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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거북 Dec 13. 2015

레비테이션 페스티발

in Levitation, Angers

무슨 페스티발인지는 몰랐지만 시간도 딱 맞고 나오는 친구들도 괜찮아보여서 보기로 했던 록페. 티켓 예매가 잘 안되어서 현매로 하겠다니까 그러시라고. 가서 카드를 쑥 내밀었더니 아 니가 페북에서 문의했던 그놈이지? 하면서 티켓을 내준다.


목표는 와이어, 멜빈스, 둥겐이었다.


공연장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상상마당 정도 도는 곳이다. 상상마당 안에 하나 밖에 하나 스테이지 이렇게 두개 놓고 논스톱 공연하는 정도여서 우리로 치면 51+ 정도의 느낌. 잔다리페스타나 클럽데이에 비하면 훨씬 작은 규모다.


공연장




무대와


관객. 솔직히 홍대 공연장이 훨씬 활기차다니깐.


하지만 나오는 밴드의 수준은 세계적. 전유럽과 북미 의 인디 뮤지션들이 골고루 왔다. 주로 서방이었으며 한 팀이 아프리카였다. 동구나 아시아쪽은 없었다. 유럽은 아무래도 기차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가 국경 넘는게 흔한 일이고 수준높은 밴드들이 투어를 자주 다닌다. 이제는 인기 빠진 어르신들도 클럽 공연을 오며 공연값은 10~30유로 사이. 음악을 안들을래야 안들을 수가 없는 환경이다. 


공연장도 생긴건 구리구리하지만 소리 하나는 잘 잡아서 솔직히 악스홀보다 낫다. 악스홀은 뽀대야 멀쩡할지 몰라도 소리가 정말 너무 후져서 짜증이 나곤 했는데 얘들은 대체로 잘 잡았다. 소리도 일본 공연장들이 정말 칼같이 잡는 느낌이다. 


누군지 기억도 안난다.


이 처자는 기억나지.

여기서 기타 한대로 만드는 그녀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https://noveller.bandcamp.com/


밴드들 간단한 평가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내가 기대했던 세 밴드인 멜빈스, 와이어, 둥겐의 경우 다들 비교적 좋은 연주를 했다. 특히 멜빈스의 파워가 엄청나서 좀 놀랐고 와이어도 힘은 있었지만 옛날 음반들에서 느껴지는 미니멀한 맛은 좀 덜했다. 둥겐은 의외로 합이 좀 안맞다가 맞다가 했는데 내가 맥주를 마셔서 그렇게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다. 둥겐은 좋은 연주를 할땐 아주 맘에 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일단 악기를 상당히 다양하게 쓰는 자들이라 프로기하다.


스웨덴 밴드 둥겐의 새 앨범 https://dungen.bandcamp.com/album/allas-sak-3


멜빈스의 광폭한 사운드를 들으려면 여기 https://soundcloud.com/scionav/sets/the-melvins-the-bulls-the-bees


와이어의 데뷔앨범은 여기 https://www.youtube.com/watch?v=tNVdziest58



관객들 매너는 꽤 좋았는데 낮에는 조용히 호응해줬으며 밤에는 난리치면서 호응해주고 스테이지 다이빙과 애들 들고 옮기기(?)를 계속 했다. 그리고 여자애들끼리 손잡고 재즈댄스를 추는 모양을 많이 봤다. 프랑스답게 여기서도 키스하는 연인들이 많았으며 손으로 뭔가 쪼물딱거리는 친구들은 다 마리화나를 담배에 말고있는 것으로 보면 되었다.


역시 페스티발은 밤이랄까.


커트 코베인 닮은 친구가 미인과 함께 서있었는데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말을 걸었다. 한국에서 왔고 여행중이고 파리갔다가 베를린에 가려 한다 등의 얘기를 했는데 시끄럽기도 하고 말을 어수선하게 해서 못알아들은게 많았다. 첫날에는 그정도 얘기하다가 공연통에 빠이빠이 했다. 


그런데 둘째날에 또 만났다. 이번에는 이놈이 맥주도 사고 담배도 주고 마리화나도 말아주면서 구면이랍시고 더 친하게 군다. 내 담배피는 모양새를 보더니 피우지 말라고 그냥 마리화나만 조금씩 빨았다가 내뿜어보라고 한다. 그 옆의 여친이 웃어서 좀 부끄러웠다. 록페에서 만난 아시아인이 담배도 못피워서 쿨럭거리니 내가 생각해도 좀 우스운 장면이긴 했다. 담배 안피우는건 행운이라고들 하지만 가끔은 피워보고도 싶다. 금방 친구가 되기에 담배 나눠피우는 것 만큼 좋은 것도 별로 없다. 


그 친구는 문신 예술가였다. 왼팔의 문신은 자기가 직접 한 것이라고 했고 등에는 지미 헨드릭스를 크게 새겨넣었다. 실력은 조금 의심스럽지만 언제고 문신할 일이 있다면 이 친구에게 받아보고도 싶다. 한국에서도 문신 예술가가 공연장에서 친하게 군 적이 있었는데 문신하는 사람들은 묘하게 붙임성이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친은 카이로에서 지내는 중이라며 서울 말고 다른 곳에서 살고싶진 않냐고 물었다. 일이 서울에 있어서 그런 기회가 잘 생기진 않는다고, 어디 살고싶은 곳이 있는지 지금 둘러보는 중이라고 답했다. 메일이나 채팅이라면 이렇게 버벅거리진 않는데 영어는 참 얘기할때 막막하다. 이럴때만 아쉬운게 영어다. ㅎㅎ 영어를 잘 했다고 해서 과연 그들과 얼마나 친해졌을지는 의문이 있지만.



역시 록페는 록페인게 음악 안듣는 애들도 꽤 많았다. 꽐라되어 짱박힌 애들도 있었고, 다들 어딘가에 앉아 수없이 떠들고 있었다. 정말 쉬지않고 떠든다. 그리고 모르는 사이들끼리도 금방 친해져서 말을 섞곤 한다. 한국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예를들어 공연보다가 남친이 있는 여자에게 누가 말을 건다...라면 한국 공연장에서는 있기 힘든 장면이다. 그런데 여기선 흔하다. 심지어 여자가 낮선 남자랑 떠드는 동안 남친은 다른 공연을 보러가기도 한다. 그러다가 서넛이서 다같이 떠들고 담배도 나눠피고 또 금방 빠빠하고 다른 곳으로 간다. 붙임성이 좋고 개인주의적인 면이 많이 느껴진다. 한국 공연장에서 내가 낮선 이와 얘기해본 적은 거의 없는거 같다. 역시 내가 늙어서일지도. ㅎㅎ 어쨌거나 여기 공연장은 연령대가 다양하다. 보니까 60대 정도도 간간이 보인다. 이 노인네들은 60년대부터 50년간 록을 들어왔을 것이다. 이건 좀 대단하다고나 할까. 68혁명을 수행한 나라 답다.  


요샌 하도 일렉이나 기계로 때워서 밴드로 보기 힘든  경우들도 꽤 있는것 같다. 록에서도 도그마 선언하는 자들이 나올법한 시대다. 클래식에서도 고음악은 고악기로 연주하곤 한다더라. 전자악기로 때우는 친구들에겐 아무래도 점수를 후하게 줄 수가 없다.


https://namu.wiki/w/%EB%8F%84%EA%B7%B8%EB%A7%88%20%EC%84%A0%EC%96%B8


작은 록페였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시내에서 20분정도 떨애진 곳에서 했지만 밤이라 차편이 없는걸 고려해서 시내까지 가는 버스편도 마련되어 있었다. 한국은 너무 멀어서 유럽/북미와 뭔가 싱크맞추기가 어렵다. 그런데 록은 기본적으로 백인 음악이라는게 함정. 내가 국악이나 K팝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더 행복했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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