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졸린거북 Dec 13. 2015

밤베르크 / 뮌헨

in Bamberg / Munchen

밤베르크에 가기 전에 일단 뉘른베르크에 와서 짐을 풀었다.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기 좋은 도시다. 밤베르크는 구시가와 물이 조화롭게 섞여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것 뿐이긴 했지만, 그게 중요하지. ㅎㅎ 그동안 구시가 다닐때마다 느낀 것들이 대동소이 하므로 이젠 별 감흥이 없다. 그리도 기왕 걷는다면 대도시보단 이런 작은 도시들이 좋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물과 어떻게 조화롭게 섞이는가와 같은 문제인듯 하다. 물과 멋지게 공존하는 곳들은 다른 것들도 멋져보였다.


유명하다는 훈제맥주를 하나 마셔봤는데 맛있었다. 관광지라고 딱히 더 많이 받진 않는 것도 마음에 든다. 그 옆에는 딱 맞게 소시지를 파는 집이 있어서 그것과 함께 먹었다. 아마도 독일에서 먹은 베스트 맥주 아닌가 한다. 이번 여행에서 먹은 최고의 맥주는 정작 스트라스부르였는데 거기는 프랑스이긴 해도 과거 독일이기도 하니까 독일 맥주인척 해도 될지 모르겠다.


시청? 관공서?




어딜 갈까 하다가 옥토버페스트중이라는 뮌헨에 잠시 들러보기로. 뮌헨과 뉘른베르크는 한시간 거리니까 그리 멀지 않다. 행사장을 물어물어 찾아가봤더니, 음 난리통이 벌어진 상태였다. 


독일이니까 그리 위험하진 않겠지만 내 눈엔 월미도 바이킹 만큼이나 위험해보였다. 탈걸 그랬나. -_-


각종 놀이기구와 먹거리가 한 동네에 가득 펼쳐져 있었는데 정작 맥주집은 안보였다. 알고보니 맥주홀은 크게 따로 세팅되어 있고 그 안을 들어가려면 줄을 서야하며 최하 한두시간은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는 상태였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중이었고 보안요원들이 사람들을 제지하는 상태. 비유하자면 롯데월드에 대형 맥주홀이 세팅되었고 롯데월드 전체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2002년 월드컵 열기의 열배쯤 되는 어수선함으로 난리치고 있는 상태다.


위키미디어 공용에서 가져온 사진인데 왜 다들 가만히 있는거지? 이 사람들이 다 밥상위로 올라가서 노래하고 있었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Oktoberfest_bierzelt.JPG


난 얼이 나갔다. 안쪽에 있는 맥주홀에서 30분 이상 기다려 겨우 홀 하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가서 맥주 사기도 힘들었는데 그 와중에도 흑형들이 맥주를 대신 받아주고 중간에 삥을 뜯어갔다. 맥주도 정가의 3-4배인 1리터에 12유로나 받았다. 모두가 애타게 맥주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악사들은 뭔가 뿡짝거리며 연주를 했고 다들 떼창을 했다. 그냥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상태라고 보면 된다. 그 에너지를 본 것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었던 뮌헨행이었고 좀 지쳐서 뉘른베르크로 돌아갔다.




다음날 뉘른베르크를 잠시 걸었는데 참으로 평화로웠다. 나는 그냥 여기서 평화롭게 소세지도 먹고 맥주를 먹고싶지 옥토버페스트 체질은 아닌거 같다. 이곳은 알브레히트 뒤러의 출생지라고. 그의 집이 단장되어 있었다. 밖에서 커피를 마시며 구경하고 지나갔다. 


화가의 집이라고 하니까 고야의 집에 한번 가보고 싶다. 고야의 집을 장식했던 검은 그림들은 모두 프라도에 있으니까 지금은 그 집이 있다 해도 옛날 그 집은 아닐거다. 그러니까 이제 갈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기록대로 고야가 만년에 가정부와 쓸쓸하게 살던 그 집, 그리고 검은 그림을 그릴 정도로 그를 깊은 고독감에 빠지게 했던 그 집이 복원되어 있다면 한번쯤 가보고 싶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Quintasordo.sv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