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기는 힘들다고 해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아마 모든 부모님이 같은 마음일 거예요. 분가한 자식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거 말이죠. 그래서 이따금 연락을 하죠. 자주 하고 싶어도 자식이 싫어할까 봐 가끔씩밖에 못해요. 하지만 자식은 그런 부모님 마음을 신경도 쓰지 않고 연락하지 않아요. 일이 있어야 겨우 하죠.
부모는 자녀가 어릴 때 사진을 정말 열심히 찍어요. 다시 볼 수 없는 그 소중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담으려고요. 하지만 나이 드신 부모님 모습은 찍지 않아요. 그 모습을 담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르는데 말이죠.
언젠가 아들과 놀아주시는 장모 모습을 찍었어요. 놀아주시는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아니면 언제 장모님 모습을 찍겠어?'
몇 년 동안 장모님이 저희 집에서 아들을 돌봐 주셨어요. 생각해 보니 그동안 아들 사진은 늘 찍었지만, 장모님은 찍은 적이 없더라고요. 평소에는 찍을 일이 없었으니까요. 아니 찍지 않았죠. 장모님 사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무심하게 살다가 처음으로 장모님을 찍었어요.
'지금이야 같이 사시니 매일 볼 수 있지.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가시면 뵙고 싶어도 못 뵐 텐데...'
사진 한 장 없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장모님 모습만 덩그러니 찍기 뭐해서 아들과 놀아주시는 모습을 찍었어요. 그게 좀 더 의미 있을 것 같았죠. 나중에 아들이 커서 할머니가 너랑 이렇게 놀아주셨다고 얘기해 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 후 생각날 때마다 아들과 함께 계신 모습을 찍었어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 아빠에 그 자식인 걸까요? 손주 녀석이 보고 싶어서 저희 부모님이 가끔 저에게 영상 통화를 거세요. 손주와 얘기하고 싶어 하시고,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 하세요. 손주 녀석은 그 마음도 모른 채 늘 제 할 일 하기 바빠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애타게 블러도 장난감만 갖고 놀죠. 그럴 때마다 서운함 반 장난 반으로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흥, 나도 너랑 대화 안 해. 나도 아들 있다. 우리 아들 바꿔. 아들이랑 통화하게."
장난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진심도 있어서 이 말씀을 들을 때마다 '부모는 부모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손주가 아무리 귀엽고 소중해도 결국 자식을 찾는구나' 싶었어요. 저도 나중에 그럴까요?
이다음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떤 걸로 가장 후회할까요? 전화를 자주 드리지 못한 걸까요? 자주 찾아뵙지 못한 거요? 용돈을 많이 드리지 못한 거요? 아닐 것 같아요. 부모님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게 가장 후회될 것 같아요. 이제 부모님을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는데, 부모님을 볼 수 있는 사진이 없으면 정말 슬플 것 같아요. 사진 찍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살아계실 때 한 장도 안 찍었을까 후회할 것 같아요.
나중에 후회하기 전에 부모님 사진을 찍어두어야겠어요. 올여름 부모님을 찾아뵈면 두 분 모습을 사진 속에 소중히 담아두어야 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