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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분수 Jan 18. 2022

파스타-볶이

Day 17 채식인의 떡 대신 파스타

미국 슈퍼마켓 선반이 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엔 사재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 내 퇴사 열풍과 코로나19로 인한 인력 부족, 폭설 뒤 교통마비, (퇴사와 자가격리 등으로) 집밥족 증가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며칠 전 장 보러 나갔을 때 선반이 비었다는 인상은 없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와 토르티야 칩 정도만 최근 몇 주 동안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기호 식품이라서 큰 걱정은 없다. 그래도 식량 창고 점검 좀 해봐야겠다.

가장 먼저 쌀을 살핀다. 뜯지 않은 쌀은 5kg짜리 현미찹쌀뿐이다. 현미가 없어 조금 걱정된다. 미역과 김을 빼면 다른 한국 식품도 거의 바닥났다. 한 번 삶아 먹을 분량의 고사리, 지난여름 말린 무말랭이 두 주먹, 한 4년 넘은 미숫가루, 들깻가루 작은 봉지가 전부다. 다행히 된장과 고추장, 김치는 넉넉하다.

떡볶이 떡도 한참 전에 동이 났다. 떡과 한국 사려면 덴버로 가야 하는데,   겨울에 로키 산맥을 넘는 장거리 운전은 피하고 싶다.  맛이  그립긴 하지만 대책은 있다. 바로 파스타-볶이!


떡볶이는 쌀떡이든 밀떡이든 한국 떡으로  먹어야  맛에 가깝다. 게다가 우리  떡볶이는 이것저것  넣고 끓이므로 정통 떡볶이 맛에서  멀다. 하지만 떡이 없으니 어쩔  없다. 없으면 없는 대로, 고추장이 있는  흉내는   있다.  맛은 아니지만,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들어서 맛있게 먹는 재미만큼은 누릴  있다.


고소한 아마인 가루를 뿌린 현미 파스타-볶이

파스타-볶이

파스타 2인분 (약 140g)

a. 무/마늘/양파/당근/감자 중 아무거나 사방 길이 2cm 이하로 썰어 1컵

b. 애호박/깍지콩/피망/버섯/셀러리 중 아무거나 사방 길이 2cm 이하로 썰어 1컵

c. 두부/템페 2cm 이하로 깍둑 썰어 1컵 (또는 삶은 콩 1/2컵)

d. 케일/배추/시금치/청경채/쑥갓 중 아무거나 채 썰어 1~2컵

고명(파/고수/바질/파슬리/깻잎/깨/들깻가루/아마인 가루 등) 약간

고추장 2큰술

간장 1~2작은술

조청 1.5큰술 (또는 물엿이나 기타 시럽)


1. 큰 냄비에 물 2컵과 재료 a를 넣고 삶는다.

2. 파스타는 조리법대로 삶되, 80% 정도만 익힌다.

3. 냄비 속 a 재료가 반쯤 익으면 b와 c, 고추장/간장/조청을 넣는다. 간장은 취향에 맞게 조절한다.

4. 모든 재료가 익으면 준비한 파스타를 넣는다.

5. 파스타가 익으면 잎채소 재료 d를 넣고 뒤적인 다음 불을 끈다.

6. 고명을 올려 대접한다.



라볶이는 더 좋고!
(왼)템페 넣은 파스타-볶이. (오)서리태 템페 떡볶이
(왼)메밀면 곁들인 템페 떡볶이. (오)참깨 라볶이



“칠십팔억 지구인 속에서 내 존재는 너무도 작지만, 나는 하루 세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끼만큼의 변화를 원한다면, 에세이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책 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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