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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Mar 09. 2023

시간 나서 말고, 시간 내서 만나는 사이

나를 대하는 온도

오래된 친구 중에 가끔 만나는 친구가 있다.

난 그 친구를 만나기 전에 휴대폰을 만충해서 안심이 되어 외출하 듯, 나의 에너지가 채워져 있어야 만나게 되는 친구이다.


30년 정도? 오래된 관계이기에 그냥 편하게 만나고 싶지만 때로는 그녀를 만나고 나면 지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래된 친구이지만 자주 소통하는 사이는 아니고, 아직 솔로인 그녀와는 공통 관심사가 거의 없어서 주로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곤 한다.


솔로로 사는 생활의 어려움, 가족과의 갈등, 학원을 운영하며 힘든 학생과 학부모의 관계에서 애로사항, 가끔 교회와 성경 이야기까지...


두어 시간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나는 빨리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런 만남 이후 다시 만나기까지  내게 어느 정도의 시간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 친구라도 이건 편한 관계가 아니구나.'

하는 결론에 머물곤 했다.




얼마 연락이 왔다.

사무실에서 상담을 마치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공부를 하던 일요일 오후였다.

"그냥 미용실 가기 전에 한 시간 정도 남아서 집이면 커피나 마실까 하고 전화해 봤어."

아. 우린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에 산다.


순간, 나는 전과 다르게 마음이 상했다.

전에는 연락이 와서 못 만나게 되면 괜히 내가 미안해지곤 했다. 그러나 이번 전화에 나는 뭔가 기분이 나빠졌다.

'내가 남는 시간 때워주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 내가 지금 사무실이라 바빠서 못 만나겠다. 다음에 시간 내서 보자."

하고 전화를 끊었다.


시간이 나든, 시간이 남든 누군가 나를 생각한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남는 시간에 내가 누군가의 시간을 때워주는 역할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시간도 소중하고 나를 보고 싶어 하는 누군가와 만나는 것이 나는 더 행복하다. 나를 생각하는 온도가, 나를 대하는 온도가 따뜻한 사람과의 시간이 내겐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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