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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모먼트 Feb 21. 2018

하나. 거울을 들여다보기 싫어졌다.

퇴사 후 조용히 들어본 내 맘 속 이야기

 # 화요일 오전 10시 40분


 거울을 들여다보면 내가 그대로 보인다. 여전히 실내복을 입고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며 유리 너머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는 나.
 3개월 전이라면 한창 어제 밀렸던 일과를 마무리하고 동료와 가벼운 수다 후 과자를 먹고선 점심 전까지 폭풍처럼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이다. 이제 나의 일과는 자잘하고 다양한 자격증과 활동을 정리하고 취업시장에 보기 좋게 내놓는 것으로 시작하고-끝난다.


 # 무엇이 그리 달라졌다고.


 두 개의 시간은 온도차가 심하다. 퇴사를 했다는 사실이 익숙지 않아 새벽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떴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의 시간은 뭔가 뜨겁고 단단한 불덩이 같았다. 무엇이든지 녹일 수 있을 것 같고, 다른 불과 만난다면 더욱 활활 탈 것 같은. 재직 시절 또한 그러했다. 퇴사를 하고 나면 더욱 달아올라 금방 딴 직장에서 불덩이로 사무실을 활활 빛내주며, 온기를 나눠주는 사람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짐작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빠르게 열은 식어갔고, 뜨뜬미지근한 온도도 그럭저럭 좋다며 즐기게 되었다. 이제는 잠이 깨면 건조하게 일어나 이미 푹- 자서 개운한 얼굴을 굳이 차가운 물로 씻어낸다. 그리고는 새벽 냉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차가운 금속 노트북을 열어서 무표정으로 자소서니, 무엇이니 뚝딱 써버리면 어느새 해가 져, 가만히 있어도 입김이 나오는 밤이 된다.


 변해버린 시간의 온도처럼 나도 여기 저기 많이 바뀌었다. 그럴수록 거울을 보기 싫어진다. 지금이 모습이 낯설어서인지, 이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인지 온도차가 심해질수록 거울을 보기가 어렵다. 나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기 부끄럽다.

 

# 이제 곧 봄이 오니까,


 누군가 내 이력서를 보며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느냐'고 물었다. 질문의 의미를 잠시 생각하다 당연한 표정으로 '삶이 주어졌으니까요' 라고 답했다. 주어졌으니 치열하게 살아내는 것은 한 번도 왜? 라고 생각해본 적 없기에 저 질문은 너무도 이상했다. 그리고 1년하고도 반이 지난 지금 그 대답을 다시 하라거든 선뜻 자신있게 할 수가 없다. 그 때의 마음을 기억하며 너무도 차가워진 지금의 시간에 불을 다시 한 번 지피고 싶다.

 곧 봄이 오니까, 지금보단 따뜻한 시간이 찾아와 추웠던 시간이 녹아 볼이 발그레해진 내 모습을 보고싶다.




퇴사 후 조용히 들어본 내 맘 속 이야기

하나. 거울을 들여다보기 싫어졌다.

=> 사실은 다시 힘내서 앞으로 나아가자, 는 채찍같은 이야기.





퇴사 후 "그럭저럭 지내는" 취준생입니다. 취업준비가 처음도 아닌데 새삼 감회가 새로워 별별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런 생각을 모아 의미있는 글로 그림으로 표현하며 "그럭저럭"에서 "치열하게" 사는 취준생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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