심 있어해 할 만한 글들만 자꾸 추천해준다. 그렇지만 내 관심 밖의 일도 가끔은 봐야 한다. 정보를 편식하게 되면 편견이 강화된다. 그렇게 쌓인 편견은 꼰대가 되는 지름길로 날 인도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어디서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정보의 풀(pool)이 참 좁아진다. 나는 이직을 하며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났다. 내 친구들이 제일 잘났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나누는 얘기들이 제일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넓고 멋진 사람은 많았다.


특히 끊임없이 배우려는 '어른'들이 많았고, 그들은 함께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성장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모여 언성을 높이지 않고 생산적인 생각을 나누는 것은 멋졌다. 내가 15일 동안 매일 글을 쓰는 #반달쓰기 를 하는 이유도 그중 하나다. 계속해서 내 글을 쓰며 내 생각을 정리해보고, 다른 이들의 생각이 담긴 글을 읽어본다. 그렇게 우물 안에서 나와 세상을 조금씩 넓혀간다.







꼰대가 되지 않는 것.
멋지게 나이 드는 첫 번째 방법.



본인의 가치관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흔들리지 않을 중심이 되는 버팀목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본인의 가치관이 '정답'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그래서 조금 귀찮아도 세상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세상이 나에게 틀렸다고 할 때 나의 가치관을 돌이켜볼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 조금은 겸허하게. 그렇지 않으면 '으휴, 저 고집 센 꼰대'소리 듣는 거 한 순간이다.


나는 꼰대가 되는 것이 두렵다. 그렇다고 나도 이 세상의 모든 변화에 다 동의한다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못한다. 하지만 조금 더 넓은 세계에서 살고 싶다.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어도 열린 마음과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편협하게 살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도 꼰대는 멋이 없다.


내가 찾아낸 멋지게 나이 드는 첫 번째 방법, 바로 꼰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세상을 조금 더 알아야 하고, 공감해야 한다. 이 시대의 감수성을 읽어야 한다. '나는 언제든지 꼰대가 될 수 있다'는 경계를 풀지 말고 세상을 대하면 좋겠다. 꼰대는 나이 순이 아니니까. 


지금 나는 내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출발선에 서있다. 이 출발선을 지나면 내 스노우볼은 내 앞에 펼쳐진 눈밭을 구르며 점점 더 거대해지겠지. 기왕이면 내 눈밭은 멋졌으면 좋겠다. 내가 잘만 노력하면 내 앞의 눈밭은 내가 어떻게든 가꿔볼 수 있을 것 같다.


멋진 생각을 많이 담고, 멋진 사람들을 많이 보다 보면 내 스노우볼도 멋진 스노우볼이 되지 않을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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