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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섭 Mar 23. 2019

이기주의자를 위한 변명

 존재의 가치

우편함에 우편물이 있으면 겁부터 난다. 과속통지서 간혹 오기 때문이다. 올해 대전시도 시내 주행속도를 60km/h로 하향했다. 내차가 걸렸지만 괘도 기간이라며 주의만 받았다. 안도도 한순간 월성 발전소 출장 가다 경주 터널에서 또 한 장이 날아왔다. 몇 푼 되지 않는 출장비를 경찰청에서 가져가고 있다. 


철학은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 등으로 이뤄져 있다. 철학자들은 존재론과 인식론을 어렵게 설명하지만 과학자는 세계가 생물 무생물로 나눠져 있음을 아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이를 미수용하는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포용 기술과 설명 기술을 익혀야 하는 숙제는 남아있다.


이제 남은 단계가 가치론인데 나는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소크라테스는 가치를 위해 목숨을 포기도 했고, 스피노자는 모든 행위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기보다는 운명으로 받아 들었다. 50년 넘게 간직했던 나의 가치도, 2년 넘게 철학책을 보면서 오히려 희미해진다.


우리는 성선설이나 성악설로 나누며, 닭과 달걀이 먼저인지 묻지만 초기 세계가 혼돈에 싸여 있을 때에는 선과 악도, 닭과 알도 구분되지 않았다. 빈 우주공간에 놓인 무생물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다. 세상이 고등생물로 진화됨에 따라 정신 가치가 두 갈래로 나눠졌다. 즉 인간은 선인과 악인으로 양분되고 있다. 그러나 이 분기는 미미하게 진행되었으며, 모든 생명은 무생물이 지녔던 존재 자체의 가치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존재 자체가 본질 가치이지만 혹시 역사책에 남기고 싶은 인간이 추구할 지엽 가치는 무엇인가? 성장일까? 분배일까? 진리 추구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지속 가능한 지구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자이고 원자력에 근무하는 사람이 지속가능을 강조하니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과학과 원자력이 지구 자원을 효과적으로 지킨다.


서양의 윤리 혹은 과학 어휘인 Integrity는 우리말로 번역되기 어렵다고 한다. 데이터베이스에서는 무결성으로 번역된다. 결함이 없고, 자료 사이에 모순이 없으며, 어떤 환경에서나 동일한 원리로 작동된다는 등의 의미가 있다. 서구 문화에서는 Integrity를 최고의 칭찬으로 여긴다. 국어에 대응되는 어휘가 없다는 뜻은 우리 문화에서는 Integrity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최근에 장관 후보자의 반사회적 행위들이 공개되고 있다. 본인은 지키지도 못할 윤리를 남에게 강요했다는 느낌이 든다. Integrity가 결핍되어 있고 말과 행동이 다르다. 이런 이기적인 사람들이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혼란스러웠지만 나의 기대 수준을 더욱 낮추니 통찰을 얻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기심을 발휘했듯이 이들은 국가를 위해서도 이기심을 발휘하리라 확신한다. 이웃을 속이며 사익을 얻듯이 국민을 속이며 국익을 증진시킬 능력이 검증되었다고 생각하니 편하다. 그래서 깨끗한 물에 쫓겨난 고기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나의 과속행위이들의 반사회적 행위보다 덜한가? 과속으로 사고가 일어나면 타인의 생명이 위태롭지만 부동산 투기나 위장 전입에서는 생명의 위협은 없다. Integrity 없는 정치가를 비난하려고 올린 글이 나를 되돌아보는 글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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