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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영 Nov 30. 2017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

겁쟁이의 세계일주.


"한 달만 하고 돌아와도 모르는척해줄게." 


내가 얼마나 겁이 많고 걱정이 많은지 알고 있는 나의 친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응. 창피하니까 비밀로 해줘야 돼."


그리고 나 역시,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처음 여행을 마음먹었을 때, 총 6개월의 일정을 계획했고, 정말 어쩌면 한 달도 안되어 돌아올지 모르겠다 생각했다. 



내 짧은 생은 마음먹어도 안 되는 일 투성이었다. 


양동이 통을 뒤집어쓰고 악을 썼으나 나는 노래를 못했고, 하루에 공부를 안 하는 시간이 자는 시간까지 다 합쳐 여섯 시간 안짝이었으나 입시에 실패했고, 열심히 모은 돈을 모두 쏟아부어 쇼핑몰을 벌였지만 재고와 빚만 남았고, 몸과 마음을 다해 미는 것 없이 열렬히 사랑했지만 늘 혼자 남았다. 

유일하게, 대학에 입학한 후 시작한 다이어트를 1년 만에 성공했었는데 사실 나는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고 고3 때 그저 일시적으로 급격히 쪘던 살이 체질대로 빠진 것뿐이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가 아니라 생각했던 나는 개천의 미꾸라지로 태어났으니 물이라도 흐리지 않기 위해 소극적으로 살아왔다. 때문에 돈도 없고, 체력도 안 좋고, 겁이 많고, 영어도 못하고, 나를 책임지기에 턱없이 부족한 나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실패밖에 남지 않는 도전이라 생각했다. 


계획했던 것의 두배를 넘겨 여행을 하고 온 나를 돌아보니 사실 한 번도 이렇게 죽을 둥 살 둥 애를 쓴 적이 없었다. 


누군가의 평가를 제대로 받아보기도 전에 지레 겁먹어 10대의 중반에 꿈을 접어버렸고, 남들은 10년을 꾸준히 해 올 때 고3이라는 눈칫밥에 고작 1년 잠깐 노력한 것뿐이었고, '사장님'소리에 취해 갑자기 많은 돈을 자유롭게 쓰게 되니 일보단 노는데 더 집중했었고, 스스로를 온 맘 다해 사랑해본 적 없으면서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려했었다. 


나에게 있는 가능성을 옭아매고 있는 것은 사실 나였다. "외박도 허락 못해주는데 세계여행이라니 가당치도 않아."하던 엄마도 아니었고, "한 달 안에 돌아올걸?"하던 친구도 아니었고, 얇은 주머니도, 얕은 지식도, 내가 사는 가난한 동네도, 내가 태어난 나라도 아니었다. 


나를 자유롭게 하고 나를 숨 쉬게 하고, 내가 꿈꾸던 것을 이루게 하는 것은 나였다. 


내 모든 걸 걸었더니 별안간 모든 것이 가능했다. 

나는 영어도 못하고, 남들보다 더 적은 돈을 쥐고 나왔고, 수상스키 줄에 매달려가는 찰나에도 외로움을 느끼는 찌질이고, 영화관 불이 꺼지는 찰나에도 두려움을 느낄 만큼 겁쟁이지만, 하고자 하니 모든 것이 가능했다. 



"이 돈으로 될까요? 영어 못해도 될까요? 일 그만둬도 될까요?"

내가 여행을 하는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들이었다.


나는 때마다, 금액에 맞는 기간과 장소 등을 추천해주었고, 영어공부를 반드시 하라고 말했으며, 여행이 끝난 후의 현생을 충분히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돈도, 언어도, 누군가의 조언도 아닌, '나 자신'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과 시선이 소란스러워 내가 원하는 것을 잠깐 잊어버리는 순간마다, 꿈과 한걸음 더 멀어진다. 


"세계일주를 갈 거야! 돈이 다 떨어지면 돌아올 거고, 내가 가고 싶은 곳들을 다 가볼 거야! "라고 말한 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더니, 내 꿈은 나의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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