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도 괜찮아
복잡한 머리를
갑갑한 마음을
비워보고자
아니 어쩌면
아주 잠시라도
잊어보고자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아침 햇살인데도
따갑게 눈이 부신
푸른 들판 사이를
조금 느리게 달리노라니
이내 곧 숨이 가파오며
생각이 접히고
심란함이 뒷전시된다.
숨 고르는데 집중하며
홀로 달리던 낯선 길 위에서
독일 어르신 한 분을 만났다.
"Guten Morgen!"
아침 인사와 함께
"조금 천천히 가도 돼요.
당신이 오늘의 선두 주자니까요"
이 한 마디 건네주시고
따스한 미소를 남긴 채
홀연히 멀어지는
그분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나도 모르게 멈추어 서서
가빠진 호흡을 고르어본다.
쉬던 뇌가 순식간 활성화된다;
숨 가삐 달리는 목표는 무엇이지?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온 것일까?
예기치 못한 곳에서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의
한 마디가 주는 위로,
"서서히 달려도 된다".
마치 내 생각과 고민,
상황을 알고 계신 듯
던져준 그 한 마디에
어리둥절해진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리고 내 안의 나에게
날카롭게 질문을 던져본다.
굳이 빨리 가야 하느냐고.
느려도 제대로 가면 되지 않겠냐고.
그래 맞다.
일등만 기억되는 시대라지만
언제 당도하느냐가 중한 것이 아니다.
조금 더뎌도
거치는 과정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자체가
귀한 것이다.
인생에는 조급함도
과속도 필요 없다.
인생은 일등이 아닌
완주를 목표 삼는
마라톤이 되어야 한다.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만큼
골인 지점이 가시화되기까지
긴 세월과 징한 인내를 요할 것이나
거북이의 걸음 속일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면 도착할 것이며,
목적지에 당도한 그 순간
그 인생은 새 가치를 품고
새로이 날갯짓하게 되리라.
인생에서
타인과 경쟁하여
이겨내려 말자.
이 싸움에서
가장 두려운 상대는
그 누구도 아닌
내면의 자신일 테니.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도록
스스로 독려하며
나 자신과
가장 치열하게 투쟁하여
완주해보자.
그래,
종착역까지의 도착시간에
큰 의미를 두지 말자.
그 과정
그리고
견뎌냈다는 결과를 향해
조금 보폭을 좁혀
숨차지 않게
쉬이 지치지 않게
서두를 필요 없이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자.
내 인생의 선두는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