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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 Dec 25. 2018

스튜디오 스와인을 서울에서 만나다

예술/디자인계의 라이징 스타

중국 산둥성에서 처리한 머리카락을 천연 수지에 넣어 가구로 만든 작업 '헤어 하이웨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소개됐다.

  이 디자인은 사용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물건이 만드는 감각과 경험이 중요하다. ‘헤어 하이웨이’(2014년)는 매끄러운 표면 아래 깃털 같은 머리카락의 질감이 만드는 이질성이 새 감각을 탄생시킨다. 디자인 오브젝트를 만들지만 과정과 결과는 예술에 가까운 그룹, ‘스튜디오 스와인(SWINE)’을 최근 서울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 세미나 연사로 참석했다)


  스튜디오 스와인은 영국 ‘로열컬리지오브 아트’(RCA) 출신 알렉산더 그로브스(35), 아즈사 무라카미(34)가 2011년 설립했다. 스와인은 ‘분야를 초월한 새로운 탐험가’(Super Wide Interdisciplinary New Explorers)의 약자. 이름에 걸맞게 올해 전 세계 엘르 데코 편집장이 선정하는 ‘EDIDA’ 신인상을 받는가 하면, 2014년엔 프랑스 칸 ‘젊은 감독상’의 유럽 단편 2위상을 받았다. 지금은 국제적 예술 갤러리 ‘페이스’ 소속 작가다.


- 세미나에서 언급한 중국의 머리카락 시장이 굉장히 독특하다. 여기서 '헤어 하이웨이'가 탄생했는데 그 과정을 좀 더 얘기해달라.

AZUSA(A): 중국에 무척 큰 가발 산업 단지가 있다. 거기를 찾아 가는 과정 자체가 발견의 연속이었다. 인터넷에도 정보가 없어서 수소문해서 찾아가야만 했다.

- 잠깐,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중국에 찾아간건가?
A: "아 사실 우리가 그 때 중국에 6개월 정도 살고 있었다. 무심코 텔레비전을 보다가 다큐멘터리에서 머리카락 시장의 모습이 1초 정도 스쳤다. 주변을 수소문해서 거기가 산둥성인걸 알게 되고 찾아가게 된거다."

- 그리고 거길 갔더니 바닥에 머리카락을 놓고 사고 파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고.

A: "맞다. 그 다음에 특수 처리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러면 기괴해보였던 머리카락이 굉장히 부드럽고 반짝이는 실크처럼 변한다. 그 과정이 인간성을 제거하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버려진 알루미늄캔을 녹여서 의자로 만든 '캔 시티'

- 상파울루에서 시작한 '캔 시티'(2013년)는 길거리를 산책하다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A: 고물을 수집하는 리어카가 흥미로워 거기서 출발해 식물성 오일을 연료로 사용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 왜 산책을 했는지 궁금하다

ALEXANDER(L): 가장 흥미로운 작업은 우연에서 시작한다. 상파울루를 걸어다니면서 굉장히 다양한 삶의 형태를 발견했다. 길에서 대나무 의자를 만들고 나무를 깎아서 상품을 만드는 광경을 보고 아주 많은 영감을 얻었다.

- 그들이 작업하는 유사한 방식으로 알루미늄 체어를 만들었다.

L: 푸드마켓에서 발견한 폐 식물 오일을 연료로 리어카에서 알루미늄을 녹여 가구로 만들었다. 알루미늄은 원래 산업적인 방식으로 가공을 하는데, 우리가 본 상파울루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길에서 만들었다. 

우리는 특정 도시를 어떤 것이 유니크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관심있다. 파리하면 에펠탑, 런던하면 빅벤 이런 것 말고 진짜 길에서 만나는 살아있는 것들. 그래서 산책을 하고 도시를 보면서 작업을 한다. 지역적인 소재를 활용하는 것도 그 이유고.

세계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문화적 정체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한국에 왔는데 한국에서도 산책할 계획인가?

L: 당연. 빨리 한국의 거리를 보고 싶다. 아직은 호텔 창문에서 바깥 풍경만 보고 거리를 걸어보지 못했다. 사실 한국의 공예에 관심이 많다. 실용적이면서 흥미롭다. 한국의 현대 디자인에도 관심있고.

한국의 전통 에나멜 웨어, 금속 위에 유리를 덮어 씌우는 방식이나 대나무로 짠 배개(죽부인), 그리고 사찰 벽화에 독특한 안료가 사용된다고 들었는데 더 자세히 알고 싶다. 물론 메탈웨어에 대해서도 정말 관심이 많다.

-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

L: 하하. RCA에 다닐 때 한국인 친구도 많았고 그들로부터 배운 것도 있다.

- 알렉스는 한국이 처음이고, 아즈사는 와봤을 것 같은데?

A: 맞다. 90년대와 2000년대에 와봤는데 그 때는 쇼핑 트립만을 위해 왔었다. 정말 오랜만에 와서 새롭다.


- 알렉스는 파인아트를, 아즈사는 건축을 전공했는데 디자인을 하고 있다.

L: 물론 학교 코스에서 디자인을 배웠고 흥미로움을 느꼈다. 그런데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가 이제는 쉽게 정의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그 경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A: 나 역시 내 작업을 건축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 세미나를 듣다보니 체험(immersive experience)적 측면에 관심을 두는 것 같다.

L: 맞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오브젝트를 만드는 게 아니라, 체험과 감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보는 사람이 푹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A: 사실 우리가 만든 가구들은 사용하거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개념을 담는 장치(vehicle)다. 해양 플라스틱으로 의자를 만들고, 머리카락으로 오브젝트를 만드는 것 환경오염이나 중국의 가발 산업을 알리기 위한 장치였던 것처럼.

- 그럼 왜 사람들이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걸까?

L: 글쎄. 처음 결과물이 가구여서 그랬던 것 같은데, 우리는 디자인 갤러리와 일한 적은 없고 지금은 예술 갤러리인 PACE와 일하고 있다. 우리 작품은 점점 더 설치미술에 가까워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디자인이건 예술이건 바운더리가 중요하진 않다. 작업만 할 수 있다면 어느쪽이든 좋다.

A: 디자인 자체도 변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을 더 부여하고 있는 차원으로.


아마존의 천연 고무로 '에보나이트'를 만들어 공간을 디자인한 '포드란디아'

- 두 사람의 원동력은 호기심인가보다. 뭐든 찾아보고 직접 가본다. 포드란디아(2016년)의 탄생 과정도 굉장히 흥미롭다.

A: 상파울루에 있을 때 포드란디아의 존재는 알았다.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가 1920년대 말 대규모 고무 농장을 만들다가 실패해서 폐허가 된 곳이다.

L: 알았을 때 정말 가고 싶었는데, 갈 이유가 없어서 못가고 있었다. 그러고 4년 뒤 런던에서 '에보나이트'를 알게 된거다. 로컬 숍을 돌아다니며 리서치 프로젝트를 하던 중이었다. 런던 세인트제임스의 가장 오래된 담배 숍에서 새까맣고 글로시한 파이프를 발견했다. 데스크 너머의 노인에게 '재료가 뭐죠?'라고 물었더니 '에보나이트'라고 했다. 처음 듣는 재료였다. 궁금해서 정보를 긁어 모으기 시작했다.

에보나이트 전문가를 찾아갔는데, 뮤지엄에서 에보나이트로 된 오브젝트를 보존 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쓴 책이 '고무에 관한 모든 것'이었고, 에보나이트는 고무로 만들었다. 헨리 포드가 조성한 고무 농장인 포드란디아에 가야 할 이유가 생긴 정말이지 멋진 순간이었다!(웃음)

가구 만들 때도, 에보나이트를 다루는 공장이 전세계 딱 두 군데밖에 없다. 공장에 가보니 펜이나 파이프를 만들지 가구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 거야. 그러면 우린 항상 물어보지. '해봤어요?', '안 해봤으면 이번에 해봐요'라고. 해양 플라스틱으로 시 체어를 만들 때도 똑같았다. 그렇게 늘 일이 전개됐다.


- 영감을 얻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A: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폴 워터 하우스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렘 쿨하스. 프라다 뮤지엄은 미래적이면서 볼드한 매력이 있는 공간.

L: 난 언제나 앤디 워홀에게 영감을 받아왔다. 그가 만든 커뮤니티, 팩토리를 정말 사랑한다. 왜냐면 그곳이 아웃사이더를 위한 집이기 때문. 또 영상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작업을 했다는 점도 좋아한다.


- 사실 나는 올라퍼 엘리아슨이 생각나서 그 질문을 했다.

L: 오, 정말 고마워! 무척 좋아하는 아티스트야. 제임스 터렐도 좋아. 

A: 메리 코스(Marry Corse)도 최근 알게됐는데 정말 좋다. 1970년대 작업했는데 빛을 활용한 회화가 인상적이다. 


- 두 사람이 달라보이는데 공통점이 있다면?
A: 같은 야망을 갖고 있지. 


- 인터뷰해보니 아즈사는 볼드하고, 알렉스는 감각적인 것 같다.

L: 음...

A: (끄덕끄덕)

L: (웃음). 우리 둘이 다른 점을 나도 참 좋아한다. 관점을 확장시킬 수있어 좋다.


- 어제는 뭘 먹었나?

A: 비행기에서 세컨드 밀로 주는 비빔밥을 먹었다. 원래 세컨드밀을 잘 먹지 않는데 정말 맛있었다.

L: 평소 아즈사가 요리를 정말 잘해서 집에서 주로 먹는다. 

- 아 정말? 어떤 요리를 하는데?

A: 평범한 일본식 식사다. 밥과 채소와 생선구이, 미소 수프.

L: 중국 음식도 할 줄 안다. 마파 두부. 음, 그리고 사실 김치도 담글 줄 안다.

- 김치!

A: 하하. 내가 담은 김치가 가끔 폭발해서 곤란할 때가 있다. 오늘 아침에도 김치를 많이 샀다.

L: 사찰 음식에도 관심있고. 한국 음식을 빨리 맛보고 싶다. 

A: 우선 노량진 시장부터 갈건데, 아침이 좋을까 저녁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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