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꽃psy Jan 14. 2024

엄마는 사기를 잘 당하게 생겼어!???

사기를 잘 당하는 사람은

"엄마! 내가 말한 적 있던가? 엄마는 왠지 사기를 잘 당하게 생겼어."


아니, 이건 또 뭔 비수 같은 소리여...

언젠가 딸아이는 내게 말했다.


딸아이에게 물었다.

"사기 잘 당하게 생긴 건 어떻게 생긴 거니?"

"몰라,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엄마는 사기 잘 당하게 생겼어."


이건 뭔 논리도 없지만, 뭐 결과적으로는 그렇다.

아... 어린 딸 눈에도 내가 그리 보인단 말인가?


맞다. 예전에 난 사기도 잘 당하고, 귀도 얇고, 마음도 약해서 부탁 거절도 잘 못했다.  

지금은 조금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귀는 얇고 호기심은 많고 누군가의 말이든, 글이든 잘 믿는다.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전청조라는 사람, 그리고 그에게 사기를 당했던 유명 펜싱선수.

뉴스를 보니 참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말을 믿지? 너무 이해가 안 되었다. 정말 그 사기꾼과 한통속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렇게 속고, 결혼을 약속하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한편으로는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왜 사기를 당하는지 알 거 같다.


작년 여름, 어떤 교육 과정을 선택했다.

오래 생각하던 공부였다. 아주 가끔 들어가던 밴드에 교육 과정이 마침 딱 올라왔다. 자주 들어가던 밴드도 아니고, 어쩌다 들렀는데 하필이면 그날 그 교육과정이 눈에 들어왔다.


비용이 꽤 비쌌지만 고민 없이 난 또, 저질렀다.  몇 차례 새벽버스를 타고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며 어쨌든 교육을 마쳤고, 자격증을 받았다. 하지만 많이 찜찜한 기분이 든다. 몇 달이 지났건만 그 강사는 처음에 이야기했던 약속들을 계속 미루며 지키지 않고 있다.


비싼 만기대한 교육과정에 비해 강의 내용도 너무나 허술했고, 수강생들을 대하는 강사의 태도는 놀랍도록 이상했다. 매너를 가르친다는 강사의 매너는 어떤 강사나 아니 어떤 사람에게서도 볼 수 없던 방자함이었다. 그 강사는 수강생의 항의에 자기변명과 자기 보호, 임기응변이 뛰어났고, 가스라이팅처럼 느껴지는 워딩이 많았다.  항의성 발언을 강하게 한 수강생은 강사에게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20여 년 전, 티브이에 나와 한동한 핫했다던 그 강사를 나는 알지 못했다. 나중에 다른 수강생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었다.  강사를 경험하며 느낀 점은 '사기꾼 기질이 있는 사람' 같았다.


내가 그렇게 느낀 점은

1. 자신의 스토리를 포장을 엄청 잘한다.

2. 화려하고 말발이 뛰어나고 기응변이 능하다.

3.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핑계가 많고, 타인의 감정을 이용한다.

4. 자신이 엄청난 과거가 있는 사람임을 강조한다.

5.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추가적인 현금성 결제를 요구하는 물건을 판다.

등등이었다.


이미 나는 수백만 원을 결제했고, 환불도 안된다고 했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났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를 돌아보았다. 신중하지 못하게 결정해 버린 건 나였다. 사실 서울에는 멋지고 화려한 경력이 있는 강사들이 차고 넘칠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정보도 없이, 커리큘럼도 제대로 확인 않고, 강사가 누군지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았다.


손가락 검색이면 몇 분 걸리지도 않을 것을. 그땐 눈에 뭐가 씌었는지 그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단지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정보가 거기 있었고, 난 '선착순'이라는 단어에 빠져 빨리 신청해야 할 거 같았다. 선착순, 선착순, 선착순.... 15명이 금방 마감될까 그것만 보였던 것이다. 어리섞게도.


어쨌든 약속된 교육 회차는 마쳤다. 만족스러운 교육의 강의는 아니지만. 강사는 사기꾼은 아니지만 100의 기준에서 본다면 강의 내용이나 질로 본다면 나의 만족도는 30 정도로 생각이 들고, 조금이라도 내가 정신을 차렸다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과정이었다.


그리고 강사는 추가비용을 내고 선택한 물건들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보내주지 않고 있다. 나포함 누군가가 몇 번이나 보내달라, 아니면 환불을 요구한다 했지만 물건을 보내주지도 환불을 해 주지도 않고, '다음 주, 다음 달, 조만간 보내주겠다'로 대답을 일관한다.

 내 마음이 편하고자

'곧 보내주겠지, 당장 필요한 거 아니잖아?'

하며 생각을 달랬다.


사기를 잘 당한다는 건

귀가 얇아서도, 누군가를 잘 믿어서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거기에 원하고 기대하는 것이 있으니 다른 것이 보이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뇌가 지혜로움을 잃어버린 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사기라는 것이 꼭 '몇천만 원 00에 투자'이런 것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얼마 전 아는 샘은 내게 사기를 당했다고 속상하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심각해져서 이야기를 들었다. 알고 보니 어떤 쇼핑몰에서 옷을 하나 샀는데 몇 달 동안 배송이 안된다고 했다. 다른 몰보다 '현저히' 싸서 샀는데 알고 보니 사기몰이라고 뉴스에도 나왔다고 했다. 경찰이 연락을 했지만 너무 소액(2만 얼마)이라 받지 못할 수 있을 거라 했다고 한다.

금액이니 둘이 커피 마신셈치자 했다.

그려면서 그 선생님은 결론이

"어쩐지 너무 많이 싸다 했어. 좀 의심해 볼 걸."


세상에는 진짜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중에는 진짜 마음먹고 다른 사람을 속여 이득을 취하려는 사기꾼도 많다. 세상을 의심하며 사는 건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로, 다른 것과 비교하고 크로스 체크하며 판단하여 선택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어떤 한 단어 '선착순, 이번 기회, 다시 오지 않을, 운 좋은 당신... 등등 ' 어떤 후킹 단어에 현혹되지 않는 묵직함의 지혜도 내겐 필요하다. 앞으로도 사기 아닌 사기를 당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더 신중하게, 천천히 선택을 하자.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 공부이기도 하다.

현대미술관에서... 내겐 거울처럼 보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주아주 오랜만, 브런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