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면접을 앞두고 내가 노력한 것
면접 이후의 삶을 준비했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매체에 면접을 보게 됐다. 그것도 최종 면접이다.
부끄럽지만 '최종면접'이 처음이다. 그래서 감이 안 잡혔다. 나는 이미 나를 많이 보여줬는데 또 뭘 보여줘야 하나, 최종면접에선 무엇을 평가하나 등을 열심히 추리해봤지만 이내 소용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안그래도 면접은 '인상' 싸움이라는데. 누가 누가 똑똑하나 경쟁하는 장이기 보다는 누가누가 더 있는 그대로를 잘 보여줬고, 그 모습이 누가누가 더 회사에 잘 맞느냐의 경쟁장일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최종 면접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면접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지든, 붙든 삶은 계속된다는 생각에서였다.
합격이든 낙방이든 나의 삶은 굴러갈 것이다. 만약 떨어진다면 다시 일상을 열심히 굴려서 언론고시생으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다시 씩씩하게 다시 언론사 시험을 준비할 수 있다. '최애' 언론사의 공채를 다시 기다리고 준비할 힘도 일상에서 나오지 않겠나. 면접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땐 잠시 해당 매체 기자로 살았다가도, 밥을 먹거나 청소를 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왔을 땐 생활인으로 살았다.
합격의 영광을 맛보더라도 그 영광이 평생가진 않는다. 그 영광은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겠지만 합격 이후에도 삶은 일상이다. 인생이 180도 변하거나 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여태까지 살았던 방식을 이어가고 싶어서 해당 매체에 입사하고 싶다. 궁금한 게 있음 직접 가보고, 내 생각과 수집한 사실들을 글로 풀어내고, 책을 읽고 마음에 남으면 서평을 쓰고, 마감기한이 있는 글을 쓰느라 진땀을 빼고, 문장을 고르고, 지속적으로 진지하게 사회에 대해 토론하고... 그곳에선 이런 일들을 직업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접을 앞둔 곳이 내 '최애'인 이유도 여태껏 내가 선망해왔고, 그래서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삶의 방식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인 셈이다. 합격 이후에도 일상 속에 녹아 있던 내 삶의 방식은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일상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았다. 생활 공간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읽고 있던 책을 마저 읽고, 아침마다 신문을 보는 일상을 꾸준히 지켜나갔다. 시간 없다고 배달 음식만 시켜 먹지 않고 주기적으로 나를 정성스럽게 요리해서 잘 대접해 먹였다. 솔직히 밥맛이 있진 않았다. 몸이 지속적으로 가벼운 긴장 상태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 먹는 데 '진심'인 나를 잃고 싶지 않았다. 아침을 먹으면 '점심 뭐먹지?'하고 메뉴를 상상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저녁 메뉴 레시피를 떠올렸다. 잠들기 전엔 "내일 뭐 먹지?"라는 행복한 상상을 꽤나 구체적으로 했다. "아, 내일은 어제 먹다 남은 오이에 양념장을 더해서 무쳐 먹어야지." 이런 생각을 열심히 했다. 음악도 열심히 들었다. 요새 음악을 내가 정한 카테고리에 맞춰서 분류하고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에세이도 끄적였다. 완성 단계까지 이끌고 가서 브런치에 올린 글은 이게 처음일테지만. 어쨌든 나는 운동, 청소, 취미 생활 같은 것들을 유지하면서 내 삶이 오로지 '최종 면접'만을 위해 달려가도록 놔두지 않았다.
결과는 모른다. 다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내 삶이 이어지리란 건 안다. 나는 그때를 대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