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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섭 Jan 11. 2023

비닐하우스에서 배우기

삶의 지혜는 어디에나 있다. 공자는 세 사람이 함께 가면 무엇이라도 배울 수 있다고 했는데 비닐하우스도 비슷하다.


퇴직 후에 시간을 보낼 겸 수익도 챙길 겸 조그만 농지를 사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하우스와 지하수 관정만 전문가에게 맡기고 다른 모든 것은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대학을 나왔고 실무 경험 덕분에 모든 작업들을 이해하고 직접 할 수 있었다. 대충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몇십 년이 가더라도 끄떡없을 정도로 내구성을 높였다. 작업에는 늘 위험요소가 나타나는데 이를 방지하는 설계와 제작이 요구된다. 비용이 더 들면 품질이 올라가고 내구성도 향상되지만 퇴직금을 과잉 품질을 위해서  낭비할 수는 없었다.


여러 가지 경험들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한 가지만 나누고 싶다. 비닐하우스 내부의 온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비닐하우스를 했으니 적어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기대했다. 어디서 비닐 한 겹이 3도 차이를 유지시켜 준다는 글을 보았다. 결론적으로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린 사실은 가을에 일어났다. 가을에 외부 온도가 내려가니 하우스의 온도도 덩달아 떨어졌다. 다행이라면 바람이 없고 서리를 피할 수 있으니 비닐하우스 안의 식물은 가을 늦게까지 생생했다. 외부와 내부의 온도 차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디지털 온도계를 구매하여 비닐하우스에 설치했다. 예상대로 외부온도와 내부온도는 별 차이가 없었다.


왜 비닐하우스를 지었을까 후회가 될 쯤 본격적인 겨울이 왔다. 혹한이 밀려온다기에 시장에 가서 2KW 난방기도 사 왔다. 밤에 잠시 켜 둘 심산이었다. 전부 켜도 하우스로 빠져나가는 열량을 감당할 수 없으므로 기대도 하지 않았다.


영하로 떨어진 날 많은 식물들이 동사했을 거라 맘을 단단히 먹고 비닐하우스로 향했다. 겨울에야 맞는 사실은 일어났다. 놀랍게도 식물들이 생생했다. 이번에는 내부와 외부온도 차이가 뚜렷했다.


곰곰이 생각했다. 물이 얼면서 잠열이 나와 비닐 하스가 영하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 준다고 보았다. 에스키모의 이글루도 얼음이 얼면서 포근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물의 축열에 생각이 미치자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땅에 물을 뿌렸다. 영하 15도로 떨어진 날 하우스 안은 영하 3도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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