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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시나물 May 12. 2022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쓰리 픽스 챌린지의 외국 청년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첫인상은 어떨까? 한국 사람들을 만나고 한국의 문화를 보고 느끼며,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가는 그들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다루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계획하며 설레는 그들의 기대감은 마치 내가 여행을 떠나기 전 그 모습과 닮아서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난다.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니 그들은 공항에서부터 헤매는 경우가 많다. 우리들은 그냥 당연시했던 지하철 타는 것이나 (물론 나도 지하철 경험은 몇 번 없다), 자동문, 비데 같은 문물에 당황하기도 하고 낯선 서울에서 숙소를 찾아가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와 웃음이 이 프로그램의 포인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기획의도는 외국에 사는 청년들이 한국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끼는 여행기라는데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가끔 느끼는 거지만 우리가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외국인이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체험하는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한 다른 시점과 그들만의 아름다움의 감각을 알 수 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들은 민속촌과 박물관에 흥미를 느꼈고, 역사에 대한 관심과 한류 문화에 대한 영향으로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이나 전쟁 기념관 같은 곳에서 고개를 끄덕였고 우아한 한옥에서 탄성을 자아내곤 했다. 수학여행지에 민속촌이 끼어 있거나 박물관을 방문해야 하면 지루하다고 짜증을 냈던 우리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엔 '쓰리 픽스 챌린지' 편을 방송했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들이 들어올 수 없으니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날은 외국 청년 4인방의 치악산 등정기가 방송됐다. 치악산 정상까지 90분 안에 도달하는 도전이었는데, 그것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을 24시간 이내에 돌파하기 위한 '쓰리 픽스 챌린지' 예비 훈련 같은 거였다. 영국에서 시작된 이 도전은 영국에서 가장 높은 세 개의 산을 24시간 내에 돌파하고 그 행사로 생긴 수익금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행사라고 한다. 이번엔 한국이다. 한국의 가장 높은 산 세 개를 정복하기 위해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청년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을 정복해야 하니 강철 체력과 끈기와 팀원 간의 협동이 요구되는 어려운 도전이었다.  

 결전의 날, 제주도 한라산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새벽부터 강풍이 불기 시작했고, 세찬 비가 앞을 가로막았으며 몇 미터도 앞이 보이지 않는 악조건은 과연 이 도전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나 같으면 어땠을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도전은커녕 날씨 탓을 하며 바로 무너져 버렸을 텐데. 그들은 포기라는 사전을 아예 담지도 않은 거 같다. 다른 멤버들이 도전 전 날, 딱새우와 말고기로 행복해 있을 때조차 대장인 조나단은 평소 먹던 음식을 먹어야 위험하지 않다고 닭가슴살을 먹을 만큼 도전에 대한 준비가 철저했다. 이십 분마다 알람을 해 놓고 수분을 보충하거나 멤버들끼리 거리를 좁혀서 걷거나 동선을 줄이고 힘을 비축하기 위해 깜짝 지인 찬스를 쓰는 것도 프로그램의 재미였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노력이었지만 내 눈을 더 집중시킨 건 지친 다리를 끌던 멤버를 기다려 주고 뒤에서 격려하는 모습, 고비가 생길 때마다 함께 하는 장면이 그들이 산 세 개를 등정한다는 사실보다 훨씬 더 감동이었다. 저런 든든한 동료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서로 믿도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무서운 게 뭐가 있을까? 세상 넓은 줄 모르고 이 좁은 곳에서 쓸모없는 경쟁이나 감정싸움에 마음 상하는 나와는 정말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내가 산을 오를 때 함께 해 줄 사람은 몇몇이나 될까?


그들은 과연 도전에 성공했을까? 설악산 정상에서 잰 시간은 23시간 39분이었다. 성공! 누군 무릎이 아프고, 누군 체력적으로 힘들고, 날씨조차 도와주지 않았지만 그것들이 이들을 막진 못한 것 같다. 그들을 달리게 하고 산을 오르게 하고 끝까지 힘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가족의 응원과 사랑이었을 수도 있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겠고,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한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힘든 시간 그들을 함께 묶어준 건 바로 옆에 있던 팀원들이었을 거란 생각이다. 같은 마음으로 같은 도전을 목표로 한 마음 통하는 동료들.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보란 듯이 도전을 성공으로 마무리하며 평생 남을 추억을 만들어냈다. 어떤 이에겐 그냥 예능일 뿐이고, 다른 사람들에겐 산을 오르는 것보단 생계가 더 중하다고 말할 수 있을진 몰라도, 도전을 향한 그들의 열정과 노력만큼은 정말 박수를 쳐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에겐 어떤 도전이 남아있을까? 대단한 일은 아니더라도 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박수를 받지 않아도 내 가슴속에서 조그맣게 반짝거릴 그런 도전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가슴 밑바닥 구석으로 자꾸만 숨어버리는 열정을 깨워 더디더라도 조금씩 도전해봐야겠다. 오늘부터~~ 아니,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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