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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ry Dec 11. 2017

감정이란 꽃,

이상하고 특별한 고백법







날씨 마냥 어제와 오늘의 마음이 다르다. 마음을 열고 닫는게 가능하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에서 헤어 나오기란 예전부터 쉽지가 않았다. 언제부턴가 무기력함과 가라앉음이 습관이 된듯하다.  

나의 하루를 소비하는 '감정'이라는 주체에 대해 몇 가지 떠오르는 생각들에 대해 적어본다.







1. 김금희 <너무 한낮의 연애>


재작년에 문학동네의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알게 되고나서부터 매년 챙겨보았다. 처음에는 신인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되어있어서 관심이 갔고, 또 5000원이라는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판매하여 많은 독자들에게 신인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하는 취지가 좋아서 보게 되었다.


작년의 김금희 작가의 <너무 한낮의 연애>와 올해 최은영 작가의 <그 여름>이 개인적으로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 오늘은 김금희 작가의 <너무 한낮의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표지의 청량한 민트색과 대비되게 내용은 칙칙하고 어둡고 가난했다.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특히 여주인공 '양희'의 캐릭터가 평범한 듯 특별했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의 한 부분이 아주 강하게 뇌리에 박혔다. 바로 위의 양희가 필용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부분이다. 느닷없이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의 양희의 대사는 정말 압권이었다. 이건 도저히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대사와 '아무렇지 않음'에서 오는 고백은 아주 솔직했고 신선했다.


"지금 사랑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는데,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니까요."
"사랑한다며?"
"네. 사랑하죠"
"근데 내일은 어떨지 몰라?"
"네."
"사랑하는 건 맞잖아. 그렇잖아"
"네. 그래요."
"내일은?"
"모르겠어요."









사랑하죠, 오늘도.



'오늘은 당신을 사랑하지만 내일은 어떨지 모르겠다'는 태도로 매일 '오늘은 사랑해', '오늘은 사랑하지 않아' 하고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 어이없는 태도와 무심한 듯한 성격이 오히려 필용을 간절하게 만든다. 고백받은 후부터 양희의 사랑이 아직 유효한지 확인받기 위해 매일 질문하는 필용. 자꾸만 양희가 신경 쓰이고 그녀를 의식하게 된다. 그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고백을 한 사람은 양희인데 필용이 목을 맨다. 이런 말도 있다. '고백을 하면 그다음부터는 나의 고민이 아니라 상대방의 고민이 된다'는 말.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내 감정이 어떠하든 그 사람을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나중에는 고백한 사람보다 받은 사람이 더 신경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감정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소설 속 양희의 마음이 어떤 모양인지 잘 모르겠으나 우중충한 분위기와 어두운 성격, 뭐하나 특별할 것 없는 양희가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는 것은 이런 무덤덤한 사랑고백 때문이다. 마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듯 별 의미 없는 말인 양 그렇게 툭. 감정을 내뱉었다.


순간의 감정에 충실했고 그 감정은 단 하나뿐이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책임감도 없고 고백의 응답으로서 상대방에게 바라는 것 또한 없다. 그렇다. 언제 어떤 모양으로 변할지 모르는 감정을 확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쩌면 거만이고 착각일지도 모른다.







"아, 선배 나 안 해요. 사랑"
"안 해?"
"네"
"왜?"
"없어졌어요."



"없어졌어요"라는 대사가 신선하다. 마치 사랑이 추상적인 감정이 아닌 눈에 보이고, 공간을 차지하고, 무게를 가진 실체가 있는 사물 인 양 담담하게 말하는 양희의 모습은 솔직하다 못해 미치도록 매력적이다.

양희의 거의 모든 것들이 특별하게 보이기 시작한 필용이 양희를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고백한다. "너의 허스키를 사랑해. 너의 가벼운 주머니와 식욕 없음을 사랑해. 너의 무기력을 사랑해"...


사랑은 참으로 위대하다. 판단력이 흐려지게도 만들고 세상을 아름답게도 만들고 단점도 장점으로 만들어버린다. 물론 반대로 사랑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잔인할 만큼 지독하다. 사랑이든 상실이든 허무든 불안이든 이 모든 감정들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필용과 양희처럼.


어쩌면 일상은 감정과 감정의 만남이고 감정의 변화의 연속인 것 같다. 감정은 상대방에 의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화되고 스스로에 의해 표출되거나 컨트롤되기도 하며 그렇게 우리를 지배한다.



 





2. 아이유 <사랑이 잘>


'사랑이 잘 안돼. 떠올려 봐도 피부를 비비고 안아봐도 입술을 맞춰도 참 생각대로 되지 않아.'


아이유 <사랑이 잘>의 노래 가사 중 한 부분이다. 마치 '공부가 잘 안돼', '몇 페이지 몇 번 문제가 잘 안 풀려', '회사 일이 잘 안돼' 같은 말을 하듯 사랑이 '잘 안된다'라고 표현하는 이 문장이 좋다.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 것. 알수록 모르겠는 것.


(노래 중간에 통화하는 듯 대사를 주고받는 부분의 가사가 특히 좋았다.)






3. 노상호 <데일리 픽션>


어렴풋이 생각나는 부분.

너가 내 모든 걸 좋다고 해서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했다. 그런데 너가 이것마저 좋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상대방이 나의 모든걸 좋다고 하면 어느 순간 나는 그 사람의 기준과 시선을 '생각'하게 된다. 뭘하든 좋다고 매일 고백하는 사람보다 사실은 그 고백을 듣는 상대방이 더 신경 쓰게 된다는 것. 누가 더좋아하고 덜 좋아하느냐 같은 이분법적인 문제가 아닌 '내가 이렇게 해도 네가 날 좋아 할까?'하고 신경 쓰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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