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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Oct 04. 2023

아주아주 오랜만, 브런치.

브런치.

브렉퍼스트와 런치의 합성어라 했다. 우리말로 하면 아점이지 뭐. 브런치는 내게 여유의 단어였다. 

처음 브런치라는 것을 먹었던 날, 나는 무척 기대를 했다. 무슨 카페에서 친구와 함께 구운 소시지 같은 거와 에그샌드위치를 커피와 함께. 별거 아닌 것을 먹었지만 그건 음식이 아닌 여유와 사치같은 것이었다. 20년 전의 내게는.


그리고 또 브런치.

선망하던 대학원 동기가 브런치 작가라 했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도 멋진데 그는 브런치에서 상도 받았다했다. 나는 그를 통해 브런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플을 받아 많은 작가님들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나도 되고 싶었다. 브런치 작가가. 블로그에서 글쓰기를 좀 연습하다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덜컥 되어버렸다. 브런치 작가가. 감히 내가.


브런치는 내게 도전이었고, 인정이었다. 글쓰기를 하고 싶었지만 누군가가 내글을 본다는 것이 부끄러운 소심쟁이가 인정받고 어떤 테스트를 통과한 감격이었다. 너무너무 신이 났다. 나름대로 미션을 두고, 나름대로 열심히 글을 올렸다. 다음 메인에도 오르고, 방문자도 갑자기 많은 날이 생기고, 나의 글을 구독하는 분들이 생겼다. 신기하고 감사하고, 그리고 뭔가 또 부끄러웠다.


브런치 작가.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분들을 작가라고 불렀다. 일기 같은 나의 글. 전문성이라곤 없는 나의 글. 

전문가가 되고 싶지만 나의 글에는 전문성이 없었다. 어느 순간  많은 진짜 작가들속 나는 가짜 작가처럼 느껴졌다. 감히 내가 작가라고 불리는게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사무실을 개업했다. 나에게 대표라고 한다.

이것도 너무 민망했다. 혼자하는 사무실, 혼자하는 상담실인데 대표라니...


블로거. 

마음이 급하고 바빴다. 일단 사무실을 열었으니 월세도 벌어야하고, 운영비도 벌어야 하고, 일을 하는 것이니 조금이라도 남아야 한다. 홍보가 필요했다. 사람들은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내가 택한 것은 블로그였다. 다시 블로그로 돌아갔다. 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니 브런치와 멀어지기 시작한다. 블로그는 이웃관리가 중요하고, 뭐 C-랭킹 어쩌구, 하트, 이런것이 중요하다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최적화 블로거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

에 들어왔다. 전에 자주 읽던 작가님들의 글을 읽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뭔가 마음이 감격스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내게 선망의 공간이었던 곳, 내게 여유와 사치 같았던 처음 먹은 브런치처럼 여전히 브런치 공간은 여유가 있어야 함을 느낀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그저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었지만, 블로그에는 나는 계속 나의 일을 홍보하며 마침표를 찍는다. 브런치는 순수하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었지만, 블로그는홍보 목적으로 글을 쓰고 있었다. 브런치에 머무는 나의 마음이 여유였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여전히 나는 

브런치를 사랑하고, 브런치에 여유를 느끼며 브런치 작가님들을 선망하고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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