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인싸라는 단어가 안 보이는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 공중파 방송 속 자막에서도 인싸라는 단어는 굉장히 빈번히 출몰할 정도니까.
사회에서 규정짓는 인싸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극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소위 요즘 힙하다는 전시, 공연, 카페, 맛집, 술집 등의 플랫폼을 줄줄 꿰고 있는 사람이다. 집순이와는 거리가 멀고, 주말은 물론 평일 퇴근 후에도 약속이 꽉 찬 사람들이 주로 인싸로 불렸으며, 플러스 알파로 SNS를 굉장히 활발히 하고 그들을 따르는 팔로워 수가 어느 정도 레벨의 인싸인지 증명하는 듯했다.
이제는 핵인싸까지 등장했다. 인싸 속에서도 핵인싸라는 계급이 생겨났다. 인싸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특히나 글을 쓰고, 트렌드와 가깝게 지내야 하는 나의 직업 특성상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방향의 특성상) 나는 인싸여야만 했다.
구글에 인싸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는 위와 같다
나는 사실 인싸와 거리가 멀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에는 낯을 좀 가리는 편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말도 먼저 걸지만, 속으로는 그 어색한 정적이 싫어 뭐라도 지껄여보자는 식이다. 과잉된 리액션 또한 어색할 때 보이는 행동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다는 거다.
약속 있는 주말을 즐긴다. 하지만 먼저 약속을 잡지는 않는다. 어쩌다 약속 없는 주말을 맞이하면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정말 배고파 죽겠을 때 배달 어플로 음식을 시키고, 음식이 도착함과 동시에 발이 땅에 닿는다. 어쩌다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연락을 하다가도, 조금은 귀찮지만 내가 먼저 말을 걸었으니 라는 책임감과 함께 의무감으로 이어가기도 한다. 약속이 없는 주말은 그 누구의 잔소리도 간섭도 없는 나의 오롯한 시간. 그 시간을 더 즐길 때도 있다.
영국 런던 「Tate Modern」의 전시. 전시는 혼자 보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힙하다는 카페, 맛집, 전시, 공연 등의 문화 플랫폼은 참 좋아한다. 하지만 일종의 거품이 빠지고 가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 있다 보면 굉장히 지친다. 아무리 힙하대도 지친 게 먼저라 힙한 게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럼 애써 줄 선 보람이 없어지니까, 일단은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는 거다. 저곳이 찐이라면 계속 살아남겠지 하고. 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 사라진 후에 다시 찾아올게 하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저 좀 찍어주시겠어요 라는 말은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면 잘 꺼내지 못한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가 많았으면 좋겠지만 인친님과 소통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인싸는 평범한 것을 거부한다. 군중 속 지나가는 행인 1, 행인 2는 못하겠다는 거다.
인싸를 추앙하는 사회 속에서 살다 보니 인싸가 아닌 평범한 것에 대한 인식이 조금 변했다. 평범하면 지루하고, 유행에서 뒤처진다. 그렇지만 평범함엔 죄가 없다.
지나가는 행인 1, 행인 2도 각자의 목표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닿기 위해 걷는 거니까. 꼭 힙한 것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야지만 유행에 빠지지 않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과 북적이는 주말을 보내야만 사회생활 잘한 것이 아니다.
평범함에도 멋이 있고, 평범함에도 각자의 취향이 존재한다.
어느 순간 인싸가 아닌 사람은 인싸를 부러워하고, 인싸의 삶은 이 시대에 적합한 라이프스타일 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입체적이고, 얘는 인싸 쟤는 아싸로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보면 가랭이 찢어진다고, 나는 이제 인싸인 척을 하던 나를 내려놓기로 했다. 주말인데 집 밖에 안 나가도 되나 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로 했고, 요즘 힙하다는 무언가를 조금 늦게 알아도 왜 부지런하지 못했냐며 나를 꾸짖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기로 했고, 인정하기로 했다.
하루하루 똑같아.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그렇게 살아도 된다. 하루하루 버라이어티 하면 그게 시트콤이게? 어차피 날씨는 매일매일 다르다. 우리네 일상에서 변하는 것이 그거 하나 뿐이라도 충분하다. 날씨가 달라지면 옷 입는 것도 달라지고, 먹고 싶은 것도 달라지고. 생각보다 하루하루 똑같지 않다.
나는 평범하고 멋진 인생을 살 거다.
평범한데 기막히게 멋들어진 인생을 살 거다. 꼭 인싸여야만 멋있는 건 아니니까. 그렇다고 인싸가 안 좋다는 것은 아니다. 꼭 인싸여야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태생이 인싸라면 인싸가 되는 게 자연의 순리다. circle of life. 다만 타고난 인싸력이 없는데 사회에서 규정하는 인싸가 되어야만 할 것 같아 끙끙대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굳이 인싸가 될 필요가 없다고 그 짐을 같이 내려놓아 봅시다 하고 끄적여본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