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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ry Nov 22. 2017

눈빛의 온도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오래전부터 나의 sns 타이틀이자 소개글은 '눈빛의 온도'였다. 눈 맞춤, 일명 아이컨텍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눈빛은 감정과 생각과 그 사람의 인품을 담고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다. 또 나는 '온도'나'온기'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어감도 예쁘고 단어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 다른 이유도 있지만 어쨌든 그래서 이 타이틀을 몇 년째 고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요즘 부쩍 '온도'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 한명희 작가의 드라마 <사랑의 온도>, 그리고 이기주 작가의 에세이 <언어의 온도> 등등. 두 작품 다 반가운 마음에 보게 되었다.


특히 나는 책을 고를 때 첫 장, 첫 문장을 읽었을 때 흥미가 생기거나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들면 쭉 읽기도 하지만 주로 책 표지 디자인과 제목이 주는 끌림에 의해 결정하는데 <언어의 온도>는 따뜻한 보라색의 표지에, 손으로 잡았을 때 적당한 사이즈였으며 제목도 평소 좋아하던 '온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선뜻 읽게 되었다. 그렇게 그저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던 중 눈에 띄어서 읽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 달의 베스트셀러 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올해의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아주 사랑받는 책이 되었다.











  나의 '눈빛의 온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여러 가지이다. 탄생 배경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한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살아오면서 순간순간 느낀 사소한 감정들이 모여 만들어진 내 생각과 느낌을 함축하고 있는 복합적인 문장이다. 좋은 의미도 있지만 안 좋은 의미도 있는 양면성을 띄고 있는 문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내가 받았던 느낌 중 안 좋던 기억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겠다. 대학생 졸업반 시절 주말에 학교 근처 카페에서 알바를 할 때의 일이다. 한 모녀가 카페에 들어왔다. 딸은 잔뜩 짜증이나 있었고 그래서인지 엄마가 묻는 말에 연신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하였다. 나를 포함해 카페의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안 좋을 만큼 버릇없이 행동했고 엄마는 그런 딸의 버릇없는 행동 때문에 민망해하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둘이서 메뉴를 고르다가 딸이 나에게 와서 주문을 했다. 나는 매뉴얼대로 주문 멘트를 했고, 딸은  주문이 다 끝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엄마는 혼자 무엇인가를 열심히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와서 주문을 하려기에 아까 따님께서 주문을 하셨다고 하니 "주문했다고요?!"라며 반문하시더니 정해둔 선물용 케이크가 있으셨는지 짜증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짜증의 화살이 엉뚱한 나에게 꽂혔다. '왜 결정도 안됐는데 주문을 받느냐'는 것이다. 근데 그 짜증 섞인 말과 행동보다 나에게 보내는 눈빛이 더 뾰족한 화살이 되어 꽂혔다. 눈으로 욕한다는 말이 있다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딸의 행동에 이미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해 있으셨고, 딸이 큰소리로 버릇없이 말하는 바람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 모녀에게 집중되어 엄마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짜증이 나셨을 거라는 점은 이해를 한다지만, 왜 그 화풀이가 다른 사람에게 향하는 걸까. 그렇게 그 딸의 짜증은 딸의 어머니를 거쳐 나에게까지 전념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기분에도 전념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때로는 가시 돋친 말 한마디나 배려 없는 행동 하나보다 차가운 눈빛 한 번이 더 상처가 된다.












 다음은 좋았던 기억의 눈빛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친한 언니와 '스킨십'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언니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스킨십'에 대해 물어보았다. 나는 주저 없이 '아이컨텍'이라고 대답했다. 당시 남자 친구가 있었고 그래서인지 평소 생각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고민 없이 바로 답할 수 있었다. 근데 언니는 내 대답을 듣고 귀엽다는 듯 "야, 아이컨텍이 무슨 스킨십이냐?!"라고 웃어 보였다.


뭐.. 그럴 수도 있다. 스킨십이라는 게 피부 접촉을 통한 애정의 교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에겐 아이컨텍이 어떤 사랑 고백보다 설레고, 손잡는 것보다 다정하고, 어떠한 진한 스킨십보다도 사랑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만큼 어떤 말과 접촉으로도 설명하지 못할 수많은 것들이 내포되어있는 것이 눈빛이다.



그리고 그 눈빛에는 '온도'가 있다. 보기만 해도 편안하고 따뜻한 엄마의 눈빛, 무뚝뚝한 얼굴 뒤에 감춰져 있는 애정 어린 아빠의 눈빛, 사랑할 것이 많아 세상이 아름답기만 한 어린아이들의 눈빛,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행복 충만한 눈빛, 나의 반려견 마루의 순수하고 투명한 눈빛, 집에 오랜만에 가면 토라진 듯하면서도 호기심 가득 경계 가득한 반려묘 레오의 눈빛 등등..


특히나 동물들은 눈빛으로 말을 한다. 그 눈빛을 보고 있으면 보는 것 만으로 마음이 정화가 된다.

마치 세상의 안 좋은 기억들과 크고 작은 상처들까지 거를 수 있는 아주아주 미세한 구멍이 있는 거름채가 되어 동화같이 맑고 행복한 것들만 아래로 아래로 걸러주는 것 같다.


이렇듯 달콤한 말이나 피부가 맞닿는 스킨십이 아니더라도 사랑은 전해지고, 또 느낄 수도 있다. 따뜻하고 뜨겁고 뜨뜻미지근하다가 때론 차갑고 서늘하게 전해지기도 한다.



영화 <비포선라이즈> 한 장면. 

"내가 다른 곳을 볼 때, 날 보는 그사람의 눈빛이 좋아.












글_유정

사진_ 영화<클로저>

       영화 <비포선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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