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결혼 생활
"엄마, 나 배고파!" 7살 아들이 소리치자 아내는 식사 준비 중이던 손을 멈추고 즉시 달려갑니다. 남편이 "여보, 우리 얘기 좀 하자"라고 말하지만, 아내는 "잠깐만, 아이 먼저 챙기고"라며 남편을 뒤로 미룹니다. 저녁 식탁에서도 아내의 관심은 온통 아이에게 쏠려 있습니다. "맛있어? 더 먹을래?" 남편은 혼자 밥을 먹는 기분입니다.
많은 가정이 이렇습니다. 부부보다 자녀가 우선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자신들의 관계는 뒷전입니다. "자녀가 최우선 아닌가요? 부모가 희생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자녀를 중심에 두는 가정이 과연 건강한 가정일까요?
(아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결혼 9년 차, 6살 딸을 둔 상민과 미연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미연은 딸 지유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지유를 챙기고, 저녁에도 지유와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상민이 "우리 오늘 영화 볼까?"라고 제안하면, "지유 재울 때까지 기다려줘"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지유를 재우고 나면 미연은 너무 피곤해서 남편과 대화할 여력이 없습니다.
지유는 점점 변했습니다. "아빠, 조용히 해! 나 TV 보는데!" 아빠에게 명령조로 말합니다. 상민이 "지유야, 그렇게 말하면 안 돼"라고 타이르면, 지유는 엄마에게 달려갑니다. "엄마, 아빠가 나한테 화내!" 미연은 남편에게 말합니다. "당신이 너무 엄격한 거 아니야? 아이인데." 상민은 무력감을 느낍니다. '나는 이 집에서 뭐지? 나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인가?'
지유는 엄마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고 배웠습니다. 아빠보다 자신이 더 중요한 존재라고 느꼈습니다. 유치원에서도 친구들에게 명령하고, 선생님 말도 듣지 않습니다. "우리 엄마가 괜찮다고 했어!"라며 규칙을 무시합니다.
어느 날 상민과 미연이 크게 싸웠습니다. 지유는 부모의 다툼을 보며 불안해했지만, 동시에 엄마는 자신의 편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부모 사이가 벌어질수록 지유는 엄마에게 더 집착했고, 아빠를 무시했습니다. 가정의 질서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가족 체계 이론(Family Systems Theory)의 창시자인 심리학자 머레이 보웬은 건강한 가정은 명확한 위계 구조를 가진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는 가정의 리더이고, 자녀는 보호받는 존재입니다. 이 질서가 지켜질 때 자녀는 안정감을 느끼고, 부모의 지도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한쪽 부모가 자녀를 배우자보다 우선시하면, 이 위계가 무너집니다. 자녀는 자신이 다른 쪽 부모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인식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모화(Parentification)'의 일종으로 봅니다. 자녀가 부모의 정서적 파트너 역할을 하게 되면서, 실제 부부 관계가 약해집니다.
자녀는 놀랍도록 예민한 관찰자입니다. 엄마가 아빠보다 자신을 더 중요하게 대하는 행동을 즉시 알아챕니다. "엄마는 아빠 말보다 내 말을 더 들어줘", "내가 원하면 엄마는 아빠를 설득해" 같은 패턴을 학습합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자녀는 자신이 가정의 중심이라고 착각하고,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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