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주말 아이들과 아는 형님을 보고 있었다. 마침 셀럽파이브가 게스트로 나왔는데, 멤버 중 누군가가 갑자기 옆돌기를 하는 것이다.
트리거가 당겨진 것처럼 갑자기 86년에서 88년 기억들이 마구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려 우리나라에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2년 간격으로 개최하던 시기이고, 학교에서는 매일 ♬손에 손잡고(한글 버전)와 ♬hand in hand(영어 버전)을 배우던 그런 때였다.
어린 시절 나는 몰래 북한에 잠입해서 김일성(무려! 김일성의 시대였다!)의 측근이 되어 잠자는 밤 몰래 그의 가슴에 칼을 꼽겠다는 반공정신과 애국정신에 절어 있는 그런 아이였다. 그런 시대였다고 말해두자... 개인적인 특성으로 말하기에는 너무 창피하다.
일찌감치 고무줄(지금은 전통놀이로 소개되고 있는 그 고무줄놀이 맞다.)을 마스터한 나는 86년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주던 체조선수들의 기교 넘치는 움직임에 매료되었다.
학교가 끝나면 매일 아이들과 체조 시합을 벌였다. 시작 전 마루 경기장을 향해 도도하게 걸어오는 스텝부터 시작이다. 체조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옆돌기와 텀블링이지.
매일 밤 잠자기 전 30분씩은 이불위에서 물구나무와 텀블링을 연습했다.
벌떡 일어나서 TV옆에서 자세를 잡아보았다. 옆돌기의 준비자세는 두가지가 있다. 진행방향을 바라보고 시작하는 것과 상하체를 같은 방향으로 맞춰 놓고 그대로 옆방향으로 도는 것.
이왕하는 거 좀 더 어려운 버전으로 시도해 본다.
앞을 바라보며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얍! 허리와 다리를 곧게 펴는 것이 관건이다. 배와 무릎에 힘을 주었다. 두 팔이 바닥에 닿았다. 엉덩이가 뒤로 빠지지 않았다. 아싸! 사롸있네! 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오른쪽 손목관절이 묵직해지면서 오른쪽 고관절에서 빠직!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것이었다. 무려 30년 전의 일이었던 것이다.
지금 나의 아이들처럼, 까르륵 맑은 웃음소리를 내던 그 시절 나였을 때,
반 대항 발야구 시합에 모든 것을 걸었던 그때,
고무줄에서 만만세를 성공시키려고 있는 힘껏 다리를 들어 올리다가
내 몸이 날아올라 땅바닥으로 던져지고 나서도
가벼운 타박상으로 마무리되던 그런 골반을 가졌던 시절.
나의 사랑스러운 고관절을 문질러주면서 다시 소파에 앉았다.
송은이를 마른 대추라며 자막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창의적 비유의 신선함과 내가 놀림을 당한다는 수치심이 동시에 든다. 젊음을 숭배하는 시대에 대해 살짝 분노하다가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멋지게 성공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지만,
저 사람도 하는데 나도 한번 해볼까? 라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30년 전 기억을 떠올려 옆돌기해 볼 마음이 생겨났던 이유는 셀럽파이브였기 때문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멋진 아이돌이거나 멋진 체조선수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글을 쓰다 보니, 다시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진다.
옆돌기! 짜릿하게 지구를 한번 들었다 놓는 경험!
선 스트레칭 후 옆돌기.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