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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돈 얘기만 하면 예민해지는 이유

슬기로운 결혼 생활

by 인생짓는남자

"이번 달 카드값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 평범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집니다. 상대방은 방어적으로 반응합니다. "내가 뭘 샀다고 그래?" 목소리가 날카로워집니다. 단순한 금액 확인이 어느새 말다툼으로 번집니다.


신혼 초에는 사소했던 소비 차이가, 시간이 지나며 점점 큰 갈등이 됩니다. 저축 목표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생활비 사용 방식에서 충돌하고, 대출이나 투자 앞에서 팽팽히 맞섭니다. 다른 주제로는 잘 지내다가도, 유독 돈 이야기만 나오면 둘 다 예민해집니다.


많은 부부가 경험합니다. 월급이 적고, 생활비가 빠듯할 때만 다투는 게 아닙니다. 월급이 적지 않아도, 돈이 부족하지 않아도 돈 때문에 싸웁니다. 상대방의 소비가 이해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은 정당하다고 느낍니다. 왜일까요? 왜 부부는 돈 이야기만 나오면 감정적으로 변할까요? 단순히 금액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더 깊은 무언가가 숨어 있을까요?




50만 원짜리 골프채가 만든 폭풍


(아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결혼 5년 차 민준과 수지 부부는 대체로 평화롭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주말, 민준이 새 골프채를 들고 집에 왔습니다. 50만 원짜리였습니다. 수지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그거 얼마야?" 수지가 물었습니다. "50만 원. 괜찮지? 쓰던 골프채가 낡아서 바꿨어." 민준이 대답했습니다. 수지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50만 원을 말도 없이 써? 우리 지금 아이 교육비도 빠듯한데!"


민준이 방어했습니다. "내가 번 돈으로 내 취미 생활하는 게 문제야? 당신도 지난달에 화장품 30만 원어치 샀잖아." 수지가 소리쳤습니다. "그건 필수품이고, 골프는 사치잖아!" 싸움은 격해졌습니다.


과거의 모든 소비 내역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당신은 맨날 친구들이랑 저녁 먹는데 얼마 쓰는데!", "당신은 옷을 얼마나 많이 사는데!" 밤늦게까지 다퉜습니다.


며칠 후, 상담사를 만났습니다. 상담사가 물었습니다. "진짜 문제가 50만 원일까요?" 두 사람은 당황했습니다. "돈이 문제 아니에요." 상담사가 말했습니다. "골프채는 계기일 뿐입니다. 진짜로는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생각해 보세요." 대화가 깊어졌습니다.


수지가 말했습니다. "사실 돈 자체보다... 당신이 우리 가족보다 자기 즐거움을 우선시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서운했어. 나는 매일 아껴 쓰는데, 당신은 편하게 쓰는 거 같아서 불공평하다고 느꼈어."


민준도 털어놨습니다. "나도 사실... 집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이었어. 내가 번 돈인데, 뭘 사도 눈치 봐야 하고, 허락받아야 하는 거 같아서 답답했어. 아버지는 돈도 못 벌고 집에서 무시당했거든.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


그제야 보였습니다. 골프채는 빙산의 일각이었습니다. 수지는 어린 시절 가난했고, 어머니가 경제적 불안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래서 저축과 절약이 심리적, 생활 안정의 원천이었습니다. 민준은 경제력 없는 아버지가 가족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래서 돈을 자유롭게 쓰는 게 자존감과 연결되었습니다.


근본적으로 50만 원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수지에게는 미래의 불안이었고, 민준에게는 자존감의 문제였습니다. 숫자 뒤에 각자의 상처와 두려움이 숨어 있었습니다.




돈으로 인한 싸움의 진짜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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