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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Mar 15. 2018

18. 욕심내고 싶은 라로카 빌리지

내게 쏟은 한 달,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

기본적으로 쇼핑을 좋아한다. 다른 욕심은 별로 없는데(!?) 물욕이 좀 있는 편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여행지마다 빼놓지 않고 들리려고 노력하는 곳이 시장, 마트, 백화점 그리고 아울렛이다. 


바르셀로나엔 La Boqueria 라는 큰 시장, El Corte Ingres 라는 백화점, Consum, Mercadona, Carrefour 등의 마트 그리고 대망의 La Roca Village 라는 아울렛이 있다. 아울렛을 제외한 다른 곳들은 바르셀로나 시내를 관광하는 동안 쉽게 들릴 수 있지만 아울렛은 얘기가 좀 다르다.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곳에 가려면 따로 스케줄을 빼놓아야 한다. 시내와 아울렛을 연결하는 셔틀 버스가 운행되므로 오고 가는데엔 큰 무리가 없지만 왕복 2시간 정도 걸리고 아울렛의 규모가 작지 않기 때문에 그곳을 충분히 둘러 보고자 한다면 넉넉히 하루 정도가 필요하다. (순전히 내 기준이긴 하다)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보니 하늘이 맑고 바람 또한 선선한 것이 오늘이 아울렛에 가기 좋은 날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 그곳에 다녀온 사람들이 친절하게 남겨 놓은 블로그 정보를 수집해 버스 정류장을 찾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 입은 뒤 그 옷차림보다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사실 아울렛은 한국에도 참 많고 스페인이 아닌 곳에서도 갈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아울렛에 꼭 가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내가. 지금. 여기. 혼자있기 때문이었다. 혼자인 오늘은 적어도 회전목마를 타기 위해 아울렛에 따라 온 아기를 달래며 어렵게 매장에 들어가 쫓기듯 물건을 살피고 올 필요가 없다. 오늘 나는 여기 라 로카 빌리지에서 매우 자유로운 모습으로 물욕을 채울 것이다.

따지고보면 어떤 대단한 것을 사는 것도 아니면서 쇼핑에 이렇게 집착을 한다. 괜히 한 번  진지하게 얘기해본다면 나는 무언가를 사고 그것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내가 갖고 있는 정체성이 드러난다고 믿는다. 그래서 하나를 사도 오랜 시간 생각하고 고민해서 결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평소엔 물건을 살 때 원하는 만큼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시간에 쫓기는 경우도 있었고 상황에 쫓기는 상황도 있었겠다. 같은 돈을 쓴다면 좀 더 고민하고 골라본 후 결정하고 싶었던 그런 마음이 좀 있었다는 걸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시간이 굉장히 즐겁다. 다른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고 물건을 고르는데 집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행을 하는 동안 이렇다할 선물을 사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오랜 시간 고민하며 가족들 선물도 함께 구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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