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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한 이방인 Jun 23. 2016

내 시간으로의 여행

My Story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쓴 글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읽히길 바라지 않는다면 거짓말.

그랬다면 굳이 이 방법을 택하기보다 내 평생 절친인 일기장을 고수했을 테니까.

그렇다고 욕심을 품고 덤빈 것도 아니다.

세상에 멋진 글쟁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솔직히 두려움이 컸다.

수많은 작품 속 내 이야기가 외면당하면 어쩌나...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두려움이 나에게 가장 큰 용기로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본다고 걱정을 해? 일기처럼 혼자 들춰볼 내 시간들의 기록이라 생각하고 써!"


나의 이야기가 '내가 모르는 그 누군가''내가 알 수 없는 순간' 아주 우연히 마주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짜릿했다. 그런나 주변 지인들에게 읽힐 것이 두려웠기에 많은 용기필요했다. 그들은 큰 기대치를 갖고 내 가꿔지지 않은 글들과 마주할 것이라는 선입견 탓이었다. 마치 감추려 애쓴 허점이 적나라하게 들킬 것 같은 조바심과 이미 들켜버린 듯 창피함이 오버랩됐다. 키를 뒤집어쓰고 마을을 돌며 소금을 얻으러 다니던 오줌싸개의 심정이 이랬을까?

칭찬보다 비판이 쏟아지면 어떻게 감당하지? 어디로 숨지?

참 못났다, 쓴 약이 몸에 더 이로운 것임을...

결국 난 소리 소문내지 않고 브런치를 통해 글쓰기를 시작했고, 어느새 몇 편 올리지도 못한 채 일 년이 채워졌다.


그 첫 해를 채우고나니 내면의 소리가 들려온다.

" 인정받기 위해 글을 쓰는구나? 이왕 용기 낸 거 인정까지 받으면 좋지!", "헌데 꽁꽁 어둠 속에 갇혀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만으로도 숨통 트이지 않을까?", "독자가 없으면 어때? 너 스스로 열렬 팬이 되어주면 어때?", "비평, 비판, 하물며 비웃음 조차도 관심 밖이면 따라오지 않는 법이야!"

나를 향한 의문의 나무라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는 듯하다.

래, 자신할 것도 없지만 숨길 필요는 무어냐 소문을 내는 쪽으로 결심을 굳혔다. 침 한 번 꼴딱  삼키고, 깊게 숨 한 번 들이쉬고 난 뒤에.

좀 더 책임감 있게 글 쓰는 시간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품어본다. 가까이에서 영감을 공유해주고, 용기를 나눠줄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설렘도 덤으로 따라온다.


나는 지금 바로 이 순간을 잊고 살 미래의 나에게 전해 주고픈 이야기들을 끄적끄적 기록는 것이라고, 더불어  얘깃거리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가기를 라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소박하게 풀어 나가려 하는 것라고 조심스레 내 글의 동기정리해본다.


더 이상 나 혼자만의 넋두리로 남을 글이 아니기에 긴장되고, 그러다 보니 이전보다 쉬이 써지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글 쓰는 행위가 좋고,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이 흐뭇하며, 부족하고, 틈이 많아도 나의 이야기들이 대견하다. 누군가에게 읽히길 바라기 전에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글들을 써보자고 다짐 또 다짐해본다.


오늘 오후 잠시 시외전철을 타고 외출을 했다. 참 오랜만이다, 운전대를 놓고 창 밖으로 내어 달리는 풍경과 시선을 마주함이. 나는 기차나 전철의 진행방향을 등지고 앉아 뒤로 남겨지는 풍경을 좋아한다. 뒤로 물러나듯 사라지는 그 풍경은 이미 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근발의 차이로 내 현재보다는 과거에 가까운 시간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 때문인지 애잔하고, 아련하게 멀어져 가는 듯 싶다. 전차의 달리는 방향을 등지고 앉아 내 시선이 멈추는 곳에 나의 소중한 어제들이 담겨 있음을, 이처럼 흘러가는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내 글의 목적은. 시간여행을 떠나는 거다, 내 어제의 이야기가 담긴 시간 속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행복하면서도 힘겹지만 담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한 오라기씩 풀어가며 조금씩 깨달아다.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하는 이로부터 말로 또는 또박또박 적어나간 글로 사랑을 고백받는 순간, 알고 있던 그 사실에 더 거대한 감동이 물 밀듯 넘쳐 나듯 내 마음, 감정을 다스리며 글을 적어가는 과정에서 새삼 새삼 일깨워지는 것들...

숨결 있음으로 감사한 이유,                               
존재 자체로도 감사할 이유,                           
아파도 인생이 고귀한 이유,                           
미지의 미래가 설레는 이유.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의 인생보다 남의 것을 더 응원하는 일에 익숙해 있다. 글 쓰는 과정에서 나는 우친다, 내 스스로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할 줄 아는 자가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할 아는 진정한 용기와 마주설 수 있음을... 


내게 허락된 열린 공간이 사뭇 감사함이다.

내게 우연히 찾아온 기회가 축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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