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m Nov 10. 2018

See you Tomorrow.

여행자에겐 너무 무거운 인사.


“See you tomorrow.”


매일 찾던 카페를 방문한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 내 커피를 만들어주던 낯익은 바리스타의 목소리에 그냥 싱긋 웃어보였다. 그는 내 부재에도 동요하지 않을터였다. 여행자가 밟고 간 자리는 그렇게 가볍다.


Ozone Coffee Roasters. 매일 아침 가던 숙소 앞 쇼디치의 카페. 마지막 날은 커피 대신  당근주스를 시켰다.


“It's on sale till tomorrow(내일까지 세일이에요!)”

‘하지만 난 오늘 떠나요.’

옷가게 점원의 영업용 멘트에도 마음이 출렁였다.


여행하는 나는 내일을 약속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시간제한을 두고 초침이 땡 하고 한바퀴를 돌면 신기루처럼 증발해버리는 임시적 인간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언제나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괜시리 더 낭만적인 아쉬움에 젖어 짧은 순간을 붙잡으려고 아둥바둥 하게되고, 스칠 손을 붙잡는 낭만적인 실수를 한다.


당신이 여행중이라면. 어느 일요일 콜롬비아 로드 플라워마켓에 간다면 The Premies Cafe를 들려보라.



여행에서의 시간은 일상과 너무 다르다. 언어가 달라서, 얼굴이 달라서, 거리가 달라서보다 이건 유한성의 문제다. 유럽에서의 공기의 밀도는 더 짙은 것처럼 느껴지고, 순간 순간이 서울에서의 하루보다 강렬하게 기억된다. 한정된 시간은 그렇게 삶을 압축해놓는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인식, 내일이 없다는 생각. 시한부적인 사고로 보내는 여행의 날들 속에, 마음은 조급함과 아쉬움으로 똘똘뭉쳐 혀에 와닿는 커피 향을 세배쯤 흡수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좋다 여행은.

일과 스케줄에 휘둘려 어떻게 흘려버렸는지도 모르는 날들을 다시 붙잡을 수 있게 해준다. 오히려 이 시간의 한정성이란 건 내 주변의 감각을 예민하게 일깨울 여유를 준다. 다시 한번 내가 커피를 이렇게 좋아하지. 정오엔 저런 햇빛이 내리는 구나, 를 또렷이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또 가벼운 발자국을 남기러 여행을 떠난다. 내 부재를 남기고 돌아오기 위해. 그렇다고 여행이 끝나고 큰 마음의 변화가 있었다거나 일상의 활력이 늘어나 급격히 생기발랄해졌다거나 하는 일은 딱히 없었다. 제자리에 돌아오면 도돌이표처럼 다시 그 일상, 그대로의 나. 그래도 "See you tomorrow"를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곳에 돌아오게 되는 것 역시 감사하고 기분좋은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할 때 느껴지는 1.37kg의 무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