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풀포드(글), 타마라 숍신(그림), 신혜은(옮긴이)『이 색 다 바나나』(봄볕, 2022)
사과는 무슨 색깔일까요?
풀은 무슨 색깔일까요?
구름은 또 무슨 색깔이고요?
장미는 또 무슨 색깔일까요?
그렇다면, 바나나의 색깔은 무엇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렵지 않다. 사과와 장미는 빨간색이고, 풀은 초록색, 구름은 하얀색, 그리고 바나나는 노란색이라고 빠르게 대답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대답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정답 같은 대답이 정말 맞을까?
사과, 장미, 풀, 구름, 바나나의 다른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이들에게 초록색, 노란색, 검은색, 갈색 등 다양한 색깔이 있는 다른 모습들도 어렵지 않게 떠오른다.
사물마다 정해진 색깔이라는 것은 없다. 인간이 공장에서 찍어낸 것이 아닌 자연이 보여주는 사물에는 그 시간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이 입혀진다. 사과가 빨갛고, 바나나가 노랗다는 것은 사과와 바나나를 맛있게 먹은 경험으로 얻어진 고정관념일 뿐이다.
‘사과가 항상 빨간 건 아냐’라고 쓰여 있는 배경은 초록색이고, ‘바나나는 색을 보면 언제 먹어야 할지 딱 알 수 있어’라고 쓰여있는 배경도 초록색이다. 빨갛고 노랗지 않다. 그리고 그 옆으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25가지의 다양한 색깔이 네모 반듯하게 정렬되어 있다. 이 사물 하나에 이렇게 많은 색깔이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소개해 준 사물들을 따라가다 보니 ‘하늘도 이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났다. 하늘의 색은 파란색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늘을 파랗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노을 진 붉은 물결의 아름다움과 밤하늘의 무거움을 놓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남들이 정해 놓은 것을 교육받아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나만의 시선으로 사물을 관심 있게 들여다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물마다 다양한 색깔이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순간 마주한 마지막 장은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색깔을 내놓았다.
마지막 장에는 ‘너도 색깔이 있어’라고 쓰여 있다.
피부색을 말할 수도 있지만, 너만의 특별함이 있다는 의미 같아서 울림이 있었다. 그 옆으로 구멍이 하나 뚫려 있는 빈 네모에 손을 갖다 대면, 그 빈 공간이 나의 손으로 채워진다. 24가지 색에 없는 자신만의 또 다른 색이 드러난다.
‘당신은 특별해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자신이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그 다양함 속에서 자신만의 특별함이 있다고 다독여주는 것 같았다.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그 순간 새로운 세상이 보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